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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wallow swallowing a swallow swallowing a swallow swallowing a...

날이 갑자기 더워지며 건강이 자기도 모르게 축나기 쉬운 5월의 마지막 주 입니다. 날씨가 워낙 금방금방 변해가다 보니 몸을 위해서도 마음을 위해서도 원기를 보충하고 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시기인데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먹는 얘기가 중심이 되는 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NOM
NOM

오늘 소개할 것은 새가 새를 먹고 있는 이 짤입니다. 대문자로 단호하게 적힌, 먹는 소리를 표현한 세 글자의 의성어는 굉장히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이 짤을 아주 완벽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짤은 'A swallow swallowing a swallow(제비가 제비를 삼키고 있다)'라는 문구와 함께 올라오기도 하는데요. 짤의 새가 제비의 일종이라는 점과, 영어로는 swallow가 '제비'와 '삼키다'를 모두 뜻하는 동음이의어라는 점에 착안한 말장난입니다.


ⓒ Steve Byland
ⓒ Steve Byland

이 짤의 원본은 2007년 7월 자연 사진작가 Steve Byland가 촬영한 사진인데요. 심각해 보이는 상황과는 달리, 이 두 새는 서로 데스매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식 간의 평범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오른쪽의 새가 왼쪽 새를 먹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부모가 물어다 준 먹이를 조금 격렬하게 받아먹고 있을 뿐이지요. 그러니 혹시라도 오늘의 포스트의 주제가 동족상잔의 비극은 아닐까 걱정하셨던 분이 계시다면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아주 잘생겼습니다. / Andrew Reding on Flickr
아주 잘생겼습니다. / Andrew Reding on Flickr

오늘의 짤에 등장하는 두 새는 녹색제비입니다. 머리와 등의 청록색 깃털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는데, 이 깃털은 광택이 있어 각도에 따라 파란색으로 보이기도 하니 차라리 청록제비라 부르는 것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견이 있습니다. 녹색제비의 영명은 tree swallow이며, 직역해보면 나무 제비인데요. 주로 나무 구멍에 둥지를 트는 특성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번식기가 아니면 나무가 없는 곳에서도 많이 목격된다고 하네요.


왼쪽의 부푼 것이 수컷, 오른쪽이 암컷입니다. / Cephas on Wikimedia commons
왼쪽의 부푼 것이 수컷, 오른쪽이 암컷입니다. / Cephas on Wikimedia commons

녹색제비는 암컷과 수컷 모두 머리와 등에 청록색 깃털을 가지고 있는데요. 수컷은 몸 윗부분이 전부 청록색 깃털로 덮여있는 반면, 암컷은 청록색 깃털과 갈색 깃털이 섞여있어서 꽤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새끼는 청록색 깃털 없이 갈색 깃털로만 덮여있지요. 이를 통해 오늘의 짤에서 새끼에게 먹히고 있는 것은 아빠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같은 사진작가의 다른 사진인 이 사진에서 엄마로 추정되는 녹색제비도 볼 수 있습니다.


굉장히 물가에 서식하는 녹색제비입니다. / Mr.TinDC on Flickr
굉장히 물가에 서식하는 녹색제비입니다. / Mr.TinDC on Flickr

사진 속의 새끼가 아빠를 먹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렇다면 저 친구는 과연 무엇을 먹고 있는 것인지를 알아봅시다. 녹색제비들은 호수나 늪과 같은 물가에 주로 서식하는데요. 이는 녹색제비의 주식이 물가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곤충들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곤충이면 대체로 가리지 않고 먹는데, 모기나 하루살이 같은 것들부터 시작해서 잠자리나 나비도 먹는다고 하네요. 이와 같이 녹색제비들의 주식은 곤충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다른 음식들도 먹지 않는 것은 아닌데요. 번식기엔 칼슘이 풍부한 생선뼈나 다른 새의 알 껍데기 등을, 곤충이 적은 겨울철엔 식물성 먹이를 섭취하는 모습도 흔히 관찰된다고 합니다.


둥지 밖을 살피는 녹색제비입니다. / Foxman on Flickr
둥지 밖을 살피는 녹색제비입니다. / Foxman on Flickr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녹색제비는 주로 나무 구멍에 둥지를 트는 새인데, 사람이 달아 둔 인공둥지도 목이 좋다면 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늘의 사진 속 집도 사람이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혹시라도 딱따구리가 지은 것으로 밝혀진다면 정중히 사과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둥지재로는 풀을 까는 경우가 보편적인데, 해초나 이끼는 물론 다른 동물의 털이나 깃털과 같은 재료들도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둥지 내부 공사는 대부분 암컷이 전담하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암수가 협업하거나, 깃털 모으기는 수컷이 전담하는 경우도 관찰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혹시나 자신과 다른 지역 출신의 녹색제비와 둥지를 틀게 되실 경우 미리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갈등 없이 둥지 공사를 마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밥!!!!!!!!!!!!!주시죠!!!!!!!!!!!!!!!!!!!!!!! / Putneypics on Flickr
밥!!!!!!!!!!!!!주시죠!!!!!!!!!!!!!!!!!!!!!!! / Putneypics on Flickr

오늘은 부모에게서 격렬하게 먹이를 받아먹는 귀여운 아가새가 있는 짤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마침 요즘이 많은 제비류 새들의 번식기라, 지금도 수많은 둥지들에서 각종 어린 제비들이 무럭무럭 커가고 있을 텐데요. 하루에도 몇 번씩 새끼들에게 먹히고 있을 부모 제비분들께 힘내시라는 말씀 남기며,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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