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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마귀

Brown dipper, 물(O)까마귀(X)

이번 해의 7월 22일은 중복, 23일은 대서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24일로, 삼복더위 중에서도 중간인 중복과 염소뿔도 녹는다는 대서 직후이니 얼마나 덥겠습니까. 인생이고 뭐고 다 뿌리치고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글 수 있으면 그저 좋을 것 같은 7월입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다소나마 대리만족이 될 만한 새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올라간 꼬리와 긴 다리를 뽐내고 있는 물까마귀입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올라간 꼬리와 긴 다리를 뽐내고 있는 물까마귀입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오늘 소개할 새의 이름은 물까마귀입니다. 몸길이가 22cm로 직박구리보다 조금 더 작은 이 새는, 물로 시작하는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물가에 주로 서식하죠. 물까마귀의 동그란 몸과 위로 젖혀진 꼬리는 굴뚝새와 많이 닮았는데요. 사실 물까마귀의 외모만 보고 이 새가 물과 밀접한 삶을 산다는 것을 알아보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동그란 몸과 물갈퀴가 없는 발은 우리가 물새 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새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죠.


적절한 각도로 자신의 빵빵함을 다소 숨기고 있습니다. / shrikant rao on Flickr
적절한 각도로 자신의 빵빵함을 다소 숨기고 있습니다. / shrikant rao on Flickr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새는 굉장히 물가의 생활에 잘 적응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까마귀는 짧고 근육이 발달한 날개를 지느러미처럼 사용합니다. 또한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다리와 튼튼한 발톱 덕에 급류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바위를 잡고 있을 수 있죠. 혈액은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아 산소를 많이 운반할 수 있으므로 30초까지도 잠수할 수 있으며, 아마 빈혈도 없을 것입니다.


물까마귀의 먹이는 작은 물고기나 곤충의 유충들입니다. 물까마귀는 발로 바위를 잡고 머리만 물속에 넣거나, 아예 잠수하여 사냥을 하는데요. 이렇게 잡은 사냥감은 바위에 내리쳐 부드럽게 만든 후 직접 섭취하거나 새끼에게 물어다 줍니다. 특히나 날도래 유충의 경우 작은 돌을 모아 집을 만들기 때문에, 충분히 내리쳐 껍데기를 깨야만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죠.


당신을 바라보는 두 검은 새입니다. / eike, Orangeaurochs on Flickr당신을 바라보는 두 검은 새입니다. / eike, Orangeaurochs on Flickr
당신을 바라보는 두 검은 새입니다. / eike, Orangeaurochs on Flickr

물까마귀는 일본에서는 카와가라스(河烏, カワガラス), 중국에서는 허우(河乌, héwū)라고 불리는데, 둘 다 강까마귀라는 뜻입니다. 물까마귀와 까마귀는 이름에 '까마귀'가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만 딱히 관련 있는 새는 아니죠. 이와 비슷하게, 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물까마귀의 근연종인 미국물까마귀(american dipper)는 water ouzel이라고 불리는데요. 여기서 ouzel은 대륙검은지빠귀(common blackbird)를 의미하며, 마찬가지로 물까마귀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새입니다. 아마도 깃털이 검다는 공통점 탓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된 것이겠지요.


어릴 때도 다 커서도 흰 눈꺼풀을 가지고 있습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어릴 때도 다 커서도 흰 눈꺼풀을 가지고 있습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어릴 때도 다 커서도 흰 눈꺼풀을 가지고 있습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검은 갈색의 깃털 탓에 온갖 까만 새의 이름은 다 끌어다 쓰게 된 물까마귀입니다만, 사실 이 물까마귀에겐 검지 않은 의외의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윗눈꺼풀인데요. 눈을 깜빡일 때만 잠깐 볼 수 있고, 물에 들어가 사냥을 한다는 특성 때문에, 이 흰 눈꺼풀은 조류에서 볼 수 있는 제3의 눈꺼풀인 순막(瞬膜)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이 눈꺼풀은 물소리가 시끄러워 울음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강가에서 시각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과, 구애할 때 빠르게 깜빡이며 매력을 발산하기 위한 것이란 설이 있는데요. 어쩌면 단지 훌륭한 워터프루프 섀도가 생겨서 자랑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죠.


대부분의 새들이 봄이 나면 번식하는 것과 달리, 물까마귀의 번식은 일반적으로 2월, 빠르면 1월에도 시작됩니다. 심지어 수컷이 노래를 시작하는 것은 아직 한겨울인 12월이죠. 물까마귀는 바위 사이나 폭포 뒤와 같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물가에 이끼를 사용하여 둥지를 짓는데요. 위 영상에서 아직 눈이 쌓인 강가에 이끼를 물고 돌아다니는 물까마귀를 볼 수 있습니다.


물에 잘 적응하고 있는 물까마귀입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물에 잘 적응하고 있는 물까마귀입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오늘은 물을 좋아하는 까만 새지만 사실은 갈색에 가까운 물까마귀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계곡물에 몸을 담그는 행위와 자외선을 피해 집에 처박히는 행위 중 어느 행위의 기회비용이 더 큰지를 생각해보며 이번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엎픞픞프 / J.M.Garg on Wikimedia commons
엎픞픞프 / J.M.Garg on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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