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트에서 예고했던 대로, 이번 포스트에서 길쭉하고 커다란 새인 레이산알바트로스에 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사실 오늘 얘기할 새에 관해선 버드 캠 포스트에서 간략하게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요.


바로 이 포스트에서였습니다. 이 포스트를 작성할 때 새끼 알바트로스들이 앞으로 두 달은 더 커야 성체가 될 것이라고 했었는데요. 그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난 지금, 새끼 알바트로스들은 열심히 나는 연습을 하고 있고, 벌써 부모를 떠나 독립한 친구도 있습니다. 새끼새의 독립은 무탈하게 잘 큰 것이 기쁘면서도 항상 시원섭섭한 일입니다.


잘생긴 사진으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잘생긴 사진으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새끼 알바트로스의 짜릿한 복슬함을 추억하는 것은 이쯤 하고,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본격적으로 이 잘생긴 친구들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레이산알바트로스는 앞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큰 새입니다. 몸길이는 80cm 정도에, 날개를 편 길이가 2m나 되죠.


멋진 날개입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멋진 날개입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사실 레이산알바트로스는 알바트로스 중에선 작은 편에 속하는 새입니다. 다른 많은 알바트로스들은 날개 길이가 2.5m를 가뿐히 넘는 경우가 많고, 가장 큰 알바트로스는 날개 길이가 3.5m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레이산알바트로스가 알바트로스 중에서 작다고 해서 이 친구들이 길고 멋진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죠.


어린 알바트로스덩어리들입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어린 알바트로스덩어리들입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성조 레이산알바트로스는 눈가의 검은 깃털 때문에 눈매가 굉장히 그윽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게 없는 새끼 레이산알바트로스들은 굉장히 망충해보이죠. 그리고 그 망충이들은 정말로 몹시 굉장히 귀엽습니다.


짧습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짧습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작고 통통한 망충트로스의 날개는 짧습니다. 위 사진에서 망충트로스는 자신의 짧은 날개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저것도 갓 태어났을 때에 비하면 엄청나게 자란 것이지만, 아직도 한참 더 자라야 합니다.


이렇게 길어집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이렇게 길어집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알바트로스의 날개는 굉장히 빨리 자랍니다. 저 짧은 날개가 6개월 동안 2m까지 자라야 하니 빠를 수밖에 없겠죠. 레이산알바트로스의 날개는 이소하기 전 한 달 동안 하루에 대략 1cm씩 자란다고 합니다. 성장통은 없을지 모르겠네요.


솜털알바트로스의 솜털은 머리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는데요.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솜털알바트로스의 솜털은 머리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는데요.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솜털알바트로스의 솜털은 머리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는데요.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머리 솜털까지 빠지기 시작하면 / Duncan on Flickr
머리 솜털까지 빠지기 시작하면 / Duncan on Flickr
우울할 때 보기 좋습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우울할 때 보기 좋습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긴 날개와 반대로 짧은 꼬리가 귀엽습니다. / Michael Lusk on Flickr
긴 날개와 반대로 짧은 꼬리가 귀엽습니다. / Michael Lusk on Flickr

솜털이 빠지고, 까맣던 부리가 분홍색으로 변하며 무사히 털갈이를 마친 레이산알바트로스는 둥지를 떠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 후, 둥지를 떠났던 알바트로스들은 번식기를 맞아 자신이 태어난 곳에 처음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바로 짝을 찾기 위해서지요. 특이하게도, 알바트로스는 대부분의 다른 새들과 달리 짝을 찾고 바로 교미를 하여 새끼를 키우지 않습니다. 레이산알바트로스들이 성적으로 완전히 성숙해지는 것은 태어난 지 다섯 해가 지나서이며, 만 일곱 살에서 여덟 살이 되기 전까진 교미를 하지 않습니다.


그럼 세 살부터 여덟 살까지의 긴 시간 동안 레이산알바트로스들은 무엇을 하는 것일까요. 인간식으로 표현해보자면, 썸을 타거나 연애를 합니다. 알바트로스 간의 구애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동은 바로 춤입니다. 이 춤은 최대 25가지의 동작을 포함한다고 하는데요. 처음 서식지로 돌아온 어린 알바트로스들은 여럿이서 함께 춤을 추며 기술을 연습하고, 썸을 탑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같이 춤을 추는 새의 수는 줄어들고, 결국엔 한 쌍의 알바트로스가 함께 춤을 추고 짝을 이루게 되는데요. 이렇게 짝을 이룬 한 쌍의 알바트로스는 그 페어만의 유일한 춤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굉장히 낭만적인 얘기죠. 위의 영상들에서 구애의 춤을 추는 레이산알바트로스를 볼 수 있습니다. 알바트로스는 평소엔 참 조용한 새지만, 구애할 때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짝을 이룬 알바트로스라고 해도 서로 만나는 것은 일 년에 한 번인 번식기뿐이니, 할 얘기가 많긴 하겠네요.


알바트로스의 애정표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 HarmonyonPlanetEarth on Flickr
알바트로스의 애정표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 HarmonyonPlanetEarth on Flickr

이 알바트로스들의 연애 기간이 이렇게 긴 이유는, 수명이 길고 한번 짝을 맺으면 그 짝과 평생을 함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알바트로스의 평균 수명은 50년 이상이며, 지금까지 기록된 중 가장 오래 산 야생 조류 위즈덤(Wisdom)이 바로 이 레이산알바트로스입니다. 최소 65세로 추정되는, 어쩌면 70세가 넘을 수도 있는 위즈덤은 올해 2016년에도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정도로 여전히 건강합니다. 위즈덤에 관해서도 나중에 따로 포스트를 하나 작성해보려 합니다.


웹상의 레이산알바트로스 한 쌍의 사진은 높은 확률로 동성 쌍일 수 있습니다. / kris krüg on Flickr
웹상의 레이산알바트로스 한 쌍의 사진은 높은 확률로 동성 쌍일 수 있습니다. / kris krüg on Flickr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2008년, 레이산알바트로스의 생태에 관한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되었는데요. 하와이 오하우에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번식기의 알바트로스를 관찰해본 결과, 전체 쌍의 31%는 암컷-암컷으로 이루어진 동성 부부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레이산알바트로스의 암수 성비는 3 대 2로 암컷이 더 많은데요. 그렇다면 암컷들은 수컷이 모자라서 자기들끼리 짝을 짓는 것일까요. 그건 아닌 것이, 이런 성비로도 번식에서 탈락하는 수컷은 있습니다. 이 레즈비언 관계는 수컷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관계가 아니며, 이들은 다른 이성 부부처럼 평생 동안 둘이 짝을 이루고 삽니다.


어느 레이산알바트로스 가족의 사진입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어느 레이산알바트로스 가족의 사진입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이 동성 부부들은 둘이 짝을 이룰 뿐만 아니라, 새끼도 함께 키웁니다. 동성 부부의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해 다른 이성 부부의 수컷과 교미하는데요. 건강한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인지, 번식에서 탈락한 독거수컷과는 교미를 하지 않고 다른 암컷에게 선택받은 수컷만 선택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둥지에서 알을 낳고 짝과 함께 키우죠. 가끔 부부가 둘 다 알을 낳아 알이 두 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매해 번갈아 낳거나 하는 모양입니다. 재밌는 것이, 레즈비언 부부 사이의 교미는 관찰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알바트로스 사회는 사랑과 섹스가 다소 분리된 사회인 것일까요.


검고 흽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검고 흽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레이산알바트로스 사회에서의 동성 부부에 관해 보았으니, 다음은 이종 부부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사진에서 레이산알바트로스 옆에 보이는 검은 것은 레이산알바트로스의 그림자가 아니라 검은발알바트로스입니다. 이 두 알바트로스는 서로 짝을 이루기도 하며, 둘 사이에선 혼혈 알바트로스가 태어날 수 있습니다.


회색입니다. / HarmonyonPlanetEarth on Flickr
회색입니다. / HarmonyonPlanetEarth on Flickr

그리고 둘 사이의 새끼는 검고 흰 부부 밑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정직한 회색입니다. 이 혼혈 알바트로스는 번식 능력을 가지고 있어, 레이산알바트로스와 검은발알바트로스의 쿼터도 종종 관찰되는 모양입니다.

고생이 많습니다. / Island Conservation on Flickr
고생이 많습니다. / Island Conservation on Flickr

알바트로스는 많은 새들 중에서도 유독 누구보다 자유롭게 난다는 느낌입니다. 이착륙은 다소 서툴지만, 그것이 오히려 한번 날아오르면 내려오지 않는 새라는 이미지를 더 두드러지게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늘을 나는 알바트로스의 사진은 위에서도 많이 보았으니, 열심히 착륙 중인 레이산알바트로스를 보며 이번 포스트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1) 부제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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