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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

鳳凰, 새 중에는 봉황새
자축의 심정을 로고로 표현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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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예고했던 대로, 오늘의 포스트는 날개와 부리의 100번째 포스트입니다. 포스트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블로그 봐주시는 여러분에 대한 감사와 지금까지 무사히 블로그를 가꿔 온 것에 대한 자축의 시간을 잠시 갖겠습니다. 이번 포스트의 주제는 100이란 숫자에 걸맞게 성대한 것으로 골라야 할 것 같아 조금 고민했습니다. 벌써부터 너무 거한 주제가 나와버리면 언젠가 찾아올 200번째, 300번째의 포스트에서 더 큰 고민을 하게 되겠지만, 먼 미래의 일이니 지금은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부분은 미래의 제가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미래의 자신을 믿으며 그렇게 현실을 어찌저찌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 아니겠습니까.


남산경(南山經)에 묘사된 봉황의 모습입니다. / 明朝 《山海經圖》
남산경(南山經)에 묘사된 봉황의 모습입니다. / 明朝 《山海經圖》

오늘 소개할 새는 봉황입니다. 백 새의 왕(百鳥之王), 즉 모든 새의 왕이라 불리는 새이니 이번 포스트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분이시죠. 봉황이란 이름은 이 새의 암수를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요. 예전에는 수컷을 봉(鳳), 암컷을 황(凰)이라 따로 부르던 것이 합쳐져 봉황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만든 얘기는 아니고, '서경(書經)'에서 수컷을 봉, 암컷을 황이라 한다는 주석을 찾을 수 있습니다.[1]


이 정도로 준비하면 얼추 봉황 한 마리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미지 내 표기
이 정도로 준비하면 얼추 봉황 한 마리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미지 내 표기

실존하지 않는 전설상의 동물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봉황의 생김새에 관해서도 굉장히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모습은 아마 '이아·석조(爾雅·釋鳥)'의 주석에 나타나 있는데요. 여기서 봉황은 닭의 머리, 뱀의 목, 제비의 턱, 거북의 등, 물고기의 꼬리를 가졌으며, 키는 약 6척이고 오색으로 찬란하게 빛납니다.[2]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선 앞은 기러기, 뒤는 기린, 목은 뱀, 꼬리는 물고기, 이마는 황새, 뺨은 원앙, 무늬는 용, 등은 호랑이, 턱은 제비, 부리는 닭을 닮았으며 오색 깃을 가지고 있다고 묘사되죠.[3]


암수 서로 정다운 봉황들입니다. / <오동봉황도(梧桐鳳凰圖)>, 작자미상, 19세기말기; <황계도(黃鷄圖)>, 작자미상, 19세기초기; <화조도(花鳥圖)>, 작자미상, 19세기중기암수 서로 정다운 봉황들입니다. / <오동봉황도(梧桐鳳凰圖)>, 작자미상, 19세기말기; <황계도(黃鷄圖)>, 작자미상, 19세기초기; <화조도(花鳥圖)>, 작자미상, 19세기중기암수 서로 정다운 봉황들입니다. / <오동봉황도(梧桐鳳凰圖)>, 작자미상, 19세기말기; <황계도(黃鷄圖)>, 작자미상, 19세기초기; <화조도(花鳥圖)>, 작자미상, 19세기중기
암수 서로 정다운 봉황들입니다. / <오동봉황도(梧桐鳳凰圖)>, 작자미상, 19세기말기; <황계도(黃鷄圖)>, 작자미상, 19세기초기; <화조도(花鳥圖)>, 작자미상, 19세기중기

봉황의 모습을 묘사할 때 자주 나타나는 표현이 있습니다. 닭을 닮았으며 오색 깃을 가졌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봉황은 닭이나 꿩 같은 실존 새의 모습을 본떴다는 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컷이 더 화려하고 큰 꿩과의 새들처럼, 봉이 황에 비해 꼬리가 길고 깃털도 더 선명하게 묘사된 경우가 많죠. 고대의 묘사일수록 봉황은 닭을 닮았다고 하니, 처음엔 닭을 본떴던 것에 후대로 가면서 온갖 좋다는 것은 전부 붙이다 보니 저렇게 화려한 모습이 된 것은 아닐까 합니다.


왼쪽부터 대나무 열매와 벽오동입니다. 안타깝게도 예천 사진은 구하지 못했습니다. / Benjakaman, KENPEI on Wikimedia commons왼쪽부터 대나무 열매와 벽오동입니다. 안타깝게도 예천 사진은 구하지 못했습니다. / Benjakaman, KENPEI on Wikimedia commons
왼쪽부터 대나무 열매와 벽오동입니다. 안타깝게도 예천 사진은 구하지 못했습니다. / Benjakaman, KENPEI on Wikimedia commons

봉황의 생김새에 관해 알아보았으니, 이어서 그 생태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봉황은 그 식성이 굉장히 특이하여, 대나무의 열매만을 먹고 예천(醴泉)만을 마시는데요. 대나무의 열매는 몇십 년에 한 번만 맺히는 특성 탓에 상서로운 징조로 알려져 있으며, 예천은 단맛이 나는 샘으로 태평한 시대에만 솟아난다고 합니다. 또한 봉황은 산 것을 먹지 않고, 살아있는 풀 위로는 내려앉지 않으며, 오직 벽오동에만 깃든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이는 앞에서 말한 대나무 열매를 먹는다는 얘기와 다소 상충하긴 합니다만, 열매를 맺느라 모든 기운을 소진하여 곧 시들 대나무가 제 삶의 마지막 순간 찾아올 상서로운 새에게 기꺼이 열매를 쾌척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해봅니다.


눈에 흥이 가득한 봉황들입니다. / <화조도(花鳥圖)>, 작자미상, 조선시대
눈에 흥이 가득한 봉황들입니다. / <화조도(花鳥圖)>, 작자미상, 조선시대

상서로운 것만 먹고 상서로운 것만 마시며, 산 것을 해치지 않는 봉황의 삶의 방식은 굉장히 상서롭습니다. 이와 같이 상서롭게 살아가는 것은 결국 태평성대에 가능한 것이니, 봉황은 성군을 상징하는 새이기도 합니다. 봉황은 성군이 나면 태어나며, 덕이 있는 나라에 출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는 성군의 앞에 나타나 춤을 추었다는 기록도 있는데요. '산해경(山海經)'을 보면 봉황은 절로 노래하고 절로 춤춘다고 하니[4] 원래 흥이 많은 새들이 춤판을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성군이 나타나서 더 신이 났을 수는 있겠지요.


오색이 화려한 용산사(艋舺龍山寺)의 봉황입니다. / Bernard Gagnon on Wikimedia commons
오색이 화려한 용산사(艋舺龍山寺)의 봉황입니다. / Bernard Gagnon on Wikimedia commons

그렇다면 과연 이 절로 노래하는 새들은 어떻게 노래할까요. 봉황은 오음(五音)을 내는 새라고 합니다. 앞에서 봉황은 오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했는데요. 다시 한번 '산해경(山海經)'을 보면, 봉황은 머리에는 덕(德), 날개에는 의(義), 등에는 예(禮), 가슴에는 인(仁), 배에는 신(信)이라는 다섯 글자가 문양으로 나타나 있다고 합니다.[5] 이와 같은 상징들은 동양 철학의 오행 사상과 굉장히 관련이 있는데요. 더 깊이 들어갔다간 동양 철학의 함정에 빠져 우주의 삼라만상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간단히만 얘기하자면, 결국 이것도 봉황에게 온갖 상서로운 상징을 다 넣자니 일어난 일이죠. 설정 과잉이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새들의 왕이니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포켓몬 호우오우(ホウオウ)와 금각사(金閣寺)의 호우오우(鳳凰)입니다. / ⓒ Pokémon/Nintendo, Bernard Gagnon on Wikimedia commons포켓몬 호우오우(ホウオウ)와 금각사(金閣寺)의 호우오우(鳳凰)입니다. / ⓒ Pokémon/Nintendo, Bernard Gagnon on Wikimedia commons
포켓몬 호우오우(ホウオウ)와 금각사(金閣寺)의 호우오우(鳳凰)입니다. / ⓒ Pokémon/Nintendo, Bernard Gagnon on Wikimedia commons

이런 봉황에게서 모티브를 따온 포켓몬이 있습니다. 바로 전설의 포켓몬인 칠색조인데요. 칠색조라는 이름은 이 새가 무지갯빛의 날개를 가졌다는 묘사에서 유래하였으며, 심지어 칠색조의 일명인 호우오우(ホウオウ)는 봉황의 일명인 호우오우(鳳凰, ほうおう)와 발음이 일치합니다. 무지개는 예로부터 상서로운 징조였고, 칠색조는 싸움을 잠재우고 죽은 것을 소생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굉장히 상서로운 포켓몬이니 어떻게 봐도 상서로운 새인 봉황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여담으로 칠색조의 영명은 일명인 호우오우를 그대로 가져가, Ho-oh라는 굉장히 신나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귀여운 봉황무늬수막새로 글 마칩니다. / 국립중앙박물관, http://www.emuseum.go.kr/detail?relicId=PS0100100101700341500000
모두가 좋아하는 귀여운 봉황무늬수막새로 글 마칩니다. / 국립중앙박물관, http://www.emuseum.go.kr/detail?relicId=PS0100100101700341500000

오늘은 상서로운 새 봉황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봉황은 삼백육십 새의 왕이라고도 불리는데요.[6] 물론 이 세상의 새는 360종이 훨씬 넘으니, 여기서 삼백육십 새는 정확히 360종의 새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새를 뜻하였을 것입니다. 본 블로그가 앞으로도 대번성한다면 360화 특집으론 진짜 봉황을 데리고 오기라도 하는 것이 좋을까 조금 고민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주(註)

[1]《書經》〈益稷〉: “雄曰鳳, 雌曰皇”
[2]《爾雅·釋鳥》: “鶠鳳, 其雌皇. 註, 雞頭蛇頸燕頷龜背魚尾, 五采色, 高六尺許.”
[3]《說文解字》〈鳥部〉: “鳳, 神鳥也. 天老曰, 鳳之象也, 鴻前麐後, 蛇頸魚尾, 鸛顙鴛思, 龍文虎背, 燕頷雞喙, 五色備擧.”
[4]《山海經》〈山經·南山經〉: “名曰鳳皇, 首文曰德, 翼文曰義, 背文曰禮, 膺文曰仁, 腹文曰信. 是鳥也, 飲食自然, 自歌自舞, 見則天下安寧.”
[5]Ibid.
[6]《大戴禮記》: “有羽之蟲三百六十, 而鳳皇爲之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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