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폴더

두건피토휘

Hooded pitohui, 이색 독 체험

3년 전의 이맘때쯤, 혹자들에게 새는 피를 마시는 새, 눈물을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물을 마시는 새의 네 가지로 나뉜다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그 후로 독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는 소개했습니다. 물을 마시지 않는 새는 없을 테니 물을 마시는 새는 소개한 것으로 치겠는데, 눈물을 마시는 새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독을 마시는 새라도 하나 더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때까치딱새과에 속하는 붉은피토휘(rusty pitohui)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아니기 때문에 살짝만 보여드립니다. / © markus lilje

오늘 소개할 새는 뉴기니 섬에 서식하는 피토휘(pitohui)라는 새 중 한 종입니다. 이름에 피토휘가 들어가는 새는 현재 총 여덟 종인데요. 최근까지 이 새들은 모두 때까치딱새과(Pachycephalidae)의 피토휘속에 속했습니다. 하지만 2013년 이 새들은 다시 분류되어 세 개의 과로 나뉘게 되었죠. 현재 피토휘는 머리깃벨버드과(Oreoicidae)에 한 종, 때까치딱새과에 세 종, 꾀꼬리과(Oriolidae)에 네 종 속해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것은 이 중에서도 꾀꼬리과 피토휘속에 속한 새 중 하나인 두건피토휘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이니 선명하게 보여드립니다. / Nik Borrow on Flickr

두건피토휘는 몸길이 22cm 정도이며, 두건을 썼다는 이름처럼 머리는 검고 그 밑의 몸은 주황색이죠. 두건피토휘의 몸은 전체적으로 검은색과 주황색 두 가지 색의 깃털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두건피토휘의 학명인 Pitohui dichrous에서 dichrous는 두 가지 색이라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 διχρους(dichrous)가 그 유래입니다.


바트라코톡신의 골격구조식입니다. 근처의 이공계인을 산 채로 잡아 설명을 요구하십시오.

1990년 과학자들은 두건피토휘를 연구하던 중 새에게 손을 긁혔고, 상처를 손으로 빨았다가 입 안에 작열감과 마비 증상을 느끼게 됩니다. 그 후 피토휘들은 깃털과 피부에 독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1992년에 처음으로 독이 있는 새가 발견되었음이 발표되죠. 그런데 사실 학계에 정식으로 밝혀진 것이 이때일 뿐, 원주민들은 훨씬 전부터 이 새들에게 독이 있음을 알고 있었을 텐데요. 피토휘는 원주민들의 언어로 '쓰레기 새'라는 의미인데, 독이 있어 먹기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불렸다고 합니다. 두건피토휘의 독은 바트라코톡신(batrachotoxin)의 일종인데요. 바트라코톡신은 콜롬비아 원주민들이 독화살을 만들 때 이용하는 독개구리의 독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인지, 바트라코톡신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로 개구리를 뜻하는 βάτραχος(batrachos)이죠.


당신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두건피토휘입니다. / markaharper1 on Flickr

이 새에게 독이 있음이 알려진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최근까지도 피토휘의 독에 관해선 그렇게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먼저 알아볼 것은 피토휘가 어떻게 독을 품게 되었는지에 관해서 인데요. 가장 유력한 설은 독이 있는 먹이를 섭취해서 독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토휘가 깃털과 피부와 같은 신체 표면 쪽에 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묻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죠. 그리고 2000년대에 두건피토휘의 내부 장기에서도 독소가 발견되며, 현재는 먹이를 통해 독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정설인데요. 피토휘의 먹이 중에서도 독의 출처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Choresine속의 딱정벌레들이라고 합니다.


독 때문에 여러분의 눈이 흐려진 것은 아니고, 단지 사진이 선명하지 않을 뿐입니다. 피토휘의 독은 랜선을 통해 전달되진 않습니다. / Jerry Oldenettel on Flickr

피토휘가 가진 독의 용도에 관해서도 다양한 설이 있었는데요. 첫 번째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건피토휘의 독성이 독개구리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천적을 쫓기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그렇다기엔 같은 지역에 서식하는 독이 없는 새들 중엔 두건피토휘를 의태하는 듯 깃털 무늬가 비슷한 새들이 있습니다. 또한 두건피토휘 아가들은 흰 솜털을 가지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새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청소년기 깃털을 거쳐 어른 깃털이 자라는 것과 달리, 두건피토휘들은 솜털이 빠지며 바로 어른 깃털이 자란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두건피토휘의 깃털은 경고색의 역할을 하리라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인간조차 꺼리는 새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두건피토휘의 독은 천적을 쫓는 데에 훌륭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외부 기생충을 방지하기 위해 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피토휘의 깃털에는 독이 없는 다른 새들의 깃털에 비해 기생충이 적다는 관찰 결과도 있다고 하니, 아마 피토휘는 천적도 쫓고 기생충도 방지하기 위해 겸사겸사 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두건피토휘의 배입니다. / Nik Borrow on Flickr(흐린 눈) / Jerry Oldenettel on Flickr

오늘은 독이 있는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독을 마시는 부분이 그렇게 부각되진 않았습니다만, 독이 있는 먹이를 섭취하는 새는 맞으니 글머리에서 독을 마시는 새라고 표현한 것을 다들 납득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다음주는 아마도 독을 마시지 않는 새를 소개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새 글을 씁니다

새을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태그
날개와 부리
날개와 부리
구독자 1,146

0개의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로운 알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