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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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떨어져서 얘기해 주세요;;;

살아가면서 자신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만 만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가능하다 하더라도 너무 쉽게 편협해질 수가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자신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거나,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상대의 관심사를 적당히 이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다른 새와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려 해 보는 새에 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식물 좋아하세요?죽은 것과 해골과 피와 안대와 밤과 흉터와 날개와 어두운 과거와 붕대를 좋아하세요??

오늘 소개할 것은 다른 새들과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 중인 짤들입니다. 왼쪽의 새는 식물과 죽은 것, 뼈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오프라인에선 공감해 주는 사람이 별로 없는 취미라 혼자 외로워하다가, 온라인 상에선 좋아하는 사람들이 은근 많아서 동료를 찾았다는 기쁜 마음 반 어쩐지 나만의 유니크함이 사라진 것 같아 묘하게 섭한 마음이 반 들게 하는 관심사들이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쯤 해골이나 식물을 좋아하는 시기를 거치는 것 같으니, 살다 보면 그런 것을 같이 좋아할 수 있는 친구도 몇 명쯤은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 짤 속의 새들은 아무리 봐도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지 못하는 것 같군요.


© Alex Hillier

오늘의 짤의 원본은 이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2019년 스코틀랜드의 습지 자연보호 구역인 WWT 칼라브록(Caerlaverock)에서 촬영되었으며, 원출처는 여기인데요. 최근 들어서 이 짤은 왼쪽의 새가 오른쪽의 새에게 2미터 떨어지라고 말하는 버전의,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거리두기 권장 짤로 새롭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같은 짤이 어떨 때는 남과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할 때, 또 어떨 때는 남과 더 멀어지려고 노력할 때 사용되는 것이 흥미롭군요.


이끼가 덮힌 것 같은 풀색의 엉덩이가 매력적입니다. / © Karine Scott (CC BY-NC-ND)

오늘의 짤에서 무언가를 강하게 말하고 있는 왼쪽의 새는 푸른머리되새(common chaffinch)입니다. 푸른머리되새의 기세에 잔뜩 쭈그러든 오른쪽의 새는 예전에도 소개한 적 있는 푸른박새이지요. 푸른박새가 잔뜩 쭈그러들어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푸른머리되새는 푸른박새보다 꽤 커보이는데요. 푸른머리되새와 푸른박새의 몸길이는 각각 14.5cm와 12cm 정도로, 푸른머리되새도 그렇게 큰 새는 아닙니다만 푸른박새를 몸집으로 압도하기에는 충분하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소개한 두 새 모두 이름에 '푸른'이 들어가는데요. 푸른박새가 워낙 푸른 박새이다 보니 푸른머리되새는 그닥 푸르게 보이지 않습니다만, 푸른박새와 따로 보면 또 그렇게 푸르지 않은 것만은 아니니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깃털 색이 주변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 있는 사진으로 골라 보았습니다. / © Marina Gorbunova

푸른머리되새는 암수를 육안으로 아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새입니다. 수컷은 이름처럼 청회색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얼굴부터 배까지는 붉은 갈색을 띠죠. 또한 등은 배보다 더 어두운 갈색이며, 엉덩이는 올리브색을 띠는 등 꽤나 알록달록한 새입니다. 반면 암컷은 회갈색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배는 흰색에 가깝습니다. 등은 어두운 올리브색으로, 수컷에 비해 훨씬 눈에 덜 띄는 깃털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암수 모두 날개에는 흰색 줄이 두 줄 있고, 검은 꽁지는 가장자리 깃털들만 흰색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로 볼 때, 오늘의 짤의 푸른머리되새는 수컷이겠군요.


거리를 두자고 하는 것은 좋지만 마스크를 쓴다면 더 좋겠습니다.

오늘은 다른 새들과 때로는 가까워지려, 때로는 멀어지려 하는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푸른박새는 단독으로도 소개한 적 있지만, 다른 새를 소개할 때 같이 소개되었던 경우가 또 있었는데요. 2018년의 이 포스트에서도 푸른박새는 다른 새 때문에 꽤나 고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만, 두 포스트가 작성된 날짜도 마침 추석쯤이군요. 푸른박새에겐 미안하지만, 이 포스트를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선 푸른박새처럼 쭈그러지지 않는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라며 오늘의 포스트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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