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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닭

Eurasian coot, 물닭이 너의 곁을 걷는다

날이 많이 추워졌다 했더니 어느새 12월이 되었습니다. 지난 몇 주간 연속해서 바다 건너 새들에 관한 포스트만 작성했기 때문에, 이번 포스트에서는 추워지면 한국에 찾아오는 새에 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검은 몸에 선명한 흰 부리가 매력적입니다. / Ekaterina Chernetsova (Papchinskaya) on Flickr
검은 몸에 선명한 흰 부리가 매력적입니다. / Ekaterina Chernetsova (Papchinskaya) on Flickr

위 사진의 검고 통통하고 빵빵한 새가 바로 오늘 소개할 새인 물닭입니다. 한국에선 겨울 철새로 알려져 있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일 년 내내 머물다 가기도 하는 새이지요. 물닭의 이름은 물에 살면서 체형이 닭을 닮은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물닭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검색엔진에 물닭을 검색해보면 제일 먼저 알 수 있는 것은 전국의 물닭갈비에 관한 정보인데요. 놀랍게도 물닭과 물닭갈비는 별로 관련이 없습니다. 중국에서 물닭은 骨顶鸡, 또는 白骨頂이라고 불리며, 그대로 번역해보면 정수리가 뼈인 닭, 또는 흰 뼈 정수리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머리의 하얀 이마판이 뼈가 드러난 것처럼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나 봅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물닭, watercock, waterhen입니다. / Victor, Koshy Koshy, Tony Hisgett on Flickr왼쪽부터 순서대로 물닭, watercock, waterhen입니다. / Victor, Koshy Koshy, Tony Hisgett on Flickr왼쪽부터 순서대로 물닭, watercock, waterhen입니다. / Victor, Koshy Koshy, Tony Hisgett on Flickr
왼쪽부터 순서대로 물닭, watercock, waterhen입니다. / Victor, Koshy Koshy, Tony Hisgett on Flickr

수탉과 암탉은 영어로 각각 cock과 hen이라 불립니다. 그렇다면 watercock과 waterhen은 물닭의 수컷과 암컷을 지칭하는 말일까요. 놀랍게도 watercock과 waterhen, 그리고 물닭은 셋이 각각 다른 종의 새입니다. Watercock은 뜸부기, waterhen은 쇠물닭을 뜻하며, 물닭의 영어이름은 eurasian coot입니다. 이 세 종의 새는 전부 뜸부기과에 속하는 새이니, 나중에 뜸부기과 대잔치 같은 모임에서 얼굴 마주쳤을 때 서로 민망하지 않도록 헷갈리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줍시다.


물닭의 영명이 watercock도 waterhen도 아닌 coot이란 것을 얘기했는데요. 그렇다면 이 이름의 유래는 무엇일까요. coot이란 이름은 물닭의 울음소리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막상 물닭의 울음소리를 들어보면 coot보다는 누르면 소리가 나는 아기 장난감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개인적으론 물닭이 정말로 쿳쿳 울었어도 재밌었을 것 같습니다. 왠지 오른날개에 오골계가 봉인되어 있거나 쿳... 나는 죽음의 천사다... 쿳쿳... 같은 얘기도 할 것 같고 말이죠. 하필 색도 흑백에 빨강이라니 그쪽에 잘 먹힐만한 색은 다 가지고 있군요.


물닭과 물수제비를 합쳐 물닭수제비라는 캡션을 달려고 했지만 실존하는 음식 이름 같은 어감이라 그러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 Ekaterina Chernetsova (Papchinskaya) on Flickr
물닭과 물수제비를 합쳐 물닭수제비라는 캡션을 달려고 했지만 실존하는 음식 이름 같은 어감이라 그러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 Ekaterina Chernetsova (Papchinskaya) on Flickr

닭이 들어가는 이름과 빵빵한 체형 때문에, 물닭은 날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런 편견과 달리 물닭은 굉장히 잘 나는 새인데요. 하지만 물닭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로 벌써 놀라면 안 됩니다. 이 새들은 물 위를 달릴 수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물닭이 물 위를 달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커다랗고 표면적이 넓은 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협을 발견한 물닭은 빠르게 달려 도망가거나, 물 위를 달리며 추진력을 얻어 날아오르곤 합니다.


어린 물닭도 커다란 발을 가지고 있습니다. / Joe on Flickr
어린 물닭도 커다란 발을 가지고 있습니다. / Joe on Flickr

머리와 부리가 흰 성체와 달리, 붉은 머리에 노란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자란 어린 물닭은 물 위에 뜨는 둥지에서 부모의 돌봄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어린 물닭들의 삶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은 것이, 새끼들이 먹이를 너무 심하게 조를 경우 부모가 새끼를 공격하는 것이 종종 관찰된다고 합니다. 먹이가 부족한 환경일수록 이 공격은 더 심해지고, 이 때문에 어린 물닭은 생후 10일까지의 사망률이 굉장히 높다고 하는군요. 물닭들에겐 다른 물닭의 둥지에 알을 낳는 동종 탁란 습성이 있는데, 물닭이 새끼를 공격하는 것은 이런 탁란된 새끼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물닭의 가까운 친척인 미국물닭(american coot)의 경우, 탁란된 새끼가 더 늦게 부화하기 때문에 부모는 가장 어린 새끼부터 공격한다고 하는군요.


물닭들의 삶과 육아에서 먹이가 몹시 중요하기 때문인지, 물닭들의 영역 다툼은 정말로 치열합니다. 이 호전적인 새들은 영역 다툼에 수컷뿐만 아니라 암컷도 참여하기 때문에, 패싸움 수준의 영역 다툼도 때때로 볼 수 있습니다. 영역 다툼을 할 때 물닭들은 서로 물 위를 달려 쫓고 쫓기고, 큰 발로 상대를 잡은 채 목을 물기도 합니다. 물닭들의 발은 맹금처럼 날카롭진 않지만 커다란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죠. 혹시 물가를 지나가다가 엉덩이를 치켜세우고 깃털을 잔뜩 부풀린 채 머리를 숙이고 서로 경계하고 있는 물닭을 보신다면 높은 확률로 곧 싸움이 일어날 테니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지켜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 호전적인 새가 평소엔 오리들과도 무리를 이루고 산다니 참 신기합니다. / J. Maughn on Flickr
그 호전적인 새가 평소엔 오리들과도 무리를 이루고 산다니 참 신기합니다. / J. Maughn on Flickr

오늘은 검고 빵빵한 새 물닭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 물닭과 모 게임의 모 캐릭터가 닮은 것으로 화제가 된 것을 보았는데요. 저는 그 게임에 관해선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과연 물닭과 해당 캐릭터가 외모뿐만 아니라 습성이나 성격 면에서도 유사성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하며 오늘의 포스트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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