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지독하게 얽히고 싶다

이렇게는 말고;;;;;

언젠가부터 유행하는 표현 중에 '지독하게 얽히고 싶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이 호감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고 싶을 때,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바람을 극단적인 말투로 나타냄으로써 오히려 유머러스한 느낌을 주는 표현인데요. 오늘은 이 용례와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거나 지독하게 얽힌 새들에 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이 짤입니다. 얼핏 보면 머리가 두 개 달린 새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두 마리의 목이 긴 새가 얽혀 있음을 알 수 있죠. 화질이 그리 좋지 않고 깃털도 하얗기 때문에 어디가 어떻게 얽혔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새들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게 꼬여 버렸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얘기부터 해 봤자 저 새들이 괜찮을지가 걱정되어 설명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분들이 많으실 테니, 우선 저 새들의 문제가 해결되었는지를 확인한 후 다른 얘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사진은 위의 구조 영상의 일부분입니다. 라트비아의 사진사 형제 Alexander Drozdov와 Vitaly Drozdov는 어느 날 강가를 걷던 중 이상한 소리를 들었는데요. 그 소리를 따라가자 보인 것은 물 위에 뜬 채 목이 얽혀 있는 두 마리의 새였습니다. 다행히도 강 저 멀리 있던 새들이 가까이 다가온 덕분에 형제는 두 새의 엉킴을 풀어 줄 수 있었는데요. 이 영상이 촬영된 것은 2009년이며, 그로부터 6년 후인 201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에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위의 영상은 구조 순간만을 담은 짧은 버전의 영상이며 여기에서 전후 사정이 조금 더 담긴 풀버전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맹렬하게 등장하는 혹고니입니다. / themadbirdlady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혹고니(mute swan)입니다. 몸길이가 약 1.5m로 아주 큰 새인데, 위 영상에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보면 이 새가 얼마나 큰 새인지를 더 잘 실감할 수 있죠. 혹고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부리 위에 볼록 튀어나온 혹 때문인데요. 혹고니는 평소엔 암수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번식기가 되면 수컷의 혹이 더 커지기 때문에 암수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혹고니의 학명은 Cygnus olor인데, 이는 고대 그리스어로 고니를 뜻하는 κύκνος(kyknos)와 라틴어로 고니를 뜻하는 olor가 합쳐진 것인데요. 혹고니의 학명에 고니가 두 번이나 들어간 것에 대해 다른 고니들은 불만이 없을지 좀 궁금합니다.


고니는 긴 목과 흰 깃털 때문에 고상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 고니 중에서도 특히 영역을 지키는 수컷은 정말 난폭하니 조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수컷 혹고니들은 싸울 때 서로를 날개로 후려치고, 상대의 등을 물어 깃털을 뽑아 버리려 하는데요. 둘 다 상대의 등을 노리다 보니 목이 교차되어 서로 휘감긴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보통은 더 약한 수컷이 물러나면서 싸움이 끝나지만, 오늘의 고니들은 특별히 더 격렬한 싸움을 하던 끝에 저런 봉변을 당하고 만 것 같군요.


새끼와 함께 있는 고니들 역시 아주 조심하도록 합시다. / Rachel Kramer on Flickr

오늘의 영상을 보면 고니들이 먼저 인간 쪽으로 다가오는데, 이는 마치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이 보입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늘의 새들이 저런 상황에서도 자기 영역에 들어온 인간을 쫓아내기 위해 다가왔을 것이라 추측하는데요. 고니는 자기 영역에 들어온 존재라면 다른 고니뿐만 아니라 오리, 개, 인간 등 모든 생명체를 쫓아냅니다. 하지만 고니의 목적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인간에게 다가온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인데요. 만약 인간이 고니를 구하려 물에 들어갔다면 위협을 느낀 고니가 도망치거나 공격하기 위해 갑자기 움직여서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방치되었다면 고니들이 아사하거나 익사했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죠.


혹고니의 맹렬한 부분만 보여드린 것 같아, 다정한 한때의 모습도 남깁니다. / pete beard on Flickr

오늘은 지독하게 얽힌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지독하게 얽히고 싶은 것은 자신이 호감을 갖고 있는 상대일 텐데, 이 새들은 오히려 서로 적의를 갖고 있는 상대끼리 얽혀 버렸군요. 영역을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만, 앞으로는 서로 엉키지는 않을 정도로 격렬하게 싸우며 건강하게 살아주었으면 합니다. 다음 주는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주간이니 사랑이 깊은 새들을 소개하기로 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새 글을 씁니다

새을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태그
날개와 부리
날개와 부리
구독자 1,434

0개의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로운 알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