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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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에서 싸움

올해도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찾아왔습니다. 어쩌면 추석은 그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고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추석에게 찾아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석은 풍요롭고 좋은 날이라는 이미지와 동시에, 전 부치고 술 마시고 싸움도 나는 날이라는 이미지도 있는데요. 사실 그건 추석이 나쁘다기보다는 원래 사람이 모이고 가족이 만나고 술이 들어가면 싸움이 나기 십상일 뿐인 것이겠지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전 부치지 않고전부 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전부 치는 새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두 새가 격렬한 육체적 갈등을 벌이고 있는 짤입니다. 새 모이대 위에서 남을 차버리는 새의 단호한 표정과, 차여 날아가는 새의 어이없는 표정이 아주 인상적이죠. 이 사진은 영화 '300'에서 레오니다스가 페르시아 사신을 우물로 차버리던 장면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인지, 그 장면을 패러디한 버전이 아주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그 외에도 두 새가 싸우고 있는 모습을 격투 게임처럼 연출한 것 등 다양한 짤이 존재합니다만, 여기서는 간단하게 몇 가지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에잇!

위에서 소개한 짤의 원본인 이 사진은 2014년 1월 여기에, 'Unwanted attention'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왔습니다. 이 사진에서 왼쪽의 파란 머리는 푸른박새(eurasian blue tit), 오른쪽의 빨간 가슴은 유럽울새(european robin)인데요. 둘 다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적 있는 새들이며, 해당 포스트들의 링크는 글 마치고 포스트 마지막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진의 원작자인 Jean Sinclair에 따르면 피해조 푸른박새는 다행히 다치지도 않고 마음이 꺾이지도 않았으며, 가해조 유럽울새가 결국 새 모이대에서 날아갔다고 하네요.


유럽울새와 푸른박새 옆으로 오색방울새(european goldfinch)가 흐릿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 Tony Morris on Flickr

이 두 새는 유럽에 서식하는 몸길이 12cm 정도의 작은 새이며, 번식기엔 주로 벌레를 먹지만 비번식기에는 씨앗류를 먹는 등 공통점이 많은 새입니다. 하지만 비번식기에 이 두 새의 삶의 방식은 상당히 차이가 나는데요. 일반적인 새들이 번식기에만 자기 영역을 지키고 싸우는 것과 달리, 유럽울새 수컷은 겨울에도 이주하지 않고 1년 내내 자기 영역을 지킵니다. 반면 푸른박새는 비번식기에 다른 종의 작은 새들과도 함께 무리를 이뤄 겨울을 나는 새이지요. 그리고 이 사진이 찍힌 1월은 비번식기이니, 두 새가 가장 다르게 살아가고 있을 시기입니다. 먹이도 많은데 유럽울새가 굳이 저렇게까지 예민하게 군 것은, 딱히 누가 나쁘다기보다는 두 새의 삶의 방식이 다른 데에 기인한 해프닝이 아닐까 하네요.


살벌해 보입니다만 위험할 정도로 싸우는 일은 잘 없습니다. / Terry Hughes on Flickr

자기 영역을 치열하게 지키는 유럽울새는 공격적인 새로 유명한데, 사실 이는 좀 과장된 바가 있긴 합니다. 유럽울새는 사람을 별로 겁내지 않는 새로,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가 많은 만큼 싸우는 모습도 다른 새에 비해 쉽게 볼 수 있죠. 또한 사람과 친해 친절한 새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만 싸우는 모습이 발각되어도 100번 잘하다 1번 못해 더 욕먹기 법칙에 따라 공격적인 새란 이미지가 생기기 쉽습니다. 사실 유럽울새는 다른 새에 비해 특별히 더 공격적이지 않으며, 식성이 다른 새들과는 꽤 잘 공존하여 살아가기도 하죠.


뭘 봐 작은 새 처음 보슈? / Terry Hughes on Flickr

위에서도 얘기했듯 유럽울새와 푸른박새는 공통점이 많은 새들이고, 서식지가 겹치다보니 같이 찍힌 사진도 많은데요. 유럽울새 종친회에 고소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모든 유럽울새가 푸른박새를 예외 없이 전부 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글 마치기 전 제대로 명시하고 넘어갈 필요성을 조금 느낍니다. 그런 뜻에서 이 밑으론 적당히 데면데면하게 잘 지내는 두 새의 사진을 조금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데면) / Terry Hughes on Flickr
(데면데면) / Michael Day on Flickr
동그란 오목눈이(long-tailed tit)가 깜짝출연해 주셨습니다. / Katy Wrathall on Flickr
(눈 마주치면 안 돼...) / Simon Redwood on Flickr
둘 다 어렸을 땐 덜 데면데면했던 모양이군요. / john.purvis on Flickr
아주 격렬한 식사를 하고 있는 유럽울새와 상대적으로 점잖은 푸른박새입니다. / Terry Hughes on Flickr

오늘은 먹고 싸우는 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싸움의 시작은 타인과의 만남으로 유발되니, 이번 연휴엔 아무도 만나지 않게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어쨌거나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저마다의 상황과 사정이라는 것이 있으니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이겠습니까. 누구랑 어디서 어떻게 지내든 행복하고 쾌적한 명절 보내시길 바라며, 이번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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