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여름 하면 플라밍고가 생각나는 것은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목이 긴 분홍색 새는 거대한 튜브, 또는 컵홀더의 모습으로 우리의 곁에 임하며 무더운 여름을 함께하는 소중한 분홍 친구가 되어주었죠. 그런 뜻에서 오늘은 플라밍고와 관련된 어느 짤방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짤이 바로 오늘 소개할 플라밍고 움짤입니다. 플라밍고는 원래 독특하기로 유명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플라밍고 짤방을 소개한다고 하였을 때 어지간히 이상한 것이 나와도 놀라지 않겠다는 마음의 각오를 하신 분이 많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각오 같은 것은 없던 것이나 다름없게 만들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이 움짤은 정말 충격적이죠.


노란 다리와 노란 부리의 분홍 안데스플라밍고입니다. / Adrian Pingstone on Wikimedia commons
노란 다리와 노란 부리의 분홍 안데스플라밍고입니다. / Adrian Pingstone on Wikimedia commons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이 멋진 플라밍고에 관해 계속해서 알아봅시다. 플라밍고는 이 세상에 총 6종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오늘의 짤방에 등장하는 플라밍고는 그중에서도 안데스플라밍고(andean flamingo)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안데스 산맥에 서식합니다. 다른 모든 플라밍고처럼 안데스플라밍고 역시 분홍 깃털을 가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노란 다리를 가지고 있는 플라밍고는 이 안데스플라밍고가 유일합니다.


간략하게 안데스플라밍고의 신상을 알아보았으니, 이 움짤의 원출처 및 안데스플라밍고가 이런 충격적인 춤을 추는 이유에 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움짤은 'Andes: The Dragon's Back(2004)'이라는 다큐멘터리의 일부인데요. 놀랍게도 이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안데스의 춤이 아닌 안데스의 자연입니다.


당신은 방금 센터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 Michael Day on Flickr
당신은 방금 센터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 Michael Day on Flickr

대부분의 새가 춤을 추는 이유가 그러하듯이, 플라밍고의 춤 역시 구애를 위한 것입니다. 플라밍고는 몇천 마리까지도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굉장히 사회적인 새인데요. 번식기의 플라밍고들은 몇십 마리 정도의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오늘의 짤방과 같은 광란의 군무를 춥니다. 재밌는 것이, 대개 수컷만이 구애의 춤을 추는 것과 달리 이 그룹은 보이그룹이 아닌 혼성그룹이죠.


여기서 우리가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과연 6종의 플라밍고 중 안데스플라밍고들만 이런 이상한 춤을 출까요. 괜히 같은 과가 아닌 것이, 다른 플라밍고들의 춤 실력도 안데스플라밍고와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위 영상에선 쇠플라밍고(lesser flamingo)의 거대한 무리와 군무를 볼 수 있는데요. 꼬마플라밍고라고도 불리는 이 플라밍고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작은 플라밍고이며, 동시에 가장 많은 플라밍고로 1만 마리 이상이 무리를 짓는 어마어마한 친구들이죠.


서로 정다운 한 쌍의 플라밍고입니다. / Omar Bariffi on Flickr
서로 정다운 한 쌍의 플라밍고입니다. / Omar Bariffi on Flickr

그럼 다시 플라밍고의 구애에 관한 얘기로 돌아가 봅시다. 플라밍고는 기본적으로 한 마리의 짝과 일생을 함께하는 새이기 때문에, 50마리가 함께 결혼할 것이 아니라면 커다란 혼성그룹이 더 잘게 쪼개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각각의 플라밍고 종마다 세세한 프로세스는 다릅니다만, 기본적으론 한 암컷이 댄스 집단으로부터 걸어 나오며 둘의 이야기는 시작되죠. 암컷과 썸이 있는 수컷은 그 뒤를 따라 걷거나 함께 춤을 추고, 둘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절정에 달하면 교미가 이루어지며 한 쌍의 플라밍고는 영원을 약속하게 됩니다. 물론 동성끼리 짝을 이루고 살거나, 몇 년 살아보고 다른 짝을 찾는 경우도 있으니 플라밍고나 인간이나 세상살이는 뭐 그리 다르진 않습니다.


다 함께 돌돌 말려있는 플라밍고로 이번 글 마칩니다. / Andy V. on Flickr
다 함께 돌돌 말려있는 플라밍고로 이번 글 마칩니다. / Andy V. on Flickr

오늘은 플라밍고의 기묘한 군무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글을 끝맺는 이 시점까지도 플라밍고의 그 몸짓은 춤이 맞는가 하는 의심을 완전히 씻어내진 못했습니다. 플라밍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춤은 플라멩코입니다만 저 춤은 플라멩코로 보이진 않죠. 굳이 따져보자면 탱고랑 비슷한가 싶기도 한데, 이런 얘기는 탱고에게 조금 실례인가 싶어 말을 아끼며 오늘의 포스트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플라밍고가 추고 싶었던 것은 발레였을지도 모릅니다. / Ronald Woan on Flickr
사실 플라밍고가 추고 싶었던 것은 발레였을지도 모릅니다. / Ronald Woan on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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