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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배후드윙크

Bare-fronted hoodwink, 당신이 보았던 바로 그 새

지난 토요일은 민족 대명절 지구촌 대잔치의 날 만우절이었습니다. 이번 만우절에 저는 별다른 거짓말은 하지 않고 무난하게 보냈기 때문에 여러분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는지 궁금하군요. 만우절의 묘미 하면 역시 무해하고 재밌는 농담과 거짓말일 텐데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만우절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새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왠지 기시감이 느껴지신다면 착각입니다. / Abraham Chan on Flickr
왠지 기시감이 느껴지신다면 착각입니다. / Abraham Chan on Flickr

위의 사진이 바로 오늘 소개할 새인 민둥배후드윙크(bare-fronted hoodwink)입니다. 왜 제가 포스트의 첫 사진으로 굳이 흐릿하게 찍힌 사진을 선정하였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이런 흐릿함이야말로 후드윙크라는 새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이 새를 목격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 새를 얼핏 보았고 거의 알아볼 수 있었는데 아깝게 놓쳤다고 증언합니다. 후드윙크를 다년간 연구한 조류학자 Maury F.A. Meiklejohn은 이 새가 흐릿한 생김새를 가졌으며, 관찰자로부터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날아 도망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1975년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에서 도촬된 후드윙크입니다.
1975년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에서 도촬된 후드윙크입니다.

이 새의 선명한 모습을 목격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터넷으로 손쉽게 이 새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1975년 4월 1일,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의 후드윙크 전시회에 전시되었던 민둥배후드윙크의 박제인데요. 민둥배라는 이름답게 깃털이 벗겨진 배와 독특한 세 갈래의 꼬리, 그리고 알록달록한 알을 볼 수 있습니다.


비록 후드윙크가 실존하진 않습니다만, 이건 정말로 제가 아닌 후드윙크가 그린 그림이란 점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 새을 on 날개와 부리
비록 후드윙크가 실존하진 않습니다만, 이건 정말로 제가 아닌 후드윙크가 그린 그림이란 점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 새을 on 날개와 부리

오늘은 만우절이 아니기 때문에 진실을 밝히자면, 민둥배후드윙크는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새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길을 걷거나 새를 관찰하던 중 눈앞을 휙 날아 지나가는 이름 모를 새들을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1950년 Meiklejohn은 이와 같이 동정에 실패한 새들의 집합을, 민둥배후드윙크라는 가상의 한 종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전문가보다 아마추어가 이 새를 목격할 확률이 높다고 서술되는 것도 이와 같은 후드윙크의 특성 때문이지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정확하게 알아보지 못한 새가 있을 경우, 후드윙크라는 굉장히 희귀한 새를 보았다고 얘기하도록 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Bare-fronted_Hoodwink
https://en.wikipedia.org/wiki/Bare-fronted_Hoodwink

사실 후드윙크는 이름에서부터 자신이 실존하지 않는 새라는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Hoodwink는 '속이다'는 뜻이지요. 또한 dissimulate가 '위장하다', spurious가 '거짓된, 그럴싸한'이라는 의미의 단어라는 것을 알고 학명을 다시 봅시다. 여전히 굉장히 그럴싸한 학명으로 보이는군요. 라틴어는 죽어서 이제 없으니까요.


왼쪽부터 순서대로 1호, 2호, 3호입니다. / Richard Bartz on Wikimedia commons, Len Blumin on Flickr, Mdf on Wikimedia commons왼쪽부터 순서대로 1호, 2호, 3호입니다. / Richard Bartz on Wikimedia commons, Len Blumin on Flickr, Mdf on Wikimedia commons왼쪽부터 순서대로 1호, 2호, 3호입니다. / Richard Bartz on Wikimedia commons, Len Blumin on Flickr, Mdf on Wikimedia commons
왼쪽부터 순서대로 1호, 2호, 3호입니다. / Richard Bartz on Wikimedia commons, Len Blumin on Flickr, Mdf on Wikimedia commons

후드윙크가 실존하지 않는 새라면 후드윙크의 박제는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요. 누군가가 후드윙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후드윙크의 박제 역시 만들어내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후드윙크의 박제는 까마귀의 머리, 물떼새의 몸, 섭금류의 다리를 사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후드윙크는 수많은 이름 모를 새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새를 사용하여 만든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민둥배후드윙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위인 민둥한 앞면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왁스를 사용했다고 하는군요.


대충 멸종 위기쯤(Approximately endangered, AP)의 희귀한 새 화질구지입니다.
대충 멸종 위기쯤(Approximately endangered, AP)의 희귀한 새 화질구지입니다.

후드윙크와 비슷한 새의 예로는 화질구지가 있습니다. 물론 두 새가 생겨난 경위는 상당히 다릅니다. 화질구지는 어느 성지에서 자연발생하였고, 후드윙크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새들은 가상의 새이지만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고, 흐릿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 비슷한 부분이 꽤 많습니다. 왠지 모르게 저 둘이라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마지막으로 어느 유명한 만우절 영상을 소개하는 제 포스트를 광고하며,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미스테리어스한 전설의 새에 관해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수 있다니 오늘은 굉장히 기쁘고 보람찬 날이 아니었나 싶군요.


어쩌다보니 후디의 자화상을 입수하여, 색칠하기 페이지 남기며 이번 글 정말로 마칩니다.
어쩌다보니 후디의 자화상을 입수하여, 색칠하기 페이지 남기며 이번 글 정말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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