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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오노라매

Eleonora's falcon, 절벽의 감옥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한파가 점점 강해지는 꼴을 보아하니 조만간 집 앞에서 북극곰이나 펭귄을 볼 수 있게 되어도 그렇게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록 롱패딩과 굳은 각오가 없이는 집 밖에 나설 수가 없습니다만, 그래도 굳이 이 날씨의 장점을 찾아보자면 음식이 상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하는데요.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나 냉장고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는 날개 달린 친구들의 경우 참신한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되지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굉장히 신선한 방법으로 먹이를 신선하게 보관하는 새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다와 절벽과 매의 색 조합이 멋집니다. / strandloper on Flickr
바다와 절벽과 매의 색 조합이 멋집니다. / strandloper on Flickr

오늘 소개할 것은 엘레오노라매로, 몸길이 40cm 정도로 늘씬한 매과의 새입니다. 폭이 좁고 긴 날개는 편 길이가 100cm에까지 이르며, 대부분의 맹금이 그렇듯이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큰 새이지요. 엘레오노라매의 이름은 최초로 매 보호에 관련된 법률을 제정했다는 사르디니아의 여왕 Elianora de Arbaree의 이탈리아식 표기 Eleonora d'Arborea에서 따왔다고 하는데요. 이탈리아라는 지명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엘레오노라매는 지중해 근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새입니다.


지중해의 절벽에 자리 잡은 엘레오노라매들입니다. / ⓒ Biopix: J Madsen지중해의 절벽에 자리 잡은 엘레오노라매들입니다. / ⓒ Biopix: J Madsen
지중해의 절벽에 자리 잡은 엘레오노라매들입니다. / ⓒ Biopix: J Madsen

엘레오노라매는 마다가스카르에서 겨울을 나고, 번식기가 되면 지중해까지 긴 거리를 이주하는 새입니다. 이 새는 여러모로 독특한 방식으로 번식기를 보내는데요. 첫 번째로, 엘레오노라매는 번식할 때 수십 쌍이 모여서 무리를 짓습니다. 다른 맹금들에게는 한 쌍이 자기 영역 안에서 새끼를 키우는 개인플레이가 일반적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특이한 유형이지요. 두 번째로 특이한 것은 번식 시기인데요. 일반적으로 봄여름에 둥지를 트는 대부분의 새들과 달리 엘레오노라매들은 초가을은 되어야 번식을 시작합니다.


잘 부풀리면 왼쪽같이 됩니다. / Xerafin Sard, Mallorca on de.wikipedia
잘 부풀리면 왼쪽같이 됩니다. / Xerafin Sard, Mallorca on de.wikipedia

엘레오노라매의 번식기가 늦은 것은 원활한 먹이 수급을 위해서인데요. 평소에는 주로 잠자리와 같은 곤충을 먹지만, 번식기에는 성조도 새끼도 번식지 근처를 지나가는 작은 가을 철새들을 먹습니다. 주로 먹이가 되는 새는 검은다리솔새(common chiffchaff)나 흰목휘파람새(common whitethroat) 등인데, 물론 굳이 철새만 골라서 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후투티속이나 칼새속에 속하는 텃새를 먹기도 합니다.


갇힌 흰목휘파람새입니다. / Figure adapted from Qninba, A., et al. (2015).
갇힌 흰목휘파람새입니다. / Figure adapted from Qninba, A., et al. (2015).

새끼에게 신선하고 건강한 먹이를 제때 먹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필요할 때 먹이를 먹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먹이를 충분히 비축해 놓는 것일 텐데요. 하지만 지중해의 햇살을 받은 먹이는 너무 빨리 상하거나 말라버릴 것입니다. 이와 같은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엘레오노라매는 먹이를 산 채로 보관하기로 결정하였죠. 신선한 식사를 위해 먹이를 살려두기로 한 것은 좋은 생각입니다만, 날개가 있는 새를 잡아두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엘레오노라매는 작은 새를 좁은 바위틈에 끼워서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뽑힌 검은다리솔새입니다. / Figure adapted from Qninba, A., et al. (2015).
뽑힌 검은다리솔새입니다. / Figure adapted from Qninba, A., et al. (2015).

그렇다면 집 주위에 작은 새를 끼워둘 마땅한 바위틈이 없는 엘레오노라매들은 어떻게 먹이를 보관할까요. 결국 근본적인 목표는 새가 날아서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 엘레오노라매들은 조금 더 직관적인 방법을 사용합니다. 비행에 필요한 날개깃과 꽁지깃을 뽑아두는 것이지요. 엘레오노라매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먹이를 보관한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2014년으로 굉장히 최근의 일인데요. 죽은 먹이를 둥지 근처에 보관해두는 맹금은 많지만, 살아있는 먹이를 보관하는 것이 관찰된 것은 엘레오노라매의 사례가 처음이라고 하네요.


멋지게 날아가는 엘레오노라매입니다. / Mike Prince on Flickr
멋지게 날아가는 엘레오노라매입니다. / Mike Prince on Flickr

오늘은 독특한 방식으로 먹이를 보관하는 엘레오노라매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추위로 갇혀 집 밖에 나가지 못하시는 여러분의 꿈에 귀여운 펭귄이 나와 비린내 나고 따뜻한 포옹을 해주길 바라며 오늘의 포스트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Qninba, A., Benhoussa, A. Radi, M., El Idrissi, A., Bousadik, H., Badaoui B. & El Agbani, M.A. 2015. Mode de prédation très particulier du Faucon d’Éléonore Falco eleonorae sur l’Archipel d’Essaouira (Maroc Atlantique). Alauda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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