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금까지 기록된 중 가장 오래 산 야생 조류인, 암컷 레이산알바트로스 위즈덤(Wisdom)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지난 레이산알바트로스 포스트에서 짧게 언급한 적 있는 분이시죠.


2013년 11월의 위즈덤입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2013년 11월의 위즈덤입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위 사진은 비교적 최근인 2013년의 위즈덤입니다. 위즈덤이 처음 발견되어 기록된 것은 1956년입니다. 발견 당시 위즈덤의 나이는 최소 5살로 추정되었습니다. 2016년 현재 위즈덤의 나이는 최소 65세이며, 위 사진이 찍혔던 2013년의 나이는 최소 62세인 거죠.


다리에 붉은색의 Z333 밴드가 보입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다리에 붉은색의 Z333 밴드가 보입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위즈덤이 지금 다리에 차고 있는 것은 벌써 여섯 번째로 교체된 밴드입니다. 오래된 밴드는 녹이 슬거나 떨어지기 때문에 일정 주기로 갈아 끼워 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1956년 위즈덤에게 처음 밴드를 채운 것은 미국의 조류학자 Chandler Robbins로, 당시 그의 나이는 30대 후반이었습니다. 그리고 2002년, 알바트로스들에게 밴드를 채워주던 Robbins는 놀랍게도 46년 전 자신이 밴드를 채웠던 새와 재회하여, 다시 한 번 위즈덤에게 밴드를 채워주었습니다. 멋진 인연이죠.


왼쪽부터 위즈덤의 짝과, 위즈덤입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왼쪽부터 위즈덤의 짝과, 위즈덤입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위즈덤은 워낙 오래 살아온 만큼, 최소 둘 이상의 짝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지금 위즈덤의 짝은 아케아카마이(Akeakamai)라는 이름의 수컷인데요. 아케아카마이는 하와이어로 lover/seeker(ake) of wisdom(akamai)이란 의미이며, '지혜를 사랑하는/찾는 자'와 '위즈덤의 연인'과 같이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낭만적인 이름이죠. 아케아카마이의 이름은 올해 2월 트위터에서 투표를 통해 정해진 이름으로, 이 외의 후보로는 Patience, Popsicle, Endurance 등이 있었습니다.


위즈덤의 또 다른 대단한 점은, 나이 든 암컷 새는 생식 능력을 잃는다는 기존의 믿음과 달리 아직까지도 건강한 새끼를 낳아 키운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위 영상에서 2013년의 위즈덤과 새끼 알바트로스를 보실 수 있는데요. 아기가 엄마를 많이 닮았습니다.


2011년의 새끼와 위즈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2011년의 새끼와 위즈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2012년의 새끼와 위즈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2012년의 새끼와 위즈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2013년의 새끼와 아케아카마이,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2013년의 새끼와 아케아카마이,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2014년의 새끼와 위즈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2014년의 새끼와 위즈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2015년의 알과 위즈덤 부부,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2015년의 알과 위즈덤 부부,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그리고 올해인 2016년의 새끼와 아케아카마이입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그리고 올해인 2016년의 새끼와 아케아카마이입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위즈덤은 총 8마리의 새끼를 키웠습니다. 평생동안 키운 새끼는 약 4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는군요. 평균적으로 레이산알바트로스는 2년에 한 번 새끼를 낳는다고 하는데요. 위즈덤은 베테랑이라서인지 거의 매년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2016년생 막내둥이 Kūkini는 잘 크고 있습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2016년생 막내둥이 Kūkini는 잘 크고 있습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어버이날이나 마더스 데이가 되면 '가장 나이 많은 부모 새', 또는 '최고령 알바트로스 새끼 부화 성공'과 같은 제목의 뉴스들이 올라오곤 하는데요. 그 기사의 주인공은 전부 위즈덤이기 때문에 몇 년간의 기사를 모아두고 보면 비슷한 내용에 위즈덤의 나이만 매년 1씩 플러스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위즈덤 다음으로 나이 많은 부모새는 61세에 새끼를 낳은 Grandma라고 합니다. 위즈덤과 마찬가지로 암컷 레이산알바트로스였지요. 60세의 나이가 생식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보면 레이산알바트로스는 암컷의 생식능력이 뛰어난 새일 텐데요. 그런 새가 오히려 가장 레즈비언 비율이 높다는 것이 또 참 재밌습니다.


잠든 위즈덤입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잠든 위즈덤입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위즈덤이 처음 발견된 1950년대 이후 바다새의 개체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위즈덤은 많은 위험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삼백만 마일 이상을 날았습니다. 이 거리는 지구에서 달까지 여섯 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라고 흔히 얘기하더군요. 길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위즈덤의 모습은 많은 조류학자나 환경운동가들에게 일종의 희망의 상징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위즈덤의 소식을 들을 수 있길 바라며, 위즈덤 부부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이번 포스트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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