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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모솔새

Goldcrest, 겨울 국화

2016년이 이제 겨우 열흘 남짓 남았습니다. 과연 올해는 무엇을 하였나 결산하고 자책하는 시기가 돌아왔지요. 그러면서도 휴일의 분위기와 새해에 대한 희망으로,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알면서도 묘하게 마음이 들뜨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우울하고 혼란스러운 연말을 조금이라도 귀여움으로 채울 수 있도록, 이번 주부터 삼 주간은 겨울과 연말에 어울리는 따뜻하고 작고 동그란 새들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상모솔새의 멋진 옆모습입니다. / f.c.franklin on Flickr

이번 주에 소개할 첫 번째 동그란 새는 바로 상모솔새입니다. 머리 위에 예쁜 노란색 상모(象毛)를 달고 있는 솔새라는, 굉장히 직관적이고 알기 쉬운 이름이죠. 몸길이가 10cm도 안 되는 상모솔새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새이기도 합니다.

 

추운 상모솔새를 찾아라.(초급) / Helmuts Meskonis on Wikimedia commons

상모솔새는 한국에서 겨울을 나는 새입니다. 추운 곳에서 겨울을 나는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체온을 낮추고 대사작용을 느리게 하여 에너지를 아끼는데요. 상모솔새들은 체온을 낮췄다 올리는 것이 오히려 더 비효율적일 정도로 작은 새이기 때문에 조금 다른 방법을 사용합니다. 바로 겨울 내내 정상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상모솔새들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낮 동안 지방을 축적하고, 밤이면 연소시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정상 체온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빵빵하다 못해 구에 가까운 체형으로 상모솔새 솜털의 복실함을 알 수 있습니다. / Cliff Watkinson on Flickr

그래서 상모솔새들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의 체온과 솜털을 사용하는데요. 몸에 비해 복슬복슬한 상모솔새의 솜털은 열손실을 막는데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이 복슬복슬한 상모솔새 두 마리가 붙어있다면 1/4, 세 마리가 함께 붙어있다면 1/3까지 열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군요. 따뜻하고 작고 복슬복슬한 새들이 잔뜩 모여서 추위를 이겨낸다니 참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운 생존전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왼쪽부터 각각 상모솔새의 암컷과 수컷입니다. / Missy2004, michael bamford on Flickr왼쪽부터 각각 상모솔새의 암컷과 수컷입니다. / Missy2004, michael bamford on Flickr

상모솔새의 보송보송하고 따끈따끈한 내면을 살펴보았으니, 이젠 그들의 멋진 외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은 새들의 외모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화려한 머리깃인데요. 상모솔새 암컷은 노란색, 수컷은 주황색이 섞인 노란색의 머리깃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모솔새의 일본 명칭은 키쿠이타다키(菊戴, キクイタダキ), 중국 명칭은 따이쥐(戴菊, dàijú)로, 번역해보면 정수리에 국화를 이고 있다는 뜻인데요. 이 얘기를 듣고 보니 노랗고 빨간 머리깃이 꼭 국화를 얹어놓은 것처럼도 보입니다.


불꽃을 얹고 당신을 바라보는 상모솔새입니다. / Jo Garbutt on Flickr

상모솔새의 영명은 goldcrest입니다. 금빛의 머리깃이라는, 상모솔새 못지않게 직관적인 이름이죠. 이 금빛 머리깃이 마치 불꽃같이 보였기 때문인지 상모솔새는 불꽃 운반자(flame bearer)라는 명칭으로도 불리는데요. 이와 같은 명칭에 걸맞게, 이 작은 새는 전설 속에서 인간에게 불을 처음 전해주는 어마어마한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불꽃은 태양과도 연관되어, 상모솔새는 태양에게 바쳐지는 제물인 동시에 가는 해를 상징하는 새이기도 하죠.


황금관을 쓰고 당신을 내려보는 상모솔새입니다. / Jo Garbutt on Flickr

유럽에서는 이 머리깃이 왕관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여, 상모솔새를 새들의 왕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상모솔새의 학명은 Regulus regulus로 작은 왕, 또는 왕자를 뜻하는 regulus가 두 번이나 들어가 있죠. 상모솔새가 새들의 왕이 된 것에 대해선 재밌는 전설이 있는데요. 먼 옛날 새들은 자신들의 왕을 정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그들의 왕이 되기로 하였죠. 새들은 날아올랐고, 수리는 손쉽게 다른 새들을 제치고 가장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모두들 수리가 새들의 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수리의 꽁지깃 속엔 작은 새가 한 마리 숨어있었습니다. 한참을 난 수리가 지치자, 작은 새는 꼬리에서 나와 수리보다 높이 날아올랐고 새들의 왕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상모솔새였죠.


멧도요의 측면입니다. / Dave Curtis on Flickr

사실 본 블로그에서 상모솔새에 관해 처음 언급한 것은 멧도요에 관한 포스트였습니다. 상모솔새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가장 작은 새인데요. 그렇다 보니 혼자서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하고 멧도요나 올빼미 같은 새를 타고 다닌다는 속설이 있어 멧도요 파일럿(woodcock pilot)이라고도 불립니다. 커다란 새의 깃털 속에 숨어다닌다는 속설은 위에서 얘기했던 새들의 왕 전설과도 관련 있지 않을까 싶네요. 비록 상모솔새가 이주 중에 다른 새들을 타고 다니진 않지만, 인간의 청어 낚싯배에 잠시 쉬어가는 일은 꽤 잦았나 봅니다. 그래서 서퍽(Suffolk)의 어부들은 상모솔새를 청어 되새(herring spink) 또는 바다 위의 작은 새(tot o'er seas) 같은 이름으로 불렀다고 하는군요.


'^' / BiteYourBum.Com Photography on Flickr

오늘은 머리에 불꽃을 얹은 작은 왕, 상모솔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부릿가의 검은 무늬 때문에 가끔 우울해 보이는 표정이 매력 포인트인 상모솔새의 사진으로 이번 포스트 마치며, 다음 주는 또 다른 작고 동그란 왕에 관한 포스트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 GrahamC57 on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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