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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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이쯤이면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올해가 2020년이란 것을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2010년대를 10년이나 살아왔다 보니, 날짜를 쓸 일이 있을 때면 별생각 없이 201을 썼다가 1을 2로 고쳐 2020을 완성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2010년대에 작별 인사를 보내는 의미로, 오늘은 숫자 1을 닮은 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이 짤들입니다. 위의 짤은 이 새가 평소엔 날개와 다리가 달린 거대한 머리같이 생겼지만, 갑자기 쭉 늘어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 짤은 새 전문가가 자기 손을 잡고 이 새의 목에 관해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죠. 비록 여러 가지 한계로 제가 여러분의 손을 잡아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이 새에 관해 설명을 해 드릴 기회는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짤의 왼쪽 아몬드 닮은 새가 오른쪽같이 길어진다는 것을 아직 납득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움짤도 하나 준비해 보았습니다. 충분한 각오가 없이는 다소 감당하기 힘든 현실입니다만 아무쪼록 감당해 주시길 바랍니다.


killiajk, IBC940123. Accessible at hbw.com/ibc/940123Peter Wallack on Wikimedia commonsPhoto by H.Rufe

세상에 이런 새가 정말 실존하는지, 혹시 합성이나 CG는 아닌지 확인해 보기 위해 이 사진들의 원출처를 알아보았는데요. 목이 짧은 두 사진의 출처는 각각 여기여기이며, 목이 긴 사진 출처는 여기입니다.


또한 움짤의 출처는 위의 영상인데요. 약 3분 정도의 영상인데, 움짤은 위 영상의 1분 8초 무렵입니다. 이때의 움직임이 가장 극적이긴 합니다만, 다른 부분 역시 눈을 뗄 수 없으니 처음부터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검은 회색 사이로 어렴풋이 녹색이 보입니다. / Kevin Vance on Flickr

길어지는 오늘의 새는 아메리카검은댕기해오라기입니다. 몸길이는 44~46cm 정도로 왜가리과의 새 중에선 작은 편이죠. 이 새의 영명은 green heron이고 학명은 Butorides virescens인데, green과 virescens는 각각 영어와 라틴어로 녹색을 띤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같은 이름이 붙은 것은 이 새의 머리와 등에 녹색 광택이 돌기 때문인데요. 광택을 사진으로 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지, 이 부위는 짙은 회색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아 녹색이 들어가는 이름이 다소 비직관적인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녹색 광택이 잘 보일 경우, 이 새는 마치 청동으로 만들어진 것같이 보이기도 하죠. 녹색 등뿐만 아니라, 앞쪽에서 보면 흰 줄무늬가 있는 적갈색 목 역시 이 새들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오늘의 사진 중 가장 새 같은 사진인 것 같습니다. / Kelly Colgan Azar on Flickr

그럼 이제 아메리카검은댕기해오라기의 목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를 알아볼 차례인데요. 진실을 바로 알아보면 재미 없으니 우선 몇 가지 가설을 세워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이 새는 마법적인 변신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이 해오라기의 목은 가만히 있는데, 보는 사람의 마음이 길어지면 목도 길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죠. 어쩌면 이 세상엔 목이 짧은 해오라기와 긴 해오라기가 쌍으로 존재하며, 육안으로 관찰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서로 바꿔치기되는 것은 아닐까요. 사실 이 새들은 평소에 목을 S자로 접고 있는데, 긴 목 깃털 때문에 그 구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오늘 소개한 사진들은 가장 극단적인 상태의 아메리카검은댕기해오라기를 보여주며, 그 중간 단계는 오늘의 짤들보다 새에 가까운 모습인 것을 알 수 있죠.


둥지 근처의 부모를 보고 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 racie Hall on Flickr

이 해오라기의 목은 안 그래도 긴데, 깃털 때문에 굵어 보이기까지 해서 구조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기묘한 새를 이해하기 위해 깃털을 걷어 내려면 골격 구조를 찾아보는 것이 제일일 텐데요.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아직 깃털은 뿍실하게 자라기 전이지만 체형은 어느 정도 부모와 비슷해진 아가 새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위의 빛나는 민들레 홀씨들은 어린 아메리카검은댕기해오라기들인데요. 아직 깃털이 자라지 않아서 S자로 접고 있는 목 구조를 그대로 볼 수 있으며, 마음속으로 그 위에 긴 깃털을 덮어씌워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잘 늘어난 아메리카검은댕기해오라기로 마무리해 봅니다. / © Mark Rosenstein (CC BY-NC-SA)

오늘은 목이 잘 늘어나는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이 새는 목이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새인데요. '빵조각으로 낚시하는 새'라는 제목으로 돌던 유명한 움짤의 주인공도 바로 아메리카검은댕기해오라기입니다. 언젠가 이 낚시 짤에 관해 소개하며, 이 새에 관해서 또 얘기해 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아메리카검은댕기해오라기만큼은 무리겠지만, 목 스트레칭에 힘써 현대인의 질병 거북목 예방하여 2020년 잘 살아가 보도록 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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