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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리가.avi

별일 아닙니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새와 관련된 유명한 페이크 영상 하나를 소개해보도록 하겠는데요. 혹시나 여러분이 인터넷 세상을 탐험하다 이 영상과 마주치게 되더라도, 너무 당황하거나 걱정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조금 담아보았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2012년 12월 18일 유튜브에 업로드된 한 영상입니다. 1분 정도의 짧은 영상에는 몬트리올의 한 공원에서 거대한 수리가 어린 인간 아이를 채 가려다 실패하는 장면이 촬영되어 있는데요. 이 영상은 업로드된 직후부터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수리의 그림자가 부자연스럽다는 등의 이유로 가짜 영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업로드 다음 날인 19일 몬트리올 국립 애니메이션&디자인 학교(Montreal's centre NAD)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통해, 이 영상은 이 학교의 학생 세 명이 만든 영상이라는 것이 밝혀졌죠.


잘생긴 검수리의 잘생긴 옆모습입니다. / Jon Nelson on Flickr
잘생긴 검수리의 잘생긴 옆모습입니다. / Jon Nelson on Flickr

영상 속의 아이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니, 안심하고 블로그의 개설 목적에 걸맞게 새에 집중해 보도록 할 텐데요. 오늘 소개할 새의 이름은 검수리입니다. 이 새는 검독수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독수리라기엔 머리깃이 괜찮게 자라 있기 때문에 본 블로그에서는 검수리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검수리의 깃털은 전체적으로 검은 갈색을 띠고 있는데요. 검수리라는 이름은 깃털 빛이 검은 수리라는 굉장히 직관적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깃이 벗겨지지 않았음에도 흔히 검독수리라 불리는 것도, 검수리의 옛 이름이 검둥수리였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고 하네요.


이것보다 좀 더 금빛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 Amber325 on Flickr
이것보다 좀 더 금빛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 Amber325 on Flickr

검수리의 머리와 목 뒤 깃털은 몸의 다른 부위에 비해 밝은 갈색을 띠고 있어서 빛을 받으면 금빛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검수리의 영명인 golden eagle과 중명인 진땨오(金雕, jīndiāo)는 이와 같은 검수리의 금빛 부분을 조명한 이름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검수리는 χρυσάετος(chrysaetos)라고 불렸는데, 이는 금을 뜻하는 'χρυσός'와 수리를 뜻하는 'ἀετός'가 합쳐진 것이지요. 이 이름은 검수리의 학명인 Aquila chrysaetos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m------->| / Tony Hisgett on Flickr
|<-------2m------->| / Tony Hisgett on Flickr

오늘의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검수리는 굉장히 커다란 새인데요. 몸길이는 작으면 60cm에서 크면 100cm에까지 이르며, 날개 너비는 대부분 2m가 넘습니다. 검수리는 현존하는 수리 중에서 날개 너비가 다섯 번째로 긴 새라고 하는데요. 오늘의 영상에서 아이를 채 가는 새 역할로 검수리가 선정된 것도 이런 거대한 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검수리와 숲멧토끼(european hare)의 모습입니다. / Martin Mecnarowski (http://www.photomecan.eu/)
검수리와 숲멧토끼(european hare)의 모습입니다. / Martin Mecnarowski (http://www.photomecan.eu/)

워낙 커다란 몸을 가지고 있다 보니 먹이 역시 거대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검수리의 식단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토끼나 마멋과 같은 작은 육상 포유류들입니다. 조류 중에서 가장 많이 먹는 것은 뇌조류의 새들인데, 이 역시 꽤나 작은 먹이이죠. 지난 포스트에서 얘기했던 쇠재두루미를 비롯하여 양이나 돼지 같은 커다란 동물들도 검수리의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만, 작은 동물만큼 흔하게 섭취하지는 않습니다. 작은 동물이 주식이라면 의외로 크기에 비해 약한 것은 아닌가 오판할 수 있지만, 둥지를 지키기 위해 불곰을 공격하여 쫓는 검수리가 목격된 적도 있다고 하네요.


개가 주식은 아니지만 개 못지않게 복슬한 검수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Charles (Chuck) Peterson on Flickr
개가 주식은 아니지만 개 못지않게 복슬한 검수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Charles (Chuck) Peterson on Flickr

검수리의 주식이 작은 육상 동물이라는 것을 알아보았지만, 검수리의 일명이 이누와시(犬鷲, イヌワシ)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일본의 검수리가 개를 주식으로 할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누(犬, イヌ)는 개가 아니라 급이 낮음을 의미하는데요. 과거 일본에서 검수리의 꽁지깃이 다른 새의 꽁지깃에 비해 화살 깃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졌던 것이 그 유래였다고 합니다. 혹시나 검수리의 일명을 알게 되어 불안에 떨고 있는 개가 있다면, 이 사실을 알려주고 꼭 안아주어 안심시켜주도록 합시다.


잘생겼습니다. / Jon Nelson on Flickr
잘생겼습니다. / Jon Nelson on Flickr

오늘은 크고 검고 금빛인 새 검수리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트는 소개하는 영상에 맞춰 검수리의 피지컬이나 식생활에 관한 내용 위주로 작성하였는데요. 인간과의 관계 및 여러 문화권에서의 상징성 등 할 얘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으니, 검수리에 관한 포스트는 언제가 됐든 한 번은 더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의 영상 제작자들이 검수리 종친회와 같은 단체에서 명예 훼손이나 허위 사실 유포와 같은 사유로 고소를 당하진 않았을지 궁금해하며, 오늘의 포스트는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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