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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더 로빈

Bob the robin, 정원사의 크리스마스

12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크리스마스가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생각나는 것으론 역시 선물과 먹을 것과 파티 같은 신나는 것들이 있겠는데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크리스마스에 우리 곁으로 찾아온 귀엽고 동그란 선물에 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동그란 크리스마스 푸딩을 노리고 있는 붉은 가슴의 동그란 새가 바로 오늘 소개할 친구인 밥 더 로빈(Bob the robin)입니다. 이 사진에서 동그란 푸딩 위의 동그란 붉은 열매와 동그란 밥의 동그란 붉은 가슴은 아주 멋진 조화를 보이는데요. 이 친구는 자신이 귀엽고 훌륭한 크리스마스의 전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주인공과 통성명을 하였으니, 이 친구가 어떻게 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인간의 집 안에서 크리스마스 푸딩을 즐기고 있는지를 이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글로스터셔주의 블레이크니(Blakeney, Gloucestershire)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팻 로우(Pat Lowe) 씨는 2014년의 초여름, 가드닝을 하던 중 이 작은 친구와 처음 만났습니다. 사람은 잡초를 뽑고 작은 새는 벌레를 뽑으며, 정원에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그들은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팻 로우씨는 인간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이 작고 용감한 친구에게 밥(Bob)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식사를 하던 중 자신의 또 다른 자아들을 발견한 밥의 모습입니다.
식사를 하던 중 자신의 또 다른 자아들을 발견한 밥의 모습입니다.

인간의 정원을 찾는 다른 새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밥도 처음에는 평범하게 인간 친구가 정원에 준비해준 모이를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인간 친구가 정원에 나오지 않자, 밥은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고 하네요. 야생동물과 가까이 지내는 것은 물론 기쁨이지만, 그들에게는 또 그들 나름의 삶의 방식이 있기 때문에, 팻 로우씨는 밥에게 집에서 나가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를 종용하였습니다. 인간 친구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는지 밥은 일단 그날은 집에서 나갔죠. 하지만 다음날이 되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옴뇸뇸뇸뇸뇸뇸뇸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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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인연은 그해의 겨울까지 계속되어, 인간은 작은 새 친구를 위해 빵가루와 밀웜, 포리지 등의 맛있는 식사를 기꺼이 준비하였습니다. 밥에게 기저귀를 채우고 싶은 순간은 간혹 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밥과의 인연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라고 생각하면 괜찮다고 하네요. 하긴 저도 매일 집으로 찾아오는 귀여운 동그라미를 친구 삼을 수 있다면 그 정도 리스크는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지만 존재감만은 확실한 유럽울새와, 책표지와 같은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밥의 모습입니다. / *AC85 B9345 911s, Houghton Library, Harvard University작지만 존재감만은 확실한 유럽울새와, 책표지와 같은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밥의 모습입니다. / *AC85 B9345 911s, Houghton Library, Harvard University
작지만 존재감만은 확실한 유럽울새와, 책표지와 같은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밥의 모습입니다. / *AC85 B9345 911s, Houghton Library, Harvard University

밥은 작년의 연말연시 포스트로도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유럽울새(European robin)라는 새입니다. 밥이 유독 인간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다른 유럽울새들도 밥 못지않게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는 용감한 새인데요. 예로부터 유럽울새는 정원사의 친구라 불리며, 인간과 친근한 착하고 좋은 새로 여겨졌습니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Frances Hodgson Burnett)의 '비밀의 화원'의 주인공도 유럽울새 친구의 도움으로 비밀의 화원을 찾을 수 있었죠. 작중에서 워낙 중요한 역할을 맡기 때문인지, 늠름하고 앙증맞은 울새의 모습이 그려진 이 책의 표지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파이 장식을 고민하고 있는 밥의 모습입니다.
파이 장식을 고민하고 있는 밥의 모습입니다.

유럽울새의 정원사적인 면을 살펴보았으니 이어서 살펴볼 것은 유럽울새의 크리스마스적인 면입니다. 지난주에 소개한 북부홍관조와 마찬가지로 유럽울새도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상징새 중 하나인데요. 전신이 붉었던 북부홍관조만큼은 아니지만, 유럽울새의 불타는 듯한 붉은 가슴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죠. 심지어 유럽울새의 가슴이 붉은 이유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이야기까지 얽혀 있습니다. 이쯤 되면 크리스마스가 유럽울새를 위해 있는 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오늘은 크리스마스에 찾아온 붉고 용감한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올해의 크리스마스이브는 천둥번개가 치는 것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라는 표현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습니다만, 이건 이것대로 멋지지 않은가 싶네요. 누군가와 같이 또는 혼자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라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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