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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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새인가요

신나고 즐거운 우주 대명절 할로윈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할로윈이면 많은 사람들이 유령을 테마로 가장하거나 집을 꾸미곤 하는데요. 이는 할로윈의 밤이면 죽은 자들의 혼이 집으로 돌아온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 뜻에서 올해의 할로윈 기념 포스트에서는 유령과 관련된 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령이 소재이긴 합니다만, 무서운 것은 전혀 나오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What kind of bird are you?

오늘 소개할 것은 입맞춤의 순간이 포착된 어느 새들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어느 새와 그의 그림자 유령 새 여자친구'라는 로맨틱한 문구와 함께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이 사진의 원출처는 여기이며, 촬영된 날짜는 2015년 10월 24일로 때마침 할로윈 시즌쯤이군요. 이 사진의 원작자는 사진을 업로드하며 '당신은 어떤 새인가요?'라는 문구를 첨부하였는데요. 짤의 문구가 오랜 연인 같다면 원작자의 문구는 설레는 첫 만남 같은 것이 둘 다 로맨틱하군요. 사실 이 사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로맨틱해서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긴 합니다.

 

반달돌칼 같은 자세의 흰가슴동고비입니다. / David Mitchell on Flickr

이번 포스트에서는 오늘 짤의 두 새 중 살아있는 쪽인 오른쪽 새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이 새의 이름은 흰가슴동고비(white-breasted nuthatch)로, 몸길이 13cm 정도의 작은 새이며 이름처럼 가슴이 하얗습니다. 흰가슴동고비는 북미에 서식하는 새이기 때문에 할로윈 문화에는 굉장히 익숙할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그렇다면 오늘 짤의 흰가슴동고비는, 사진이 찍힌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후로 다가온 할로윈에 돌아올 연인을 미리 기다리고 있던지도 모르겠습니다.


왼쪽은 암컷, 오른쪽은 수컷 흰가슴동고비입니다. / Jen Goellnitz, Chesapeake Bay Program(Will Parson) on Flickr왼쪽은 암컷, 오른쪽은 수컷 흰가슴동고비입니다. / Jen Goellnitz, Chesapeake Bay Program(Will Parson) on Flickr

오늘의 짤에 첨부된 문구는 흰가슴동고비를 암컷이라 상정하고 있는데요. 흰가슴동고비는 암수의 겉모습이 상당히 유사하며, 그나마 가장 쉬운 구분 방법은 머리를 보는 것입니다. 흰가슴동고비 수컷의 머리 깃털은 짙은 검은색을 띠는데요. 암컷은 머리가 회색인 경우가 많지만, 간혹 암컷의 머리가 검은색을 띠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50% 이상의 암컷이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검은 머리의 흰가슴동고비는 머리만으로 성별을 구분할 수 없죠. 그렇다면 살펴보아야 할 것은 보송보송한 엉덩이인데요. 수컷은 엉덩이에 선명한 갈색 반점이 있으며, 암컷은 수컷에 비해 옅은 색의 반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사진의 흰가슴동고비는 머리가 검으며, 엉덩이가 꽤 밝은 색인 것을 보니 암컷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친구들이니 수직면을 오르내리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 Indiana Ivy Nature Photographer, Russ Wigh on Flickr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친구들이니 수직면을 오르내리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 Indiana Ivy Nature Photographer, Russ Wigh on Flickr

흰가슴동고비를 비롯한 동고비과의 새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내는데요. 곤충이나 거미를 찾아 나무줄기를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동고비는 때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동고비가 중력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튼튼한 다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딱따구리과나 나무발발이과의 새들도 나무를 잘 타는 것으로 유명하긴 합니다만, 머리가 아래를 향하게 거꾸로 매달려 있는 자세는 다른 새에게선 보기 힘든 동고비과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죠.


오늘의 짤과 좀 더 닮아보이게 하려고 좌우반전된 검은머리박새의 사진입니다. / John Breitsch on Flickr

지금까지 오늘의 짤의 살아있는 새에 관해 알아보았으니, 그 상대인 유령 친구의 정체도 한번 탐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새는 정원 장식의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되며, 북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를 모티브로 했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유령새의 상품명을 찾아 제작자의 의도를 알아볼 수 있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와 똑같은 제품은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심하지 않고 이 새의 외견을 살펴보면, 땡글땡글한 짧은 체형과 동그란 배 및 크고 납작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박새류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흰가슴동고비는 겨울이면 박새류의 새들과 무리를 이루기도 하니, 저 두 새가 연인이라면 이는 상당히 개연성 있는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재미로 해보는 추측이며, 미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박새류의 새인 검은머리박새(black-capped chickadee)가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진 첨부해봅니다.


흰가슴동고비와 검은머리박새의 단란한 한때입니다. / Teddy Llovet on Flickr

오늘은 유령과 사랑에 빠진 흰가슴동고비와 그 연인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이 블로그에서 연인(戀人)이나 주인공(主人公)같은 표현을 사용할 땐, 연조(戀鳥)나 주조공(主鳥公)같은 표현으로 고쳐쓰는 것이 맞지 않을까 자주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블로그에서 얘기하는 것은 대체로 새뿐이니,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블로그적 허용으로 이해하고 넘어가 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할 것 같습니다. 전 지금부터 할로윈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을 예정이기 때문에, 이 밑으로 지난 할로윈 기념 포스트들 첨부하며 오늘의 포스트는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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