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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렇게 생긴 거야

6월에 접어든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여름이 슬금슬금 찾아오고 있습니다. 대낮이야 더운 게 당연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늦은 밤까지 덥고 습한 것은 역시 견디기가 힘듭니다. 눅눅하게 푹푹 찌는 것이 불쾌지수가 높아지기 쉬운 요즘 같은 때를 맞아, 오늘은 조금 불쾌해 보이는 새를 하나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짤방 속의 친구는, 눈썹이 매우 진하며 기분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눈가의 새하얗고 동그란 눈테는 이 친구의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보이도록 부각하여 강렬한 인상을 형성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요. 도대체 왜 그렇게 마뜩잖은 표정을 짓고 있는지 너무나 물어보고 싶지만, 그런 질문을 했다가는 저 친구의 기분을 더욱 상하게만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짤방의 원본 사진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017년 5월 29일 레딧에 올라오며 여자친구의 아빠를 닮은 새라며 화제가 되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최초 출처가 레딧인지의 여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저 선명하고 짙은 검은 눈썹은 인위적으로 그려지거나 합성된 것이 아니라 본연의 깃털 무늬일 뿐이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저 새는 지금 특별히 화가 나거나 불쾌한 상태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긴 꼬리와 동그란 몸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 Kenneth Cole Schneider on Flickr
긴 꼬리와 동그란 몸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 Kenneth Cole Schneider on Flickr

이 사진이 널리 알려진 계기를 알아보았으니, 본격적으로 이 새가 이렇게 마뜩잖아 보이는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짤에 등장하는 새는 푸른모기잡이(blue-gray gnatcatcher)로, 몸길이 10cm 정도에 긴 꼬리를 갖고 있는 작은 새이지요. 비번식기의 푸른 모기잡이는 암수 모두 회색빛의 깃털을 가지고 있는데, 수컷의 깃털에 조금 더 푸르스름한 색이 돌긴 하지만 구분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름이 되어 번식기를 맞은 수컷들에게는 눈 위에 눈썹같이 생긴 검은 무늬가 생기지요. 이를 통해 우리는 오늘의 짤방에 등장한 푸른모기잡이가 수컷이며, 푸른모기잡이 암컷들은 짙은 눈썹에서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뇸뇸미를 뇸뇸하려는 푸른모기잡이입니다. / JanetandPhil on Flickr
뇸뇸미를 뇸뇸하려는 푸른모기잡이입니다. / JanetandPhil on Flickr

모기잡이(gnatcatcher)라는 이름과 달리, 사실 모기는 푸른모기잡이의 식단에서 그렇게 비중이 크진 않습니다. 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 서식하는 푸른모기잡이는 나무 사이를 역동적으로 돌아다니며, 작은 곤충이라면 가리지 않고 섭취하죠. 곤충이라면 편식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 새에게 식사 대접을 할 일이 생겼을 때 굳이 모기를 준비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모기를 준비해도 푸른모기잡이는 기꺼이 맛있게 먹어줄 것입니다.


다소 탁 트인 곳에 지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저 정도로 위장이 잘 되어 있으니 큰 걱정은 없겠습니다. / Putneypics on Flickr
다소 탁 트인 곳에 지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저 정도로 위장이 잘 되어 있으니 큰 걱정은 없겠습니다. / Putneypics on Flickr

푸른모기잡이의 번식기는 눈썹이 생긴 수컷의 구애로 시작되는데요. 수컷은 영역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동시에 암컷을 불러들이기 위해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듣고 찾아온 암컷에게 수컷은 자기 영역 안의 둥지 짓기 좋은 곳을 안내하며 어필하는데요. 푸른모기잡이들은 나무 위에 둥지를 지으며, 대개 낙엽수 종류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수컷의 구애가 성공했다면, 푸른모기잡이의 암수는 함께 둥지를 짓는데요. 둥지 외벽에는 거미줄과 이끼 등을 사용하여, 둥지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효과와 천적으로부터 둥지를 숨기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둥지는 몇 번째 둥지일까요. / Skip Russell on Flickr
이 둥지는 몇 번째 둥지일까요. / Skip Russell on Flickr

푸른모기잡이들은 번식기에 둥지를 두 개 이상 짓는 것이 상당히 보편적인 일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기생충 감염이나 탁란, 천적의 공격 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짓는 둥지는 예전 둥지의 재료를 재활용하여 짓기 때문에, 첫 번째 둥지보다 훨씬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데요. 한 쌍의 푸른모기잡이가한 번의 번식기에 최대 일곱 번까지 둥지를 짓는 것도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ㅇVㅇ / Doug Greenberg on Flickr
ㅇVㅇ / Doug Greenberg on Flickr

오늘은 멋진 눈썹을 가지고 있는 새 푸른모기잡이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금까지 푸른모기잡이 수컷의 저 선명한 눈썹이 깃털 무늬라는 것을 알아보긴 했습니다만, 혹시나 누군가가 여름만 되면 이 세상 모든 푸른모기잡이 수컷을 잡아다가 눈썹을 그려주고 날려보내는 것은 아닐지 조금 의심해보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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