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 7월 7일 칠석입니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까마귀와 까치가 만든 다리인 오작교를 건너 만나는 날이죠. 그래서 오늘은 까막까치와 관련된 글을 써볼까 했었는데요. 칠석에 임박해서야 글을 시작해서인지 대부분의 까막까치는 다리를 놓으러 가서 연락이 되지 않았고, 아마 연락이 되었다 하더라도 까막까치들은 머리깃이 빠진 모습이 게재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까막까치 대신, 칠석과 잘 어울리는 다른 새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붉은 부리가 매력적인 상사조입니다. / Jonathan Jordan on Flickr
붉은 부리가 매력적인 상사조입니다. / Jonathan Jordan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상사조입니다. 중국 남부에서 인도 북부에 걸쳐 서식하는 상사조는 몸길이가 14cm 정도로 참새만큼 작은 새인데요. 이 작은 몸에 어떻게 채워 넣었나 싶을 정도로 선명하고 다채로운 깃털을 가지고 있는 새이기도 하죠. 이렇게 화려한 새들도 암컷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을 띨 때가 많은데요. 상사조는 암컷이 수컷보다 조금 더 색이 옅은 것을 제외하면 암수 간에 큰 차이가 없어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상사조는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어 사는 새인데요. 번식기가 되면 서로 짝을 지은 두 마리씩 일시적으로 무리가 와해되며, 각 부부의 영역의식도 강해집니다. 상사조는 1년 내내 노래를 부르는 새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이, 자주 노래를 부르는 시기도 번식기이지요. 상사조의 수컷은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해 굉장히 길고 복잡한 노래를 부르는데요. 위 영상에서는 상사조의 멋진 노래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서로를 찾을 필요가 없어 보이는 상사조들입니다. / Aardwolf6886 on Flickr
지금은 서로를 찾을 필요가 없어 보이는 상사조들입니다. / Aardwolf6886 on Flickr

상사조의 노래에는 구애 말고도 중요한 역할이 하나 있는데요. 상사조의 울음소리는 개체마다 달라서, 울음소리를 듣고 상대를 구분한다고 합니다. 수컷이 먼저 짧고 화려한 노래를 부르면, 그것을 들은 암컷은 짧고 간단한 노래로 답하는데요. 그러면 수컷은 다시 노래하고, 암컷은 짧게 답하는 것이 반복되죠. 먹이를 찾고 천적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상사조들은 울창한 숲에 서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사조 한 쌍이 서로 울음소리를 주고 받는 것은 숲 속에서 소리를 통해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사랑이 깊다 못해 하나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 distillated on Flickr
사랑이 깊다 못해 하나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 distillated on Flickr

이 새에게 상사조(相思鳥)라는 사랑이 넘치는 이름이 붙은 것도 위와 같이 암수가 울음소리를 주고 받는 습성 때문입니다. 상사조는 울음소리가 워낙 아름다워 예전부터 애완조로 많이 키워졌는데요. 암수를 각각 다른 새장에 나눠두면 서로를 찾아 우는 것이 사랑이 깊어보인다 하여 상사조란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이것이 동아시아의 공통적인 감상이었는지, 중국과 일본에서도 상사조는 각각 홍주에이샹쓰냐오(红嘴相思鸟, hóngzuǐxiāngsīniǎo)와 소우시쵸(相思鳥, ソウシチョウ)라 불리며 서로 사랑하는 새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촬영된 행복한 상사조의 모습입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일본에서 촬영된 행복한 상사조의 모습입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마냥 무해한 사랑꾼으로만 보이는 상사조입니다만, 사실 이 새들은 어떤 나라에서는 꽤나 골칫거리이기도 합니다. 대략 17세기부터 중국에서 일본으로 조금씩 수입되던 상사조는,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이후 그 수입량이 급증합니다. 그리고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도망치거나 유기된 상사조의 수도 늘어나게 되었죠. 그렇게 자유를 찾은 상사조들은 일본에 정착하였는데요. 아직까지는 일본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휘파람새나 큰유리새와 같은 토착 조류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상사조는 '일본의 침략적 외래종 WORST 100(日本の侵略的外来種ワースト100)'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고운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상사조입니다. / Kishore Bhargava on Flickr
자신의 고운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상사조입니다. / Kishore Bhargava on Flickr

그런데 상사조가 일본에 잘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재밌습니다. 일반적으로 외래종이 다른 나라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인간이 원인입니다만, 그 후로는 자신이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여 정착해야 합니다. 그런데 상사조의 경우, 당시의 개발로 인해 일본의 일부 환경이 상사조의 고향과 유사하게 변하였습니다. 토착종들에겐 다소 당황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덕에 상사조는 적응을 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고향에 돌아간 기분으로 쉽게 정착할 수 있었겠죠.

하와이에서 촬영된 이 상사조도 행복해 보이는군요. / budgora on Flickr
하와이에서 촬영된 이 상사조도 행복해 보이는군요. / budgora on Flickr

작고 예쁘고 노랫소리가 아름다운 새가 다른 지역에 정착하여 잘살고 있는 것을 보면 생각나는 또 다른 새가 있습니다. 바로 하와이로 간 동박새지요. 그리고 놀랍게도, 상사조 역시 하와이에 정착한 새 중 하나입니다. 호놀룰루의 차이나타운에 큰 화재가 일어나 화교들이 키우던 상사조가 탈출하여 정착한 후, 개체수가 꽤 늘어난 지금은 하와이를 정복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하는군요. 처음 하와이에 유입 된 것이 동박새는 1929년, 상사조는 1918년이라고 하니 일본에서는 상사조가 후발주자였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하와이에서는 선배였네요. 문득 꿀빨이새의 수심에 가득 찬 눈이 생각나는 이유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작년의 칠석은 8월 9일이었군요. / 中国邮政(Chinapost.com.cn, 2017)작년의 칠석은 8월 9일이었군요. / 中国邮政(Chinapost.com.cn, 2017)작년의 칠석은 8월 9일이었군요. / 中国邮政(Chinapost.com.cn, 2017)
작년의 칠석은 8월 9일이었군요. / 中国邮政(Chinapost.com.cn, 2017)

오늘은 견우와 직녀같이 서로 정다운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칠석과 상사조가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이 저뿐만은 아니었는지, 2016년 중국에선 칠석절을 맞이하여 상사조가 그려진 기념우표를 발행하기도 하였다고 하네요. 올해 칠석에 비가 온다면 그건 견우와 직녀의 눈물일지, 아니면 까마귀와 까치의 눈물일지 생각해보며 이번 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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