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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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영화 '폴리(Paulie)'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같이 꿉꿉한 날에는 아주 간단한 일을 위한 외출도 내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쓰레기를 내놓는다든가, ATM에서 현금을 찾는다든가, 용사로서 사악한 드래곤과 마왕을 물리치고 온 나라에 이름을 떨친다든가 하는 아주 사소한 일들 말이죠. 그런 뜻에서 오늘은 당신의 작은 심부름을 대신 해 줄지도 모르는 아주 똑똑한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ATM에서 돈을 꺼내는 새가 있는 움짤입니다. 카드를 넣고 지폐를 꺼내는 동작이 아주 능숙한 것이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것 같은데요. ATM과 지폐의 생김새를 잘 살펴보니 이 움짤의 배경은 아무리 봐도 한국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외국의 앵무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ATM을 사용하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는데요.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도 국가 조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까치와 비둘기에게 ATM 사용법을 교육해야 할지도 모르겟습니다.


사실 이 움짤은 1998년 개봉한 영화 '폴리(Paulie)'의 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움짤 속의 새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 폴리(Paulie)이죠. 영화의 아주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말은 잘 하지만 잘 날지 못하던 앵무새 폴리는 어린 인간 친구 마리와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사건을 겪은 폴리는 결국 집으로 돌아와 어른이 된 마리와 재회하게 되죠. 오늘의 움짤은 그중에서도 폴리가 잠시 범죄의 길에 발을 들였던 순간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엔 파란 머리가 총 둘 있습니다. / © Diego Carús

오늘의 움짤의 정체를 알아보았으니, 이어서 이 움짤에 어떤 새가 등장하는지 알아보도록 할 텐데요. 폴리는 푸른머리패러킷(blue-crowned parakeet)이란 종의 앵무입니다. 영명을 그대로 읽은 블루크라운패러킷이라 불리기도 하며, 때로는 블루크라운코뉴어(blue-crowned conure)라고 불리기도 하죠. 이 새는 조류학자나 탐조인 커뮤니티에서는 패러킷으로, 반려조 커뮤니티에서는 코뉴어라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반려조로 익숙한 새이기 때문에 블루크라운코뉴어라 불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 포스트에서도 더 잘 알려진 블루크라운코뉴어란 명칭을 사용할까 했습니다만, 고심 끝에 블루크라운패러킷을 좀 더 현지화한 명칭인 푸른머리패러킷을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길고 뾰족한 꼬리가 매력적입니다. / © marcelo_allende

푸른머리패러킷은 몸길이 35cm 정도의 꼬리가 긴 앵무인데요. 오늘의 움짤에서 폴리가 인출한 지폐의 가로 길이가 15cm 정도이니, 비슷한 사이즈의 오만 원권 지폐를 폴리처럼 부리에 물고 푸른머리패러킷의 몸길이를 가늠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푸른머리패러킷은 원래 남미의 습하지 않은 숲 지역에 서식하는 새인데요. 최근에는 반려조로 살다가 탈출한 푸른머리패러킷들이 야생에 정착하면서 북미 일부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영화 '폴리'가 개봉한 후 푸른머리패러킷를 반려조로 입양하는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와 북미의 야생 푸른머리패러킷들 사이에 연관이 전혀 없진 않겠다 싶네요.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해 발로 V사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 © Jody Shugart

폴리는 총 14마리의 새와 1명의 인간의 연기로 완성된 캐릭터인데요. 이 중 14마리의 새는 표정과 동작을 연기하였으며, 1명의 인간은 목소리를 연기했다고 합니다. 동물이 나오는 영화인 만큼, 촬영 과정에서 동물 복지가 잘 챙겨졌는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요. 폴리의 다양한 경험이 주가 되는 만큼 격렬하거나 위험한 장면도 많았지만, 모형 앵무를 사용하거나 먹이로 출연료를 지급하는 등 배우가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안전한 환경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날개깃이 잘리거나 꽁지깃을 잡히는 장면에서는 모형 깃털을 사용하였으며, 고양이가 폴리를 쫓는 장면에서도 두 배우가 분리된 환경에서 촬영이 진행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오늘의 움짤 장면을 연습하면서는 성공할 때마다 먹이를 보상으로 받았다고 하니, 그렇게 힘든 촬영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장수의 비결이요? 역시 잘 먹고 잘 자는 것 아닐까요. (웃음)(냠냠) / © carrotpeople

작중에서 폴리가 마리와 헤어진 것은 마리가 5살 때의 일인데요. 둘이 다시 만난 것은 마리가 성인이 되었을 때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입니다. 그리고 이는 많은 새들의 평균 수명보다 긴 시간인데요. 만약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폴리는 마리와 다시 만날 수 있었을지, 아니면 감동적인 해피 엔딩을 위한 영화적 허용으로 폴리가 특별히 장수한 것인지 신경 쓰입니다. 그래서 찾아본 푸른머리패러킷의 수명은 30년 이상으로, 폴리와 마리는 다시 만난 후에도 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입니다.


도둑이야~~~

오늘은 돈을 물어오는 앵무새 폴리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앞에서도 간단히 말했듯이 이 장면은 폴리가 범죄의 길에 발을 들여 남의 돈을 가져가는 장면인데요.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 반려인간과 살아가는 앵무분들이나 반려조와 살아가는 인간분들께서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없으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움짤 출처가 영화인 만큼, 예전에 소개했던 또 다른 은막의 앵무새에 관한 포스트도 같이 읽어 보시길 추천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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