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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_가는_건_위험하단다.jpg

이걸 가져가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데에 얼마나 익숙하냐는 것과는 별개로, 이 험한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은 다소 힘겹고 위험한 일입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비록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보송보송함으로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 인생의 동반자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날 데려가게.
날 데려가게.

오늘 소개할 것은 이 보송보송한 친구입니다. 보송한 배를 드러내는 자신만만한 태도와 표정에서 믿음직스러움이 느껴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귀엽습니다. 코트 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쓰다듬으면 전례 없는 보드라움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짤에 사용된 사진의 원출처는 2013년의 이 기사인 것 같은데, 사진의 귀여움 때문에 기사에 집중하기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전 퍼핀보다는 뻐삔이라고 발음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 Tony Smith on Flickr
사실 전 퍼핀보다는 뻐삔이라고 발음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 Tony Smith on Flickr

오늘의 짤의 보송이는 퍼핀(puffin)의 새끼입니다. 퍼핀엔 총 세 종이 있는데, 이 친구는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대서양퍼핀(atlantic puffin)의 새끼이지요. 성체의 몸길이가 30cm 정도로 그렇게까지 크진 않은 이 새는 솔직히 나를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든든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연이 많아 보이고 귀여우니 어디에 데려가도 후회하진 않으실 것 같네요. 화려한 부리와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때문에 '바다의 광대(clown of the sea)' 또는 '바다 앵무새(sea parrot)'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대서양퍼핀은 얼마 전 소개했던 케아와도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습니다.


왼쪽이 번식기, 오른쪽이 비번식기의 대서양퍼핀입니다. / Milan Nykodym, GrahamC57 on Flickr왼쪽이 번식기, 오른쪽이 비번식기의 대서양퍼핀입니다. / Milan Nykodym, GrahamC57 on Flickr
왼쪽이 번식기, 오른쪽이 비번식기의 대서양퍼핀입니다. / Milan Nykodym, GrahamC57 on Flickr
위와 마찬가지로 왼쪽이 번식기의 이것저것을 벗어버리면 오른쪽이 됩니다. / The New International Encyclopædia, v. 16, 1905, p. 532
위와 마찬가지로 왼쪽이 번식기의 이것저것을 벗어버리면 오른쪽이 됩니다. / The New International Encyclopædia, v. 16, 1905, p. 532

퍼핀 하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화려하고 커다란 부리인데요. 사실 이 부리를 볼 수 있는 때는 번식기 뿐입니다. 번식기가 끝난 퍼핀은 부리의 부속물이 떨어져서 두께가 줄어들고, 머리와 목 깃털도 어두운색으로 변하며 번식기와는 상당히 인상이 달라지죠. 우리가 아는 퍼핀의 눈은 항상 세모나고 생각이 많으며 수심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비번식기의 퍼핀은 눈가의 장식도 없어지기 때문에 눈이 동그랗게 보여서 그렇게까지 슬퍼 보이진 않습니다. 번식기의 퍼핀이 우울해 보이는 것은 자식을 낳아 키울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은 아닐까요. 어쩌면 퍼핀들이 번식기가 끝나면 바다로 떠나 다음 번식기까지 육지로 돌아오지 않고 바다에 머무는 것은 혼자만의 힐링 타임이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퍼핀으로서의 주홍빛 힘이 깨어나지 않은 어린 친구입니다. / Erik Christensen on Wikimedia commons
아직 퍼핀으로서의 주홍빛 힘이 깨어나지 않은 어린 친구입니다. / Erik Christensen on Wikimedia commons

대부분의 새가 그렇듯이, 청소년기의 퍼핀은 비번식기의 성체와 비슷합니다. 얼굴은 어두운 회색이고 부리와 다리도 성체의 선명한 주홍색에 비해 칙칙하고 어둡죠. 독립할 무렵의 어린 새는 부리 길이가 성체와 거의 비슷하지만, 성체만큼 넓은 부리를 가지려면 아직도 한참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린 퍼핀은 독립한 후 바다로 가서 몇 년간 육지로 돌아오지 않는데요. 해마다 부리는 점점 넓어지고 얼굴은 하얘질 이 어린 새들은, 다리와 부리가 밝고 선명해지는 과정까지 거쳐 완연한 성체 퍼핀이 되고 나서야 다시 육지로 돌아올 것입니다.


꼬기 부자 뻐삔입니다. / Victor on Flickr
꼬기 부자 뻐삔입니다. / Victor on Flickr

바다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새인 만큼 퍼핀의 주식은 생선인데요. 사냥을 할 땐 물속으로 들어가는 퍼핀은, 날개와 발을 각각 노와 방향키처럼 사용하여 수영한다고 합니다. 퍼핀은 한 번의 잠수에 작은 생선 여러 마리를 잡을 수 있는데요. 잡은 생선은 돌기가 달린 입천장과 혀를 사용하여 단단히 잡아두기 때문에, 이미 물고기를 물고 있는 상태에서도 부리를 사용하여 다른 물고기를 잡을 수 있죠.


많이 물 수 있다면 종류는 별로 상관없나 봅니다. / Kees Waterlander on Flickr
많이 물 수 있다면 종류는 별로 상관없나 봅니다. / Kees Waterlander on Flickr

작은 물고기들을 부리 가득 물고 있는 대서양퍼핀 사진을 찾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인데요. 평균적으로 대서양퍼핀이 한 번에 잡는 물고기는 10마리 정도라고 하지만, 캐나다에는 61마리의 물고기를 문 퍼핀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 후 영국에서 물고기 62마리를 문 퍼핀이 발견되며 세계 최고 기록은 금방 깨졌지만 말입니다. 현재 최고 기록은 노르웨이 출신 퍼핀의 80마리라고 하는데, 아직 퍼핀 단체의 공신력 있는 인증이 있었다 할만한 출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은 전부 비공식 기록으로 남겨두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인류 중엔 연구 명목으로 퍼핀이 부리에 물고 있는 물고기를 세보는 훌륭한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군요.


뇌쇄적인 눈빛의 대서양퍼핀이 당신에게 꽃을 건넵니다. / Jacob McGinnis on Flickr
뇌쇄적인 눈빛의 대서양퍼핀이 당신에게 꽃을 건넵니다. / Jacob McGinnis on Flickr

오늘은 슬픈 눈의 귀염둥이이자 당신 인생의 동반자인 대서양퍼핀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새끼 퍼핀은 퍼플링(puffling)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뽀송하게 부푼 것 같기도 한 굉장히 귀여운 호칭입니다. 뻐쁠링이라고 소리 내서 발음하면 꽤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 전하며, 이상으로 이번 포스트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데려가게.
데려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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