음력 6월 보름은 유두절입니다. 여기서 유두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신체 일부가 아니라 流頭, 즉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의 준말이라고 하는데요. 이날은 본디 시원한 물에 몸을 씻고 음식을 먹으며 서늘하게 하루를 보내는 유두잔치를 벌여 더위를 먹는 것을 피하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올해의 유두절은 8월 6일이었는데요. 그 다음 날인 오늘은 8월 7일, 가을의 시작이라고도 말하는 입추입니다. 어제는 여름 더위를 피하고 오늘은 가을이 시작한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머리를 물에 담그는 청량하고 상쾌한 색의 새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의 심장을 저격하거나 하진 않는 물총새입니다. / Martha de Jong-Lantink on Flickr
당신의 심장을 저격하거나 하진 않는 물총새입니다. / Martha de Jong-Lantink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물총새입니다. 몸길이가 17cm 정도로 작은 이 새는, 몸에 비해 큰 머리와 긴 부리가 특징적이죠. 물이 들어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총새는 강이나 호수와 같은 물가에 주로 서식하는 새인데요. 이름에 총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총이나 물총을 쏘는 물총새가 목격된 사례는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 사안에 대해서도 목격자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총새의 재빠름과 긴 부리와 순막과 물고기를 아마도 동시에 볼 수 있는 사진입니다. / llee_wu on Flickr
물총새의 재빠름과 긴 부리와 순막과 물고기를 아마도 동시에 볼 수 있는 사진입니다. / llee_wu on Flickr

물총새는 물가에 사는 새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새인데요. 총과 같은 무기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물총새의 사냥기술은 뛰어납니다. 물총새는 바위나 나뭇가지 위에 앉아 때를 기다리다, 마음에 차는 물고기가 지나가면 빠르게 물로 뛰어드는데요. 이때 순막이 눈을 감싸기 때문에 물총새는 부리의 감각과 감에만 맡기지 않고 눈을 사용해 물고기를 잡을 수 있죠. 또한 물총새의 길고 뾰족한 부리 역시 물고기를 잡기에 굉장히 적절합니다. 이와 같이 뛰어난 사냥능력 덕분에 물총새는 호랑이에 비유되어, 어호(魚虎)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죠.


물고기를 빼곤 모두가 행복한 한때입니다. / Bohuš Číčel on Wikimedia commons
물고기를 빼곤 모두가 행복한 한때입니다. / Bohuš Číčel on Wikimedia commons

물총새의 삶에 물고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인지, 물총새의 구애에도 물고기는 빠지지 않습니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 물총새는 물고기를 바위에 곱게 패대기쳐 기절시킨 후, 그것을 먹는 대신 부리에 문 채 춤을 추고 암컷에게 바칩니다. 위 사진에서는 물총새의 구애행위를 살펴볼 수 있는 동시에 물총새의 암수를 구분하는 방법도 알아볼 수 있는데요. 위아랫부리가 전부 검은 오른쪽 분이 수컷, 아랫부리가 붉은 왼쪽 분께서는 암컷입니다.


물총새 깃털 물총새와 물총새 깃털 봉황입니다. / llee_wu, Michael on Flickr물총새 깃털 물총새와 물총새 깃털 봉황입니다. / llee_wu, Michael on Flickr
물총새 깃털 물총새와 물총새 깃털 봉황입니다. / llee_wu, Michael on Flickr

물총새의 자아를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했을 두 가지를 골라보자면, 하나는 사냥기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름다운 깃털이 아닐까 합니다. 무엇으로도 따라할 수 없는 아름답고 오묘한 빛깔 때문에 물총새의 깃털은 장신구를 만드는 데에도 많이 사용되었는데요. 물총새의 깃털을 사용하는 공예 기법은 점취(点翠)라고 불립니다. 점취의 취 부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총새에겐 비취에서 본뜬 예쁜 이름이 많이 붙어있습니다. 청우작(靑羽雀), 취조(翠鳥), 취벽조(翠碧鳥) 등이 그것이죠. 물총새의 중국 이름은 푸통췌이냐오(普通翠鸟, pŭtōngcuìniăo)로, 중국어를 몰라도 물총새가 사실은 비취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비취(翡翠)라는 단어가 물총새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할 정도니까요.


물총새 색에 공작 무늬인 이 돌은 과연 물총새석일까요 공작석일까요. 공작석입니다. / Bob Richmond on Flickr
물총새 색에 공작 무늬인 이 돌은 과연 물총새석일까요 공작석일까요. 공작석입니다. / Bob Richmond on Flickr

일본에서 물총새는 카와세미(川蟬, カワセミ)라고 불리는데, 이는 한자만을 보면 강매미를 의미합니다. 물총새가 물을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면 강은 이해가 됩니다만, 매미를 잘 먹지도 않는 친구에게 왜 매미란 이름이 붙었는지가 의문이죠. 사실 여기서 세미는 우연히 매미를 뜻하는 단어와 음이 일치하여 蟬이라는 한자가 붙었을 뿐, 그 유래는 매미와 관련이 없습니다. 가장 유력한 설은 공작석으로 만드는 푸른 안료인 암록청(岩緑青)을 뜻하던 소니(青土, ソニ)가 변하여 세미가 되었다는 것인데요. 또 다른 설로는 '강에 사는 등이 아름다운 새'라는 의미로 川背美라 쓰고 카와세미라 읽었다는 얘기도 있다는군요. 어쨌거나 비취 같은 아름다운 깃털이 그 유래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연꽃과 자신의 예쁨을 견주고 있는 한 쌍의 물총새입니다. / Jan Arendtsz on Flickr, 심사정, <홍련(紅蓮)> 《화원별집(花苑別集)》 제54면, 조선 1765년연꽃과 자신의 예쁨을 견주고 있는 한 쌍의 물총새입니다. / Jan Arendtsz on Flickr, 심사정, <홍련(紅蓮)> 《화원별집(花苑別集)》 제54면, 조선 1765년
연꽃과 자신의 예쁨을 견주고 있는 한 쌍의 물총새입니다. / Jan Arendtsz on Flickr, 심사정, <홍련(紅蓮)> 《화원별집(花苑別集)》 제54면, 조선 1765년

물총새는 한국의 여름철새인데요. 물가에 피는 한국의 여름꽃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연꽃이 아닐까 합니다. 그 때문에 현실에서도 그림에서도 물총새는 연꽃과 함께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쁜 것과 예쁜 것을 더하면 더 예쁜 것이 된다는 실례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연꽃의 개화시기는 7-8월이니 요즘이 딱 한창일 때지요. 연꽃을 보러 가서 겸사겸사 물총새도 만날 기회를 잡아보시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다보니 문득 연꽃이 보고 싶어져서, 이번 포스트는 이쯤에서 마치고 저는 연꽃을 보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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