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폴더

안장부리황새

Saddle-billed stork, 안장에 앉앙

이 세상엔 아주 다양한 새가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블로그가 소재 부족으로 고민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선택지가 너무 많은 만큼, 무슨 새에 관해 알아볼지 정하는 것은 항상 고민되는 일입니다. 이번 주도 어떤 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할까 고민하던 중, 갑작스러운 영혼의 끌림을 느껴 꽤 빠르게 주제를 정할 수 있었는데요. 어쩌면 오늘 제게 영감을 준 것은 모니터 한 구석에 항상 붙어 있던 샛노란 포스트잇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큰 키부터 붉은 가슴까지, 안장부리황새의 모든 것을 보여 주는 멋진 한 장입니다. 뒤의 작은 새들은 흰가슴가마우지(white-breasted cormorant)로, 몸길이가 80~100cm 정도이니 사실 작은 새는 아닙니다. / © Nik Borrow (CC BY-NC)

오늘 소개할 것은 안장부리황새로, 키는 150cm에 날개 너비는 250cm가 넘을 정도로 아주 거대한 새입니다. 커다란 새가 많은 황새 중에서도, 키가 가장 큰 황새를 찾아보면 바로 이 안장부리황새일 정도이죠. 안장부리황새의 날개깃 일부와 몸통 깃털은 흰색, 다른 깃털은 검은색을 띠는데요. 이 설명만 들으면 오늘의 주인공은 모노톤의 잔잔하고 단조로운 새일 것 같지만, 사실 안장부리황새는 꽤나 화려한 새입니다. 먼저 머리를 살펴보면, 부리 끝은 붉고 얼굴 앞쪽엔 빨간 피부가 드러나 있는데요. 세기말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거쳐왔을, 검정과 빨강이 번갈아 나타나는 배색은 아주 매력적입니다. 또한 가슴 가운데에는 깃털이 없어 붉은 피부가 드러나 있고, 전체적으로 검은 다리는 관절 부분만 분홍색을 띠고 있는 등 아주 구석구석 눈에 띄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안장이 검고 머리가 보송하던 시절의 안장부리황새입니다. / © Brian du Preez (CC BY-SA)노란 칠을 조금 해보았지만, 아직 검은색이 비쳐 보입니다. / © ymcampbell (CC BY-NC)

사실 안장부리황새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라면 바로 부리 위의 샛노란 무언가일 텐데요. 이 새의 이름에 안장이 들어가는 것은 바로 부리 위의 안장같이 생긴 신체 조직 때문입니다. 학명인 Ephippiorhynchus senegalensis에서 Ephippiorhynchus는 고대 그리스어로 안장(정확히는 말 등 위, 또는 말 등 위에 얹는 것)을 뜻하는 ἔφιππος (ἐπι- + ἵππος)와 부리(정확히는 코 또는 주둥이)를 뜻하는 ρύγχος가 합쳐진 것인데요. 그럼 안장부리황새도 정확히는 말등위얹는것주둥이위얹은황새가 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안장부리황새의 안장은 얼핏 보기엔 이마에서 자라난 말랑말랑한 볏일 것 같지만, 사실은 부리 위에 붙어있는 단단한 판인데요. 어린 안장부리황새의 사진에선 아직 노래지기 전의, 단단해 보이는 검은 안장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생강나무 꽃봉오리 같은 볏이 깜찍합니다. / © Elaine Bester (CC BY-NC)이렇게 붙여 놓으니 수컷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군요. / Nik Borrow on Flickr

안장부리황새는 암수의 겉모습이 거의 비슷한 새인데요. 수컷이 암컷보다 조금 더 크긴 하지만, 이건 여러 마리를 동시에 만났을 때나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임의의 안장부리황새와 독대했을 때는 몹시 곤란할 수 있죠. 또한 황새들은 대부분 울음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울음소리로 암수를 구분할 생각도 접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실 안장부리황새 수컷의 턱 밑에는 노란색의 작은 볏이 달려 있으며, 눈은 어두운 갈색입니다. 또한 암컷은 턱 밑에 볏이 없는 대신 눈이 밝은 노란색이기 때문에, 겉모습으로 암수를 구분할 수 있죠. 수컷은 볏, 암컷은 눈이 노란 것을 보니 암수의 노란색 총량은 비슷하겠습니다.


다가오는 안장부리황새입니다. / mll on Flickr다소 곤혹스러운 자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다가오는 검은머리황새입니다. / DJ Cockburn on Flickr

안장부리황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널리 서식하는 새인데요. 비록 현대의 이집트에서는 안장부리황새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에서는 안장부리황새의 모습을 한 문자 '𓅡'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영혼이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으며, '𓅡'는 그중 하나인 바(ba)를 의미했다고 하는데요. 이 문자는 종종 검은머리황새(jabiru)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검은머리황새는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황새이기 때문에, 어지간히 명성을 널리 떨치지 않았다면 이집트 상형문자로 남진 않았겠지요. 과거에는 안장부리황새도 종종 jabiru라 칭해지는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대에는 jabiru가 검은머리황새만을 뜻하게 되면서 이와 같은 혼란이 발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겅중거리는 안장부리황새로 인사드립니다. / Brian Lauer on Flickr

오늘은 부리에 안장을 얹은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제목에 안장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혹시 탈 수 있는 새에 관한 포스트를 기대하고 들어오신 분이 계시다면 조금 송구하군요. 이 새의 부리 길이는 대략 30cm 정도인데요. 그러니 몸 길이가 20cm 이상이라면 탑승은 단념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고, 그 이하라면 어떻게 잘 부탁하면 한 번쯤은 앉게 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주엔 또 어디서 영감을 얻을지 고민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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