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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

13cm밖에 안되나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남의 속을 모르는 것이야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사실 그보다 알기 어려운 것이 자기 속이 아닐까 하는데요. 결국 자기 속은 자신이 스스로 알아가야 하겠지만, 가끔은 누가 대신 나에 대해 분석하여 나아갈 길을 제시해줬으면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안 되니까 사람들은 사주를 보고 점을 치고 심리 테스트를 하고 자소서를 쓰며 고통받는 것이겠지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자신을 발견한 어느 새에 관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이름이 안 보여서 그러는데 조금만 비켜주시겠어요? / Photo by Geir Arne Vian

오늘 소개할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어느 작은 새의 사진입니다. 작은 새가 오랫동안 도감을 들여다보면, 도감 역시 작은 새를 들여다볼까요. 이에 대한 답은 우리가 작은 새도 도감도 아닌 이상 영영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위의 사진을 통해 우리는 이 새의 이름이 Lapp뭐시기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후 이 분께 조금만 자리를 비켜주시길 조심스럽게 부탁드려, 제대로 된 종명을 알아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E æ bare 13 cm!! :-) (lappmeis i Tana)

게시: Skjalg-Helmer Vian 2014년 10월 26일 일요일

이 사진은 2014년 10월 페이스북 그룹 Finnmark i bilder에 처음 게시되었는데요. 사진에 찍힌 사람은 노르웨이의 핀마르크주 바드쇠(Vadsø, Finnmark) 출신인 샬그-헬메르 비안(Skjalg-Helmer Vian, 당시 14세)이며, 이 사진을 찍은 것은 그의 아버지인 게이르 아르네 비안(Geir Arne Vian)이라고 합니다. 야생 조류가 인간을 피하지도 않고 가까이 앉아서, 심지어 자신에 관해 적혀있는 페이지를 읽고 있는 풍경은 마치 동화의 한 장면 같은데요. 사실 이 사진을 자세히 보면, 책을 든 손의 엄지손가락 위에 작은 씨앗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 새는 씨앗에 이끌려서 손 바로 옆까지 다가온 것일 테니, 이 사진은 완전한 우연의 순간을 포착한 것은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디어와 노력, 기다림이 있어야만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이겠지요.


비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Photo by Geir Arne Vian

기꺼이 자리를 비켜주신 친절한 라프메이스(Lappmeis) 씨 덕에 우리는 라프메이스 씨의 종명이 Lappmeis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는 이 분의 노르웨이어 이름으로, 좀 더 익숙한 언어로 표현해보자면 회색머리박새(grey-headed chickadee) 또는 시베리아박새(Siberian tit)가 되겠습니다. 이 새는 회색 머리라는 이름처럼 머리 위쪽에 어두운 회갈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깃털은 빛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회색보다는 갈색에 가깝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 새가 시베리아박새라고도 불리는 것은 당연히 이 새의 서식지에 시베리아가 포함되기 때문인데요. 시베리아박새는 시베리아를 비롯하여 아북극의 스칸디나비아 반도 및 북아시아, 북아메리카의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등 상당히 추운 지역에 서식합니다.


SNS... 하세요.....? / Sergey Pisarevskiy on Flickr

오늘의 사진에서 인간 앞에 덥석 자리잡으신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회색머리박새는 사람을 피하지 않는 새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이 읽고 있는 책의 첫 문장을 해석해보면, 회색머리박새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며 지나가는 사람의 어깨 위에 앉는 일이 아주 흔하다고 하는데요. 안 그래도 사람을 안 겁내는 새인데, 사람이 씨앗을 가지고 있기까지 하다면 그냥 지나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솔직히 저런 사진을 찍을 정도로 친숙해졌다면 단순히 사람을 피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얘기도 좀 나누고 SNS 아이디라도 교환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왼쪽은 14세 당시의 샬그-헬메르 비안 씨와 라프메이스 씨, 오른쪽은 회색머리박새 씨입니다. / Photo by Geir Arne Vian, Estormiz on Wikimedia commons왼쪽은 14세 당시의 샬그-헬메르 비안 씨와 라프메이스 씨, 오른쪽은 회색머리박새 씨입니다. / Photo by Geir Arne Vian, Estormiz on Wikimedia commons

오늘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본 자신에 관해 알아보는 회색머리박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사진에서주인공인 회색머리박새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준 인간 샬그-헬메르 비안 씨는 만 18세인 지금도 여전히 새를 좋아하는 듯한데요. 현재는 자연 사진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기서 그가 찍은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은 저도 새를 공부하다가 오늘의 사진과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어서, 그때의 사진 아래에 첨부하며 포스트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카카포 사진을 보고 모여드는 카카포들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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