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곤봉날개따오기

Clubbed-wing ibis, 곤봉아 다 죽여

본 블로그는 개설 이후로 수많은 새들의 사생활을 공개해 왔습니다. 아직까지 그것이 큰 문제로 발전한 적은 없지만 만에 하나 고소를 당하기라도 하면 앞으로의 블로그 운영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고소에 대한 걱정 없도록 멸종한 조류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멸종 조류에 관한 글답게 골격 복원도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 Figure adapted from Longrich et al. (2011).

오늘 소개할 새는 곤봉날개따오기(clubbed-wing ibis)입니다. 이 새는 자메이카에 서식했었기 때문에 자메이카따오기(Jamaican ibis)라고 불리기도 하죠. 섬에 서식하는 많은 새들이 그렇듯이 곤봉날개따오기 역시 날지 못하는 새였는데요. 따오기아과의 새 중 날지 못하는 따오기는 자메이카에 서식하던 곤봉날개따오기와 하와이에 서식하던 Apteribis속의 따오기인 A. glenosA. brevis 두 종을 합친 세 종뿐으로, 현재는 전부 멸종했죠.


(a)~(d)여러 방향에서 본 곤봉날개따오기의 손목-손바닥뼈입니다. (e)곤봉날개따오기의 손목-손바닥뼈 단면입니다. (f)미국흰따오기의 손목-손바닥뼈의 방사선 사진입니다. (g)곤봉날개따오기의 손목-손바닥뼈의 방사선 사진입니다. / Figure adapted from Longrich et al. (2011).

곤봉날개따오기의 기본적인 정보를 알아보았으니, 이제 정말로 이 새가 이름처럼 곤봉 같은 날개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따오기의 날개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손목-손바닥뼈(carpometacarpus)인데요. 이 뼈는 최대 직경이 12.8mm에 달하는 큰 뼈입니다. 대부분의 새의 뼈는 속이 비어 있어 충격에 취약하고 잘 부러지는데요. 곤봉날개따오기의 손목-손바닥뼈 역시 속이 비어 있지만, 두께가 최대 3mm에 이를 정도로 두꺼운 이 뼈는 쉽게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크고 단단하게 덩어리진 뼈라니, 곤봉과의 유사성이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좌)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미국흰따오기, 곤봉날개따오기, A. glenos의 날개뼈입니다. (우)미국흰따오기와 곤봉날개따오기의 위날개뼈(humerus)를 같은 길이로 두고 날개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 Figure adapted from Longrich et al. (2011).(좌)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미국흰따오기, 곤봉날개따오기, A. glenos의 날개뼈입니다. (우)미국흰따오기와 곤봉날개따오기의 위날개뼈(humerus)를 같은 길이로 두고 날개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 Figure adapted from Longrich et al. (2011).

곤봉날개따오기의 날개가 얼마나 특이한지는 다른 따오기와 비교해 보았을 때 더 확연히 알 수 있는데요. 먼저 곤봉날개따오기의 날개는 미국흰따오기의 날개보다 짧습니다. 하지만 A. glenos의 날개에 비해선 훨씬 긴 것을 볼 수 있죠. 그리고 날개 끝을 보면 곤봉날개따오기의 손가락뼈가 다른 따오기와 달리 짧은 블록 모양으로 변형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따오기들과 비교해 보면, 곤봉날개따오기의 손목-손바닥뼈가 얼마나 크게 부풀고 길어졌으며, 독특하게 구부러져 있는지도 더 잘 알 수 있죠. 자뼈(ulna, 아래날개의 안쪽 뼈)가 원만하게 휘어있고 노뼈(radius, 아래날개의 바깥쪽 뼈)는 자뼈에 비해 훨씬 가는 다른 따오기와 달리, 자뼈가 거의 일직선으로 뻗어있고 노뼈는 자뼈만큼 굵어져 있는 것 역시 곤봉날개따오기의 날개의 독특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붕어오리와 자카나는 돌기가 달린 날개로 상대를 공격합니다. / Joshua Stone on Wikimedia commons, Benjamin Keen on Wikimedia Commons붕어오리와 자카나는 돌기가 달린 날개로 상대를 공격합니다. / Joshua Stone on Wikimedia commons, Benjamin Keen on Wikimedia Commons

곤봉날개따오기의 독특한 날개 구조는 곤봉과 유사합니다. 곤봉날개따오기의 크고 무거운 손목-손바닥뼈는 곤봉의 머리 부분에, 나머지 날개뼈는 곤봉의 손잡이 부분에 각각 대응시킬 수 있죠. 날지 못하는 새답지 않게 곤봉날개따오기는 비교적 긴 날개를 가지고 있는데요. 날개가 긴 것은 날개를 휘두를 때의 사정거리와 각속도를 증가시키는 데 굉장히 효과적이고, 이것은 날개를 무기로 사용할 때 굉장한 이점이 됩니다. 현생 조류 중에서도 붕어오리류나 자카나류의 새들은 날개를 무기로 사용하니, 이 훌륭한 날개를 가지고 있는 곤봉날개따오기가 날개를 곤봉처럼 사용했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죠. 하지만 큰 머리와 긴 손잡이는 마라카스와도 공유하는 특성이니, 우리는 아직 곤봉날개따오기의 이름이 마라카스날개따오기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a)둘로 부러진 위날개뼈, (b)골절을 입었던 손목-손바닥뼈의 사진과 방사선 사진입니다. / Figure adapted from Longrich et al. (2011).(a)둘로 부러진 위날개뼈, (b)골절을 입었던 손목-손바닥뼈의 사진과 방사선 사진입니다. / Figure adapted from Longrich et al. (2011).

곤봉날개따오기가 날개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을지에 대한 더 직접적인 증거는 바로 날개뼈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새들이 날개를 마라카스처럼 사용했다면, 곤봉날개따오기의 날개뼈는 멋진 리듬을 창조해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새들이 날개를 곤봉처럼 사용하였다면, 무언가를 후려치거나 후려맞는 과정에서 발생한 골절의 흔적이 날개뼈에 남아있겠죠. 위 이미지는 외부 충격으로 인해 골절이 발생했던 곤봉날개따오기의 날개뼈입니다. (a)는 둘로 부러진 위날개뼈이고, (b)는 골절을 입었다가 회복된 손목-손바닥뼈로, 골절이 발생했던 부위에 가골(假骨)이 형성된 것을 볼 수 있죠. 곤봉날개따오기의 날개뼈를 흔들면 소리가 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골절의 흔적은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물리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두 곤봉날개따오기입니다. / Illustration: Nicholas Longrich/Yale University

그렇다면 이 따오기는 왜 자신의 날개를 곤봉처럼 사용한 것일까요. 모든 것을 두 주먹으로 파괴해버리기 위해 이 세상에 강림하였던 멸망의 기수였던 것일까요. 아마도 그건 아닐 것입니다. 대신 조금 더 신빙성 있는 가설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첫 번째 가설은 곤봉날개따오기들이 동종간의 싸움에 날개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동종간의 싸움은 대개 교미를 위한 경쟁이나 영역다툼 때문에 일어나는데요. 현생 따오기들은 일부일처의 새이고, 따오기 사회에서 영역다툼은 굉장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곤봉날개따오기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났다면 그 원인도 아마도 교미 경쟁보단 영역다툼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귀엽지만 아직 따오기 구실하기엔 멀어보이는 글로시따오기의 알과 새끼입니다. / Electronic Collection of Georgia Birds on Flickr

또 다른 가설은 곤봉날개따오기의 날개가 방어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천적 없이 평화로운 섬에 정착한 새들이 날기보다는 걷기를 선호하게 되는 동안, 곤봉날개따오기는 뱀, 원숭이, 또는 맹금과 같은 천적으로부터 둥지를 지켜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현생 따오기의 생태로부터 미루어 짐작해볼 때, 곤봉날개따오기의 새끼는 부화한 후에도 둥지에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자신의 둥지와 새끼를 지키기 위해 곤봉날개따오기는 접근하는 모든 것을 후려팼을 것입니다.


오늘은 본 블로그에서 다룬 멸종 조류로는 첫 번째면서, 이름에 곤봉이 들어가는 것으로는 두 번째인 곤봉날개따오기에 관해 알아보았는데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모든 것을 후려치는 멋진 곤봉날개따오기의 꿈을 꾸시길 바라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Longrich, Nicholas R., and Storrs L. Olson. "The bizarre wing of the Jamaican flightless ibis Xenicibis xympithecus: a unique vertebrate adaptation."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B: Biological Sciences (2011): rspb20102117.

새 글을 씁니다

새을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