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상

Floaty_bird_floating.avi

둥실둥실

덥고 습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몸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무언가를 할 만한 의욕과 기력이 나지 않는 것도 큰 문제지요.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시 쉬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디 사람 사는 일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던가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우리를 대신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새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작년 7월에 촬영된 이 영상입니다. 사실 새들은 인간들이 보는 앞에서만 날갯짓을 하고, 아무도 안 볼 땐 위 영상과 같이 그냥 떠다니는데요.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지금까지 새는 열심히 날갯짓을 해야만 날 수 있는 줄 아셨겠지만, 새들도 이런 더운 날까지 굳이 힘들게 날개를 퍼덕이고 다니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 단락의 내용은 첫 문장과 이 문장을 빼고는 전부 거짓말입니다.


이 영상을 업로드한 유튜브 유저 GingerBeard는 재생 속도를 늦춘 것을 제외하면 이 영상에 아무 조작도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요. 우선 이 영상의 진위 여부를 알아보기에 앞서 촬영된 새의 정체를 알아보겠습니다. 이 새는 화질구지(lesser res)의 일종 내지는 집참새(house sparrow)로 추정되며,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는데요. 하지만 화질구지에 관한 포스트는 한 번 작성했었으니, 이 새가 집참새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오늘의 포스트에선 집참새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포스트의 미스테리어스함을 강화하기 위해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사진을 사용해 보았습니다. / Roland Turner on Flickr

집참새는 참새과에 속하는 몸길이 16cm 정도의 작은 새입니다. 집이 들어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 주거지와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 집참새는 유럽을 비롯하여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한국에는 아주 간혹 찾아오는 드문 새이기 때문에, 집참새라기보다는 남의집참새라는 명칭이 한국인의 심정을 좀 더 잘 나타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듭니다. 비록 한국에서 집참새는 쉽게 볼 수 없지만, 같은 참새과에 속하는 작은 새인 참새(eurasian tree sparrow)라면 얼마든지 쉽게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만족감으로 채운 뒤 집참새에 관해 더 알아보도록 하죠.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회색머리입니다. / Kev Chapman, Steve Herring on Flickr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회색머리입니다. / Kev Chapman, Steve Herring on Flickr

육안으로는 성별 구분이 힘든 참새와 달리, 집참새는 암컷과 수컷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요. 암컷 집참새는 전체적으로 연한 갈색을 띠고 있으며, 눈가의 밝은 갈색 선이 특징적입니다. 수컷 집참새는 몸의 등 쪽은 붉은 갈색, 배 쪽은 회색을 띠며 멱에는 검은 깃털이 자라있죠. 또한 머리 윗부분의 회색 깃털을 통해, 수컷 집참새는 어떤 새와도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집참새의 부리는 봄~여름의 번식기엔 검게 변하며 그 외의 기간에는 밝은 색을 띠는데요. 오늘의 영상의 새는 넓고 밝은 부리와 멱의 검은 무늬, 그리고 눈가의 흰 반점을 통해 비번식기의 수컷 집참새라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날개를 쓰는 집참새들입니다. / Eric Bègin on Flickr

평소라면 종과 성별 정도를 알아낸 것으로 만족하고 포스트를 마무리했겠지만, 오늘은 이 친구가 날갯짓을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인간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게 된 집참새들은 슬슬 인간 앞에서 날갯짓하는 척을 그만두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일부러 이와 같은 영상을 촬영한 것일까요. 아니면 아직 인간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진실이 CCTV를 발견하지 못한 어느 집참새 때문에 우연히 밝혀지고 만 것일까요. 사실 이 영상은 집참새의 초당 날갯짓 횟수와 카메라의 초당 프레임 수가 일치하여 날갯짓을 하지 않는 것처럼 촬영된 것일 뿐인데요. 집참새는 일반적으로 1초에 15회의 날갯짓을 한다고 하는데, 이 영상은 초당 20프레임으로 촬영되었다고 하니 저 집참새는 꽤나 열심히 날갯짓을 한 모양이군요.


날개를 쓰지 않는 집참새입니다. / gman25 on Flickr

오늘은 날갯짓을 안 하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평균 이상으로 열심히 하고 있었던 한 집참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딘가엔 정말로 날갯짓 하기가 귀찮은 새들이 분명 있을 것이며, 심지어 꽤 많으리라 생각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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