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집에_갈래.jpg

지쳤어

날씨에 관한 얘기로 글을 시작하는 것은 참 진부하긴 하지만 또 그만큼 무난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포스트 역시 날씨 얘기로 시작하려 하였는데, 아무리 여름이 찾아왔다고는 해도 최근 너무 많은 포스트를 덥고 습하다는 얘기로 시작하였더군요. 아무래도 다음 포스트부턴 더 신선한 화제를 찾아보아야 하겠는데요. 하지만 오늘의 포스트에선 이미 덥고 습한 얘기가 나와버렸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주위의 습기를 모두 모아 습하다 못해 축축한 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됐어 집에 갈래.어떻냐고? 어떻겠냐.

오늘 소개할 것은 축 쳐진 어느 갈색 존재에 관한 짤인데요. 부리와 날개 같은 부분이 있는 것을 보면 새인가 싶긴 한데, 이 사진만으로 단언하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이 친구가 아주 축축하게 젖어 있으며 지쳐 보인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텐데요. 한국에서 이 짤은 2012년 무렵 '당신이 퇴근할 때 모습'이란 제목으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행하였으며, 그 후로도 각종 지친 상태를 표현할 때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Elise on Flickr

이 축축이의 정체는 물에 흠뻑 젖어 버린 킹펭귄 새끼입니다. 평소 우리가 보는 킹펭귄 새끼는 갈색 솜털이 보송보송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실루엣이 키위같이 둥그렇고, 가끔은 어른 펭귄보다 커 보이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물에 젖어 솜털이 몸에 달라붙으면 빵빵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어린 펭귄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죠. 이 짤의 원본 사진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7년 1월 사우스 조지아 섬에서 촬영되었으며, 원출처는 여기인데요. 사우스 조지아 섬이 있는 남반구의 1월은 여름일 테니, 이 아기 킹펭귄은 축축하긴 해도 춥지는 않았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아주 축축한 킹펭귄을 소개하고 있으니, 아주 뽀송한 킹펭귄 사진으로 포스트의 습도를 맞춰 보도록 하겠습니다. / David Stanley on Flickr

바다에서부터 펭귄의 발 밑까지 물 자국이 이어져 있고, 원출처에도 수영 얘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오늘의 주인공은 물속에 들어갔었던 모양인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론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처음 경험하는 바다에 꽤나 호되게 당한 모양입니다. 어린 펭귄의 솜털은 깃털보다 방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 갈색 친구는 물에 닿는 순간부터 속수무책으로 축축해지기 시작했을 텐데요. 그래도 머리 꼭대기의 솜털은 가까스로 뽀송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니 어찌어찌 머리는 물에 담그지 않을 수 있었나 봅니다. 오늘 사진의 원출처에선 축축펭귄과 같은 날 촬영된 다른 펭귄들의 사진도 볼 수 있는데요.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다른 아가펭귄들은 뽀송한 것을 보아 오늘의 주인공은 혼자서 입수를 감행했던 듯합니다. 과연 무엇이 이 펭귄으로 하여금 그런 행동을 하게 했을지 궁금하지만, 그건 당사자만이 알고 있겠죠.


비가 와도 매끈한 펭귄과 지친 갈색 덩어리의 대비가 눈에 띕니다. / Anita Ritenour on Flickr

오늘의 주인공은 바다에서 축축함만을 배워 오고 말았지만, 모든 펭귄은 언젠가는 바다로 가야만 하는데요. 킹펭귄은 바다에서 오징어나 크릴새우 등을 사냥하는데, 이를 위해서 300m 이상 깊은 바다에도 잠수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오늘의 사진은 '당신이 퇴근할 때 모습'이란 제목으로 유행했는데요. 펭귄의 삶과 현대인의 삶을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마음을 넓게 가지면 펭귄이 물에 들어갔다 나오는 일을 현대인의 출퇴근에 비유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펭귄은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며, 현대인은 직장에 가서 돈을 벌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죠. 그렇다면 몸은 다 컸지만 솜털은 보송한 새끼 킹펭귄의 수영은 직업 체험이나 인턴 단계에 비유할 수도 있을 텐데요. 비록 지금은 물속에 들어가 봤자 속절없이 축축해질 뿐인 어린 킹펭귄도, 언젠가는 방수 깃털을 가진 멋진 어른 킹펭귄이 되어 바다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축축하지만 눈빛은 또렷한 킹펭귄입니다. / Ville Miettinen on Flickr

오늘은 축축하고 지친 어린 킹펭귄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킹펭귄에 관한 포스트는 이걸로 세 번째인데, 어쩌다보니 전부 복슬복슬하고 갈색인 어린 시절과 관련된 내용을 주로 소개하였더군요. 이 밑에 지금까지 작성했던 다른 킹펭귄들에 관한 포스트 링크 남기며,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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