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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쏙독새

Oilbird, 동굴의 악마

오늘은 7월 10일 월요일입니다. 굳이 글의 시작에 오늘의 날짜를 명기하는 이유는, 이번 포스트의 주제를 정하던 중 710을 뒤집으면 OIL이 된다는 계시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굉장히 기름진 포스트를 한번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빵빵하고 게슴츠레한 기름쏙독새들입니다. / Patty McGann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OILbird로, 한국 이름 역시 기름진 기름쏙독새입니다. 또한 기름쏙독새의 학명인 Steatornis caripensis에서 steatornis(στέατος+ὄρνις)는 통통한 새를 의미하는데요. 기름쏙독새에게 이와 같이 기름진 이름이 붙은 것은 어린 기름쏙독새가 굉장히 통통하기 때문입니다. 독립하기 전의 기름쏙독새는 몸에 지방을 축적하여 성조보다 무겁고 빵빵한데요. 예전에는 이 기름쏙독새의 새끼를 잡아 기름을 얻는 데 사용했다고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caripensis는 caripe라는 지명이 유래이니, 기름쏙독새의 학명을 굳이 직역해보면 카리페의 오동통 버드라고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길쭉하게 당신을 내려다보는 기름쏙독새입니다. / Heather & Mike on Flickr

한국에 서식하는 쏙독새의 몸길이가 20cm 정도이기 때문에, 기름쏙독새도 쏙독새 정도로 꽤 작은 새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는데요. 남미에 서식하는 기름쏙독새는 몸길이가 40cm가 넘는 크고 긴 새입니다. 몸이 큰 만큼 부리 주위의 털도 길어 최대 5cm까지 자라난다고 하니, 이것만 해도 쏙독새 몸의 1/4 길이이군요.


어둠 속의 기름쏙독새입니다. / Gregory

기름쏙독새는 야행성이며, 동굴 속에 둥지를 짓는 새입니다. 동굴에 서식하고 밤에만 먹이를 찾는 습성 때문에 기름쏙독새의 눈은 어두운 곳에서 굉장히 잘 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밤새치고는 눈이 작지만 상대적으로 동공이 크기 때문에 어떤 새보다 효율적으로 빛을 모을 수 있으며, 망막 대부분은 약한 빛에 반응하는 간상세포로 이루어져 있죠. 이와 같은 형태의 눈은 새들 사이에선 드물고, 오히려 빛이 적은 심해에 사는 심해어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대신 빛이 강한 낮에는 잘 보지 못하겠죠.


이와 같이 어두운 곳에서 유리한 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름쏙독새는 소리를 사용하여 방향을 찾는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방식은 같은 새 중에선 칼새류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더 잘 알려진 예시로는 돌고래나 박쥐가 있습니다. 이때 기름쏙독새의 울음소리의 주파수는 2kHz 정도로 사람도 들을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방향을 찾을 때가 아닌, 평소의 기름쏙독새 울음소리는 다소 호러블합니다. 트리니다드(Trinidad)섬에서 기름쏙독새는 diablotin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이는 불어로 작은 악마를 의미하며, 아마도 울음소리 때문에 붙은 이름일 것입니다. 위 영상에선 동굴에서 나오는 수많은 작은 악마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이쪽을 의식하지 않은 척 기꺼이 부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Alastair Rae on Flickr

기름쏙독새는 갈고리같이 휘어진 부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부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기름쏙독새가 과일을 먹는 새이기 때문입니다. 날갯짓 소리를 죽여서 먹이에 몰래 접근해야 하는 다른 야행성 친구들과 달리 기름쏙독새의 먹이인 과일들은 아무리 대놓고 다가가도 도망가지 못하지요. 이 때문에 기름쏙독새의 깃털은 다른 밤새인 쏙독새나 부엉이에 비해선 덜 보드랍다고 합니다. 하지만 굳이 '덜 보드랍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기름쏙독새의 깃털도 어쨌거나 보드랍긴 보드라운 모양이지요. 재밌는 것이, 야행성이면서 날 수 있고 과일이 주식인 새는 현재로서는 이 기름쏙독새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많이 졸려 보이는군요. / barloventomagico on Flickr

이처럼 기름쏙독새는 너무나 밤을 살아가기에 적합한 새입니다. 또한 먹이인 과일은 낮에도 밤에도 도망가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죠. 그래서 기름쏙독새는 낮에는 동굴 안에만 머물며, 전혀 햇빛을 보지 않는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름쏙독새가 동굴에서 낮을 보내는 것은 3일에 한 번 정도로, 사실은 대부분의 낮을 숲의 나무 위에서 지낸다고 하네요. 아마도 비타민D의 섭취가 필요하거나, 해가 뜨는 것을 굳이 확인하고 잠으로써 야행성 조류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합니다. 


이 기름쏙독새는 굉장히 안락해 보입니다. / Manny Barrera on Flickr

오늘은 동굴 속의 작은 악마 기름쏙독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기름진 포스트를 작성한다고 예고한 것치고는 평소에 비해 글에 기름기가 특별히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신 빵빵한 기름쏙독새의 사진을 최대한 많이 넣도록 노력해보았는데요. 생각해보니 빵빵한 새 사진은 지금까지의 포스트에서도 항상 많이 넣어왔더군요. 다음 포스트에서도 빵빵한 새 사진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이번 포스트는 이상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Nos vemos! / Dominic Sherony on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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