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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비둘기

Crowned pigeon, 👑

3월이 되면 봄이 찾아올 줄 알았더니, 대신 뿌연 안개 같은 먼지가 찾아와 기분이 매캐한 나날이 계속되었는데요. 그래도 다행히 금방 찾아온 시베리아 기단 덕에 숨통도 트이고, 새파란 봄 하늘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하늘 같은 파란 깃털을 가지고 있으며, 머리에는 안개를 얹고 있는 새에 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멋진 왕관을 쓴 서부왕관비둘기입니다. / Peter Halasz on Wikimedia commons

오늘 소개할 것은 비둘기과 왕관비둘기속에 속하는 네 종의 새인데요. 원래는 이 중 한 종을 골라 보려 했으나, 공통점이 많은 새들이라 같이 소개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왕관비둘기는 네 종 모두 뉴기니 섬에 서식하며, 청회색 깃털을 가지고 있는데요. 눈은 이와 대비되는 선명한 붉은색이며, 눈 주위에는 마스크를 쓴 것 같은 검은 무늬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요한 특징은 왕관비둘기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머리깃이지요.


빅토리아 시대와는 별 관련 없는 빅토리아왕관비둘기입니다. / Jörg Hempel on Wikimedia Commons서부극과는 별 관련 없는 서부왕관비둘기입니다. / Gunawan Kartapranata on Wikimedia Commons

왕관비둘기의 주요한 공통점을 간단히 살펴보았으니, 이어서 오늘 소개할 네 종의 이름과 그 유래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빅토리아왕관비둘기(Victoria crowned pigeon), 스헤입마커르왕관비둘기(Scheepmaker's crowned pigeon), 스클레이터왕관비둘기(Sclater's crowned pigeon)의 이름은 사람 이름이 유래인데요. 각각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해당 비둘기를 판매했던 딜러, 영국의 동물학자의 이름을 본떠 지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부왕관비둘기(western crowned pigeon)는 뉴기니 섬의 북서쪽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요. 네 종의 왕관비둘기 중 세 종이나 사람 이름이 유래라니 그렇게 직관적이진 못한 이름들이지요.


거위와 비슷할 정도로 커다란 거대 비둘기입니다. / kat on Flickr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비둘기는 몸길이가 30cm 정도이기 때문에, 왕관비둘기도 이와 비슷한 정도의 크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왕관비둘기는 몸길이가 70cm나 되는 거대 비둘기이며,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몸길이가 73~75cm 정도인 빅토리아왕관비둘기입니다. 빅토리아왕관비둘기는 왕관비둘기뿐만 아니라 현존 비둘기 중에서 가장 큰 비둘기이기도 하며, 큰 개체의 몸길이는 80cm를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머리깃은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가슴 깃털 색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 Kevin Burkett on Flickr

네 종의 왕관비둘기 중 가장 구분하기 쉬운 것은 빅토리아왕관비둘기인데요. 다른 왕관비둘기의 머리깃은 전부 청회색이라 안개같이 보인다면, 빅토리아왕관비둘기의 머리깃은 끝이 하얀색이라 꼭 안개꽃같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구분하기 쉬운 것은, 몸 앞쪽이 고동색인 다른 왕관비둘기들과 달리 파란 가슴을 가지고 있는 서부왕관비둘기지요. 이 때문에 서부왕관비둘기는 파랑왕관비둘기(blue crowned pigeon)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사실은 저도 스로 시작하는 두 왕관비둘기는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확실한 구분법을 알아오면 공유하여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 _paVan_ on Flickr

스헤입마커르왕관비둘기와 스클레이터왕관비둘기는 과거엔 같은 종으로 여겨졌을 정도로 서로 많이 닮았으며, 같은 종으로 여겨졌을 당시의 이름은 남부왕관비둘기(southern crowned pigeon)였습니다. 스헤입마커르왕관비둘기가 스클레이터왕관비둘기에 비해 머리깃이 조금 더 길다는 등의 차이는 있지만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데요. 그런데 재밌는 것이, 계통학적으로는 스클레이터왕관비둘기와 서부왕관비둘기, 스헤입마커르왕관비둘기와 빅토리아왕관비둘기가 각각 서로 더 가깝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내용이 밝혀진 것은 작년인 2018년이라고 하니, 왕관비둘기에 관한 포스트를 너무 미리 쓰지 않아서 좀 다행이기도 하군요.


작은 무리를 이루고 있는 파란 실루엣들이 보입니다. / Shiny Things on Flickr

이 커다란 친구들은 사교적인 새로, 비번식기엔 여러 마리가 작은 무리를 이루는데요. 이 비둘기 무리들은 숲속을 스적스적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곤 하며, 주식은 땅에 떨어진 과일인데 씨앗이나 곤충류도 섭취합니다. 왕관비둘기들은 대체로 잘 날지 않고 땅을 걸어다니는데요. 위협을 느꼈을 때나 밤에 잠을 잘 땐 나무 위로 날아가며, 날갯짓 소리는 시끄러운 편이라고 합니다.


안개꽃 봉오리 같은 작은 머리깃이 보입니다. / Bex Foreman on Flickr작고 보송보송한 머리깃이 보입니다. / Jordan Rockerbie on Flickr

왕관비둘기가 가장 많은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내는 시기는 아마 번식기일 텐데요. 왕관비둘기는 나무 위에 둥지를 짓고, 하나의 알을 낳아 암수가 함께 돌봅니다. 재밌는 것이, 보통 화려한 머리깃은 구애에 이용하기 때문에 번식기에나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왕관비둘기의 머리깃은 일 년 내내 존재하며, 아직 어린 아가 왕관비둘기에게서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성조에 비해선 아주 작지만 아주 깜찍하기도 하죠.


솔직히 이건 왕관보단 감태에 가깝다고 봅니다. / Drew Avery on Flickr

오늘은 머리에 커다란 왕관을 얹고 있는 왕관비둘기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왕관비둘기의 머리깃은 안개나 거미줄같이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여러 머리깃을 살펴보니 감태와 가장 닮은 것 같기도 한데요. 왕관비둘기들은 자기 이름이 감태비둘기가 아니라 왕관비둘기라는 사실에 안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주는 또 다른 새에 관해 소개하기로 하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Steve Shattuck on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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