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11월 11일로, 1이 네 개나 있는 날이었습니다. 1이 워낙 길쭉하게 생긴 탓에, 빼빼로나 가래떡과 같이 온갖 가늘고 긴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길고 길쭉하며 기다란 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다리를 뽐내고 있는 장다리물떼새입니다. / JJ Harrison on Wikimedia commons
긴 다리를 뽐내고 있는 장다리물떼새입니다. / JJ Harrison on Wikimedia commons

오늘 소개할 새는 장다리물떼새입니다. 이름의 장다리가 설마 장다리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테니, 우리는 이 새의 이름에서부터 이 새가 긴 다리를 가지고 있으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장다리물떼새는 몸길이가 35cm 정도로, 물떼새치고는 크긴 하지만 다른 물새에 비하면 특출나게 커다란 새는 아닌데요. 절대적인 길이로야 훨씬 더 긴 다리도 많겠지만, 상대적으로 따져보면 장다리물떼새는 플라밍고 다음으로 몸 대비 다리 길이가 긴 새라고 합니다. 다리 길이가 25cm나 되어 몸 높이의 60%가 다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길쭉이들이죠.


긴 다리는 수납하지 않고 뒤로 쭉 뻗은 채 비행합니다. / Victor on Flickr
긴 다리는 수납하지 않고 뒤로 쭉 뻗은 채 비행합니다. / Victor on Flickr

장다리물떼새의 일명은 세이타카시기(背高鷸, セイタカシギ)인데, 이를 직역하면 키가 큰 물떼새입니다. 중국에서 불리는 이름인 헤이츠창쟈오위(黑翅长脚鹬, hēichìchángjiǎoyù)는 날개가 검고 다리가 긴 물떼새란 뜻이죠. 장다리물떼새의 영명, 불명, 독명은 각각 Black-winged stilt, Échasse blanche, Stelzenläufer인데요. 이 세 이름의 공통점은 유래가 죽마라는 것으로, 장다리물떼새의 긴 다리가 마치 죽마에 올라타 있는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장다리물떼새의 학명인 Himantopus himantopus에 두 번이나 들어가는 'himantopus'의 유래는 희랍어의 ἱμαντόπους이며, 이 역시 가늘고 긴 다리를 의미하죠.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수컷입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수컷입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어떤 이름에도 긴 다리라는 의미가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장다리물떼새는 정말 월드 와이드 장다리인데요. 누구라도 장다리물떼새를 한 번이라도 본다면 그 다리에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장다리물떼새의 다리는 그 길이뿐만 아니라 붉은 분홍빛도 굉장히 인상적인데요. 그 때문에 중국에서 장다리물떼새는 붉은 다리의 낭자라는 의미의 홍퉤이니앙쯔(红腿娘子, hóngtuǐniángzǐ)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장다리물떼새는 암컷도 수컷도 붉은 다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구분하기 위해서는 다리보다는 몸 윗면을 살펴보는 것이 나은데요. 수컷의 몸 윗면은 녹색 광택이 도는 짙은 검은 색이며, 암컷의 몸 윗면은 진한 갈색입니다. 또한 수컷은 여름깃의 목 뒤가 검은데, 암컷은 훨씬 더 연한 색을 띠고 있죠.


강렬한 컬러의 장다리물떼새의 강렬한 눈빛이 강렬합니다. / Frans Vandewalle on Flickr
강렬한 컬러의 장다리물떼새의 강렬한 눈빛이 강렬합니다. / Frans Vandewalle on Flickr

장다리물떼새에게는 선명하게 붉은 다리보다도 더 붉은 부분이 숨어있습니다. 바로 눈인데요. 의태를 위해 눈에 띄지 않는 모래 같은 색을 띤 다른 물떼새들과 달리 붉은 눈과 다리, 흰 몸, 그리고 검은 날개의 장다리물떼새는 정말로 강렬한 시각적인 자극을 전달해주는 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블랙 화이트 레드의 색조합이라니 이는 마음 한구석에 남몰래 다크사이드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이 시대의 현대인들을 자극하는 색조합이 아닐 수 없는데요. 제가 한창 어둠에 심취했던 청소년기엔 그런 것이 유행하고 그랬었는데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긴 다리와 긴 부리의 이 어린 새는 고민이 조금 있어 보입니다. / Shaun Astbury on Flickr
긴 다리와 긴 부리의 이 어린 새는 고민이 조금 있어 보입니다. / Shaun Astbury on Flickr

사실 장다리물떼새도 태초부터 이렇게 까리한 색조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 장다리물떼새의 깃털은 다른 물새 새끼들과 비슷하게 모래색이며, 다리도 아직 분홍색을 띠지 않습니다. 애긔들에게도 멋은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역시 안전이니 말이죠. 하지만 애긔시절부터 이미 몸에 비해 기다란 부리와 다리를 통해 우리는 길쭉하고 까리하게 자라날 어린 새의 미래를 조금 엿볼 수 있습니다.


♡... / Michele Lamberti on Flickr
♡... / Michele Lamberti on Flickr

오늘은 1이 가득한 날을 맞아 1과 닮은 긴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장다리물떼새의 다리가 딸기맛 빼빼로와 닮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몸통은 약간 가래떡을 닮은 것도 같습니다. 대부분의 기념일이 그렇듯이 11월 11일 역시 가족 친구 연인 지인들과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날이기 때문에, 알콩달콩한 어느 장다리물떼새 커플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이번 포스트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봤구나......? / Michele Lamberti on Flickr
봤구나......? / Michele Lamberti on Flickr
새을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