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Winged_prism.jpg

무지개 날개

일상생활에서 보기 힘든, 드물고 독특한 존재들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새로 예를 들자면 선명하고 예쁜 분홍 깃털의 새, 검은 새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흰 새, 또는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무지개색 새 등이 있을 텐데요. 마침 이 글이 올라가는 날은 한 해의 마지막 날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마음을 먹기 좋은 시기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땐 노력뿐만 아니라 다소의 행운 역시 필요한 법이죠. 그런 뜻에서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행운을 줄 것 같은 어느 무지개색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두 장의 사진입니다. 역광 때문에 새의 얼굴이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그래서 오히려 투명하고 화려한 날개와 꽁지깃에 더 집중할 수 있죠. 영롱한 빛깔로 빛나는 새와, 그런 새를 비추는 태양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운을 줄 것 같은 영험한 느낌이 드는데요. 혹시 영험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셨다 하더라도, 예쁜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 다소 과장된 수사를 사용했을 뿐이니 관대한 마음으로 넘어가 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사진의 원작자는 사진가이자 화가, 영상 제작자인 Christian Spencer입니다. Spencer는 2011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벌새를 촬영하여 'The Dance of Time'이라는 영상을 제작하였는데요. 보통은 어떤 이상한 새라도 영상을 보면 현실의 존재라는 실감이 나는데, 이 무지갯빛 새들은 움직이는 모습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인 느낌이 듭니다. 2011년 이후로도 Spencer는 햇빛을 받아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새들을 포착해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여기에선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더 많은 새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사진들엔 반짝임이 느껴지는 제목이 붙어 있으며, 오늘의 사진의 제목은 왼쪽부터 각각 '무지개 발레(RAINBOW BALLET)'와 '날개 돋힌 프리즘(WINGED PRISM)'이라고 합니다.


부리도 곧고 자세도 곧은 편입니다. / © Diogo Luiz (CC BY-SA)

사진의 새는 긴 부리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벌새의 일종이며, 그중에서도 정확히는 검은자코뱅벌새(black jacobin)입니다. 몸길이는 12.8cm 정도이며, 브라질부터 파라과이, 우루과이를 지나 아르헨티나에 걸친 대서양림에 서식하는 벌새이죠. 벌새는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한 경우가 많은데, 검은자코뱅벌새는 암수의 겉모습이 유사한 것이 특징적입니다. 이 새의 이름에 자코뱅이 들어가는 것은 검고 흰 깃털이 자코뱅이라 불리던 도미니크회 수도사의 옷과 닮았기 때문인데요. 이 포스트에서 자코뱅에 관한 조금 더 자세한 설명 보실 수 있습니다.


변신벌새 블랙 자코뱅의 평소 모습입니다. / © Rob Van Epps (CC BY-NC)

검은자코뱅벌새의 학명인 Florisuga fusca에서 fusca는 라틴어로 검은색을 뜻하는 fuscus가 그 유래입니다. 벌새는 워낙 화려한 새로 유명하다 보니, 이 새의 검은 깃털은 다소 심심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텐데요. 특히나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과할 정도로 다채롭게 빛나는 모습을 먼저 접하였기 때문에, 평소의 모습도 아주 화려할 것이라 기대한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소의 모습이 수수하기 때문에,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한데요. 평소엔 수수해 보이지만 사실은 힘을 숨기고 있고, 여차하면 각성하여 다른 사람같이 변하는 존재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취향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 새의 검은 깃털도 벌새 특유의 녹색 광택을 띠기 때문에, 수수하다고만 말하면 다소 어폐가 있지 않은가 싶네요. 


멋진 등으로 이번 글 마무리합니다. / © Terry Rosenmeier (CC BY-NC)

오늘은 행운을 뿌려주고 갈 것 같은 무지갯빛 벌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혹시 2019년을 어둡고 힘든 해라 여기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2020년은 햇빛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는 해가 되리라 믿습니다. 반면에 2019년이 정신없이 바쁘고 화려하여 버거우셨던 분들은, 잠시 날개를 접고 조용한 휴식을 취하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아닐까 싶네요. 어떤 모습으로든 원하시는 바 큰 고난 없이 이룰 수 있는, 행운 가득한 2020년 되시길 바라며,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트에 화려함은 충분했지만 복슬함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 채워두고 갑니다. / © Rob Van Epps (CC BY-NC)

새 글을 씁니다

새을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태그
날개와 부리
날개와 부리
구독자 1,113

1개의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로운 알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