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버드_온_어_사인.jpg

갈매기 금지

오늘은 7월 17일 제헌절입니다. 1950년부터 2007년까지는 공휴일이었지만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었고, 올해와 같이 월요일이라면 더욱 안타까운 날이기도 하죠. 어쨌거나 제헌절을 맞아, 오늘은 다소 위법적인 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Deal With It
Deal With It

오늘 소개할 것은 멋지게 위법하고 있는 어느 갈매기가 찍힌 짤입니다. 저 갈매기가 수많은 갈매기 중에서도 어떤 갈매기인지, 그 신원을 알아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친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위의 사진 한 장 뿐이고, 갈매기는 다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종의 루트를 통해 이 사진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찍힌 사진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핀란드의 갈매기를 전부 추적해 본 결과 이 짤의 갈매기는 아마도 갈매기(common gull)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침합니다. / Andreas Trepte, www.photo-natur.net
새침합니다. / Andreas Trepte, www.photo-natur.net

그럼 이어서, 오늘의 짤에서 갈매기가 금지된 이유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우선 갈매기에 관해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지요. 갈매기과의 새들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새들이 아닐까 합니다. 그중에서도 갈매기는 한국의 겨울 철새로, 겨울철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인데요. 겨울의 갈매기는 머리에 회갈색의 줄무늬가 생기니, 혹시 겨울 바다에서 갈매기를 만나시는 분은 뒤통수를 집중해서 봐주시면 갈매기들이 굉장히 신경 쓰여 할 것입니다.


멋지게 생선을 낚아챈 이 갈매기 사진도 마침 헬싱키에서 찍혔다고 하는군요. / Thermos on Wikimedia commons
멋지게 생선을 낚아챈 이 갈매기 사진도 마침 헬싱키에서 찍혔다고 하는군요. / Thermos on Wikimedia commons

오늘의 짤이 핀란드에서 촬영되었으니, 갈매기가 핀란드에서 무엇이라 불리는지도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핀란드어로 갈매기는 칼라로키(Kalalokki)로, 여기서 kala와 lokki는 각각 물고기와 갈매기를 뜻하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는 갈매기가 물고기를 훔치는 것 때문에 헬싱키에서 금지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물새는 생선을 주식으로 하니, 갈매기만 금지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죠. 그런 뜻에서 이 가설은 얼른 폐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속해서 얼른 새로운 가설을 세워봅시다. 만약 갈매기가 물고기가 아닌 다른 것을 훔친다면 어떨까요. 헬싱키엔 갈매기가 굉장히 많으며,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 그런 갈매기들 사이에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걸어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갈매기의 좋은 칼로리 공급원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겠죠. 헬싱키에서 갈매기가 인간의 아이스크림을 훔치는 영상을 굉장히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니, 역시 이 아이스크림 절도가 갈매기 금지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귀여운 복슬이와, 알과 아가새의 상태가 중첩되어있는 동생이 보입니다. / Lämpel on Wikimedia commons
귀여운 복슬이와, 알과 아가새의 상태가 중첩되어있는 동생이 보입니다. / Lämpel on Wikimedia commons

어쩌면 아가 갈매기의 비상식적일 정도의 귀여움이, 여러 사람의 심장을 아프게 하였기 때문에 갈매기가 금지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검은 반점이 있는 모래색 알과, 그 알에서 태어난 알과 똑같은 색의 보송보송한 아가 갈매기는 정말 귀엽죠. 하지만 모든 아가새들은 귀여우니, 이 경우 역시 갈매기만을 금지하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금지 표지판의 갈매기 그림이 갈매기뿐만 아니라 모든 새를 의미하는 상징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기엔 표지판 위에 앉아있는 갈매기와 너무 일치하지요.


Sameli Kujala on FlickrSameli Kujala on Flickr
Sameli Kujala on Flickr

이쯤에서 진실을 밝혀보자면, 위의 두 사진 중 왼쪽은 오늘의 짤의 원본이며, 오른쪽은 오늘의 짤의 원본의 원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07년 7월 1일에 촬영된 이 사진은 2009년부터 넷상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며 그 진위에 대한 논란이 일곤 했죠. 하지만 갈매기는 금지된 적이 없으며, 사실 금지된 것은 자전거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자전거가 금지된 이유에 관해선 알아낼 수가 없었는데요. 자전거가 아이스크림이라도 훔치고 다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핀란드어 위키피디아 Kalalokki 항목의 대표 사진은 어째선지 이것이고, 전 이 사진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 tsca on Wikimedia commons
핀란드어 위키피디아 Kalalokki 항목의 대표 사진은 어째선지 이것이고, 전 이 사진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 tsca on Wikimedia commons

오늘은 당당하게 법을 위반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그냥 앉아있을 뿐이었던 어느 갈매기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주는 또 다른 적법한 포스트로 돌아오기로 하며, 이번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새 글을 씁니다

새을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1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