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족제구리

#weaselpecker

누군가는 방학을 하고, 누군가는 휴가를 가고, 또 누군가는 언제나와 다름없는 일상을 영위할 휴가철입니다. 마음 놓고 쉬고 싶어도 이런저런 인생사 때문에 어깨가 무거울 여러분을 위해, 오늘은 뜻밖에 찾아온 인생의 짐으로 어깨가 무거운 어느 새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많은 것을 등에 지고 있는 어느 딱따구리입니다. / dadowsky on Reddit, ⓒ Mr-The-Plague많은 것을 등에 지고 있는 어느 딱따구리입니다. / dadowsky on Reddit, ⓒ Mr-The-Plague
많은 것을 등에 지고 있는 어느 딱따구리입니다. / dadowsky on Reddit, ⓒ Mr-The-Plague

위에 보이는 두 장의 사진은 오늘 소개할 사진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짤방입니다. 굉장히 정밀한 조작이 이루어진 탓에 얼핏 보고 합성이라는 것을 알기란 쉽지 않지만, 오른쪽 사진 상단의 유황앵무가 너무나 작은 것과, 지나치게 위축된 모습의 기린을 통해 이 두 장의 사진이 합성된 사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딱따구리의 황망한 눈빛에서 진실성이 느껴집니다. / ⓒ Martin Le-May
딱따구리의 황망한 눈빛에서 진실성이 느껴집니다. / ⓒ Martin Le-May

딱따구리가 족제비를 업고 있는 위 사진이 바로 오늘 소개한 짤방의 원본 사진입니다. 족제비가 너무나 잘 업혀있는 탓에 다른 합성 사진들보다도 오히려 원본이 더욱 합성 사진 같습니다만, 놀랍게도 이 사진에는 진실만이 찍혀있다고 합니다.


영국의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마틴 르메이(Martin Le-May)가 2015년 3월 2일 촬영한 이 사진은 워낙 놀라운 상황을 포착한 탓에, 공개된 직후부터 #weaselpecker라는 태그를 달고 트위터에서 유행하며 온갖 합성 짤들을 양성하였습니다. 심지어 이 사진이 촬영된 혼처치 컨트리 파크(Hornchurch Country Park)에는 이 사진에 감명받은 인근 주민이 위와 같은 표지판을 세울 정도로 그 파급력이 어마어마했던 모양입니다.


#weaselpecker / ⓒ Martin Le-May#weaselpecker / ⓒ Martin Le-May#weaselpecker / ⓒ Martin Le-May
#weaselpecker / ⓒ Martin Le-May

함께 찍힌 일련의 사진들을 통해 이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이 사진이 진실만을 담고 있다는 것을 조금 더 확실히 믿을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오늘의 짤에 등장한 동물들의 이름을 알아보자면, 밑에 있는 쪽이 유라시아청딱따구리(european green woodpecker), 위에 올라타 있는 쪽이 쇠족제비(least weasel)인데요. 자체 조사에 따르면 쇠족제비에겐 날개와 부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족제비에겐 미안하지만 오늘은 딱따구리만을 자세히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소개하는 유라시아청딱따구리입니다. / hedera.baltica on Flickr
다시 한번 소개하는 유라시아청딱따구리입니다. / hedera.baltica on Flickr

유라시아청딱따구리는 몸길이가 약 30cm인 딱따구리로, 이를 통해 쇠족제비의 몸길이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유라시아청딱따구리의 암수는 부리 옆을 살펴보면 구분할 수 있는데요. 암컷은 부리 옆이 새까만 것과 달리, 수컷은 붉은 반점이 있습니다. 즉 오늘의 짤방에 등장한 황망한 유라시아청딱따구리는 수컷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본 사진은 본문과 큰 관계는 없습니다만 귀엽습니다. / BLANCHARD ALAIN on Flickr
본 사진은 본문과 큰 관계는 없습니다만 귀엽습니다. / BLANCHARD ALAIN on Flickr

족제비를 업어보았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도, 유라시아청딱따구리는 정말 특이한 딱따구리입니다. 나무를 쪼아 딱딱거리는 소리를 낸다고 딱따구리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딱따구리 하면 생각나는 것이 나무를 쪼는 모습인데요. 유라시아청딱따구리는 상대적으로 부리가 약해 부드러운 나무만을 쫄 수 있고, 애초에 나무 자체를 잘 쪼지 않는 딱따구리입니다.


개미야....... 여기 있니......? / OhWeh on Wikimedia commons
개미야....... 여기 있니......? / OhWeh on Wikimedia commons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것은 둥지를 짓거나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인데요. 유라시아청딱따구리가 나무를 잘 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 친구들이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에 대한 걱정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대부분의 딱따구리와 달리 유라시아청딱따구리는 개미가 주식인 특이한 딱따구리입니다. 먹이가 되는 개미집이 대개 땅에 있기 때문에, 다른 딱따구리에 비해 유독 바닥에 앉아있는 사진을 많이 볼 수 있죠.


여기...... 있니......? / hedera.baltica on Flickr
여기...... 있니......? / hedera.baltica on Flickr

오늘의 짤과 같은 사진이 찍힌 것도 유라시아청딱따구리의 습성과 관련이 있는데요. 쇠족제비는 대개 토끼나 쥐와 같은 육상동물을 사냥하며, 새 중에서도 나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딱따구리를 사냥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하지만 땅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유라시아청딱따구리는 쇠족제비의 공격을 받을 수 있고, 오늘의 짤도 쇠족제비의 공격을 받은 유라시아청딱따구리가 식겁하여 날아오른 것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등에 업혔던 쇠족제비도 굉장히 식겁했던 모양인지, 유라시아청딱따구리가 바닥에 착륙하자 더 이상의 공격은 포기하고 풀밭 사이로 사라졌다고 하는군요.


쇠족제비와의 랑데부를 즐기고 있는 어느 유라시아청딱따구리입니다. / xyzxyz21 on Imgur
쇠족제비와의 랑데부를 즐기고 있는 어느 유라시아청딱따구리입니다. / xyzxyz21 on Imgur

혹시나 아직까지도 오늘 짤의 진상 여부를 의심하는 분이 계실까 하여, 극비리에 입수한 당일 아침의 합성 짤을 공개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비록 오늘의 짤의 딱따구리는 수컷이고 위 짤의 딱따구리는 암컷이지만, 이것으로 볼 때 오늘의 짤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100% 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오늘의 사진에 관한 진상 여부까지 깔끔하게 밝혔으니, 오늘의 포스트는 이쯤에서 후련하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새 글을 씁니다

새을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