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검은눈준코

Dark-eyed junco, 매혹의 향기

2015년 BBC Earth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수컷 새를 열 종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문득 확인해보니 지금까지 그중 일곱 종이나 소개해드렸더군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남은 세 종의 새 중 한 종을 소개하고, 겸사겸사 이 글의 가장 끝엔 지금까지 소개했던 일곱 종의 포스트 링크도 걸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뜬금없이 섹시한 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하는지 궁금하실 수 있을 텐데요. 전 항상 섹시한 게 좋기 때문입니다.


마른 땅의 검은눈준코입니다. / Vitalii Khustochka on Flickr
마른 땅의 검은눈준코입니다. / Vitalii Khustochka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검은눈준코입니다. 몸길이 13~17cm로 참새 정도 크기의 작고 동그란 새이지요. 준코라는 이름은 스페인어로 골풀과를 뜻하는 juncus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요. 준코가 마른 땅을 좋아하는 것과 달리 골풀은 축축한 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 준코와 골풀이 같이 있는 것은 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준코에게 이런 영문 모를 이름이 붙은 것일까요. 그건 아마 골풀과 준코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걔네도 모를 수도 있고요.


겨울 준코의 겨울 모습입니다. / DaPuglet Pugs on Flickr
겨울 준코의 겨울 모습입니다. / DaPuglet Pugs on Flickr

이름의 유래가 난해한 검은눈준코의 학명은 Junco hyemalis인데, 이는 겨울의 준코를 뜻합니다. 다행히도 겨울과 준코의 관계는 골풀과 준코의 관계보다는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요. 검은눈준코는 번식기가 있는 여름을 캐나다와 알래스카에서 보내고, 겨울을 미국에서 나는 새입니다. 북미대륙에서 가장 흔한 새 중 하나인 만큼 겨울이면 미국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그쪽 동네에선 겨울새란 인식이 강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와 같은 생태를 생각하지 않아도, 조금은 쓸쓸한 회색 깃털과 그윽하게 깊은 눈매가 왜 검은눈준코과 겨울이 잘 어울리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매력 발산을 위해 스타일 변신을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 Dan Dzurisin on Flickr
매력 발산을 위해 스타일 변신을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 Dan Dzurisin on Flickr

그럼 이제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하셨을, 이 새가 섹시한 이유에 관한 얘기로 드디어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섹시한 새들이라 하면 깃털이나 울음소리가 특이하고 화려한 경우가 많은데요. 검은눈준코의 경우 수컷이 암컷보다 조금 더 어둡다는 것을 제외하면 수수하고 귀여운 회색 동그라미일 뿐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준코의 섹시함을 더 잘 알아보기 위해서 새들의 보편적 특성 두 가지를 잠시 짚고 넘어가겠는데요. 첫 번째는 새들이 깃털 관리를 위해 기름샘에서 나온 기름을 자기 깃털에 바른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키위와 같은 일부 새를 제외하면 새들에겐 후각이 없거나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는 것입니다.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이 친구의 매력 포인트인 모양입니다. / Steven Kersting on Flickr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이 친구의 매력 포인트인 모양입니다. / Steven Kersting on Flickr

2012년의 한 연구 결과, 검은눈준코에게는 기름샘에서 나오는 기름이 깃털 관리뿐만 아니라 짝을 선택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기름에 들어있는 휘발물질을 인식하여, 즉 상대의 냄새를 맡고 짝을 선택한다는 것이지요. 이 냄새는 검은눈준코가 짝을 고르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깃털 색이나 몸 크기와 같은 시각적 정보보다도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한 검은눈준코가 매력과 솜털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 Anna Hesser on Flickr
한 검은눈준코가 매력과 솜털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 Anna Hesser on Flickr

검은눈준코의 암수는 기름에 들어있는 휘발물질의 비율이 다른데요. 여기선 휘발물질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그 비율이 수컷에 가까울수록 수컷 냄새가 강하다, 암컷에 가까울수록 암컷 냄새가 강하다라고 표현하도록 하겠습니다. 암컷 검은눈준코는 교미 상대를 고를 때, 그리고 함께 새끼를 키울 짝을 구할 때 수컷 냄새가 강한 수컷을 선호하는데요. 수컷 냄새가 강한 수컷일수록 건강하고 호르몬 사정이 양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컷 냄새가 강한 수컷일수록 본인의 새끼뿐만 아니라 다른 수컷의 새끼를 양육할 때도 새끼의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통해, 수컷 냄새가 강한 수컷이 육아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반면 냄새가 암컷에 가까운 수컷일 경우 교미 성공률도 낮고, 암컷과 짝을 짓는다고 해도 자기 둥지에 다른 수컷의 새끼가 더 많다고 하네요.


북부홍관조와 검은눈준코의 어느 겨울날입니다. / Rachid H on Flickr
북부홍관조와 검은눈준코의 어느 겨울날입니다. / Rachid H on Flickr

오늘은 수컷 냄새 진하게 풍기는 검은눈준코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이 블로그에서 검은눈준코에 관해 처음 언급했던 것은 북부홍관조 포스트에서였는데요. 비록 검은눈준코는 아주 잠깐 등장하지만 그 임팩트는 대단하니 한번 읽어보심이 어떨까 제안해보며 오늘의 포스트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밑으로 글 시작하면서 얘기했던 포스트 일곱 개 링크 첨부합니다.



새 글을 씁니다

새을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2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