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환경단체 Forest & Bird에선 매년 올해의 새를 선정합니다. 올해 역시 2017년의 새를 뽑는 투표가 있었고, 쟁쟁한 후보들의 치열한 접전 끝에 영광의 1위는 총득표수 7,311표의 케아가 차지하게 되었는데요. 케아의 우승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이 멋진 우승조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멋지고 복슬한 옆태가 돋보입니다. / Geof Wilson on Flickr
멋지고 복슬한 옆태가 돋보입니다. / Geof Wilson on Flickr

케아는 몸길이 48cm의 커다란 앵무입니다. 뉴질랜드 남섬(Te Waipounamu)에만 서식하는 앵무인 동시에 산악 지대에 서식하는 유일한 현존 앵무이기도 하죠. 케아라는 이름은 케---------아----------------하는 울음소리에서 따온 것으로 추측된다고 하는데요. 물론 이름이 먼저 붙여진 후에 자기 이름을 부르면서 나는 자의식 과잉 새일 수도 있지만 아마 그건 아닐 것입니다.


반전매력쟁이입니다. / klaasmer on Flickr
반전매력쟁이입니다. / klaasmer on Flickr

거대하고 복슬한 올리브 같은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케아는 그 날개 밑에 아름답게 불타는 겨드랑이를 숨기고 있습니다. 크고 뾰족하게 휘어있는 윗부리 역시 케아의 외모에서 특징적인 부분 중 하나인데요. 케아의 암수는 외모가 거의 유사한데, 수컷이 암컷보다 더 크며 윗부리의 길이도 더 길다고 합니다.


옴뇸뇸뇸 중인 케아입니다. / ofthiscentury on Flickr
옴뇸뇸뇸 중인 케아입니다. / ofthiscentury on Flickr

케아는 잡식성으로, 식물의 뿌리나 잎, 꿀, 열매 및 각종 애벌레나 다른 새의 새끼 등 가리는 것이 없이 잘 먹는 새입니다. 뾰족한 부리를 보아하니 고기도 좋아할 것이 틀림없는데, 실제로도 케아는 토끼는 물론 개나 말까지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습니다. 이와 같은 식성으로 인해 케아는 안타깝게도 케아 이후 고지대에 진출한 목양업자들과 마찰을 빚게 되었는데요. 1860년대 고지대에서 양을 치던 목양업자들은 양의 등이나 허리에서 이상한 상처를 발견하였습니다. 처음엔 질병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던 이 상처는 곧 케아가 범인인 것으로 밝혀졌죠. 케아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양털을 뜯고 고기를 섭취하였는데요. 이 공격은 직접적으로 양이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죽지 않는다고 상처가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닐뿐더러 상처에서 감염이 일어나 양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케아의 행복을 빌며 적당히 뒷머리가 멋진 사진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 James Ball on Flickr
케아의 행복을 빌며 적당히 뒷머리가 멋진 사진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 James Ball on Flickr

이와 같이 양을 공격하는 것 때문에 유해 조수로 여겨진 케아는 포상금까지 걸리며 사냥당하게 되었는데요. 사냥이 허가된 것은 농장과 가까운 구역 뿐이었습니다만, 일부 보호지역에서마저 케아는 사냥당하게 되며 개체수가 엄청나게 줄었습니다. 100년 동안 약 15만 마리 이상이 사냥당했으며, 개체수가 5000마리 이하로 떨어진 1900년대 후반에서야 케아는 보호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현재 케아의 개체수는 약 3000~7000마리로 추정된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납중독 및 밀렵, 밀반출 등 고난으로부터 완전 해방된 것은 아니라고 하니 케아도 고생이 많습니다.


조금 안타까운 얘기를 했으니 다시 신나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케아는 정말로 똑똑하고 호기심이 많은 새인데요. 그런 케아들에게 인간의 삶은 굉장히 흥미로울 것입니다. 그리고 겁이 없는 케아들은 그 흥미로운 것들을 직접 조사해볼 것이지요. 그 대상은 가방일 수도, 옷일 수도, 먹을 것일 수도, 자동차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케아는 다 훔치고 부술 것입니다. 이 대자연의 강한 힘 앞에서 인간은 무력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앞에서도 말했듯이 케아는 정말로 똑똑이입니다. 즉 힘만으로 부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부순다는 뜻이죠.


눈싸움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 Bernad Spragg. NZ on Flickr
눈싸움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 Bernad Spragg. NZ on Flickr

이 똑똑한 친구들은 사회적이기까지 하여 10여 마리에 이르는 무리를 지어 생활합니다. 케아들은 노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여, 공중에서 서로를 쫓거나 돌을 던져 주고받고, 상대의 발을 몰래 물거나 레슬링같이 서로 잡고 뒹구는 등 현재까지 관찰된 것만 해도 다양한 놀이를 하죠. 그뿐 아니라 놀고 있는 케아는 다른 케아들 역시 신나게 하는, 일종의 웃음와 같은 울음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포유류 외의 동물에서 웃음이 전염되는 것이 관찰된 것은 케아가 처음이라고 하는군요. 즐겁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 때문인지 케아에게는 '고산의 광대(Clown of the Alps)'라는 유명한 이명이 있는데요. 케아 무리를 칭하는 집합명사는 'conspiracy' 또는 'circus'라고 하니 케아도 이렇게 불리는 것에 몹시 만족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이 즐거운 새들은 훌륭한 협업을 통해, 차근차근 모든 것을 부술 것입니다.


슬슬 지구 정복 준비에 들어가려 합니다. / Rüdiger Stehn on Flickr
슬슬 지구 정복 준비에 들어가려 합니다. / Rüdiger Stehn on Flickr

오늘은 똑똑하고 유쾌한 새 케아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미래의 지구는 분명 까마귀나 케아나 돌고래가 지배하게 될 테니, 최소한 그중 하나에겐 잘 보여두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개인적인 의견 남기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호다닥! / Aidan Wojtas on Flickr
호다닥! / Aidan Wojtas on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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