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날개와 부리의 99번째 포스트를 작성하는 날이 왔습니다. 즉 다음 주의 포스트는 본 블로그의 기념비적인 100번째 포스트가 되지요. 백수(白壽)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아흔아홉 살을 뜻하는 말로, 百에서 一을 빼면 白이 되기 때문인데요. 이 백수라는 단어에서 착안하여, 99번째인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름에 白이 들어가는 하얀 새에 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백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것은 역시 고니 중에서도 혹고니가 아닐까 합니다. / Yerpo on Wikimedia commons
백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것은 역시 고니 중에서도 혹고니가 아닐까 합니다. / Yerpo on Wikimedia commons

오늘 소개할 새는 하얀 새, 백조(白鳥)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실 '백조'라는 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백조는 고니속에 속하는 새를 총칭하는 말로, 고니속에 속하는 새는

  • 고니 (Tundra swan)
  • 큰고니 (Whooper swan)
  • 울음고니 (Trumpeter swan)
  • 혹고니 (Mute swan)
  • 검은목고니 (Black-necked swan)
  • 흑고니 (Black swan)

위의 여섯 종이 있습니다. 그중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 중 고니, 큰고니, 혹고니로, 한국에서 백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이 세 종의 고니를 뜻하죠.


백조 하면 생각나는 유명한 얘기가 있습니다. 백조는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물속에선 쉬지 않고 발을 젓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하지만 실제로 백조가 수영하는 것을 보면 쉬지 않기는 커녕 굉장히 여유롭기까지 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일본의 야구 만화인 '거인의 별(巨人の星)'로 과학적인 근거는 없는 얘기입니다. 대부분의 물새와 마찬가지로, 백조는 발을 젓지 않아도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쌍의 백조입니다. / Maureen Barlin on Flickr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쌍의 백조입니다. / Maureen Barlin on Flickr

백조의 평균 수명은 10년 이상으로, 태어난 지 4년에서 7년이 지나야 성적으로 완전히 성숙하는 새입니다. 하지만 백조는 아직 교미를 하기 이른 20개월 무렵에 파트너를 정하고 풋사랑을 시작하기도 하는데요. 간혹 이혼을 하는 부부도 있습니다만, 이때 만난 짝이 평생을 함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물새가 암컷 혼자 둥지를 짓는 것과 달리, 백조는 암수가 함께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죠.


볼이 빵빵하고 보송보송한 귀염둥이들입니다. / Sander van der Wel on Flickr
볼이 빵빵하고 보송보송한 귀염둥이들입니다. / Sander van der Wel on Flickr

백조는 보통 3개에서 8개 사이의 알을 낳는데요. 그 알에서는 이렇게 귀여운 솜털들이 태어납니다. 솜털이 노랗거나 갈색인 아가오리들과 달리 아가백조의 솜털은 회색인데요. 눈에 덜 띄고 칙칙한 색 때문인지 어린 백조는 '미운오리새끼' 같은 동화 주인공이 되기도 하였죠. 하지만 이 회색의 보송이들이 귀엽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백조라면 우아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만, 사실 백조는 굉장히 공격적인 새 중 하나입니다. 특히나 뽀송하고 귀여운 회색 새끼를 지키기 위한 백조의 공격성은 정말 어마어마하죠. 위협을 발견한 백조는 먼저 무시무시한 경계음을 내며 상대가 이곳을 떠날 것을 종용합니다. 이때 위험을 눈치채고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면 물리적인 공격이 이어지는데요. 백조는 상대를 날개로 후려치거나 부리로 물어 공격합니다. 커다란 몸을 공중에 띄울 수 있을 정도로 백조의 날개는 크고 강하며, 백조의 부리엔 뾰족한 이빨 같은 돌기가 있어 몹시 아플 것이 분명하므로, 혹시 백조를 만난다면 함부로 덤비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노래하고 있긴 합니다만 죽기 직전은 아닙니다. / C & N on Flickr
노래하고 있긴 합니다만 죽기 직전은 아닙니다. / C & N on Flickr

'백조의 노래'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예술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들어낸 작품을 의미하는 용어로, 백조는 죽기 직전 가장 아름답게 노래한다는 전설에서 따온 용어이죠. 하지만 실제 백조의 울음소리는 계통적으로 가까운 오리나 거위와 유사하고, 경계음은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과 같은 영화의 효과음으로 들어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백조가 죽기 직전 노래를 한다면 그건 백조의 호수보다는 백조의 헤비메탈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붉은 부리가 매력적인 흑고니입니다. / neal whitehouse piper on Flickr
붉은 부리가 매력적인 흑고니입니다. / neal whitehouse piper on Flickr

지금까지 우리는 백조, 즉 흰 새에 관해 말해왔는데요. 위에서 소개한 고니속의 새 중 굉장히 수상한 이름의 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흑고니지요. 여기서 흰 새에 관해 이야기하겠다고 하였던 이 포스트의 정체성은 흑고니가 등장하며 심각한 위기의 순간을 맞게 됩니다. 


흑고니 새끼는 검을 것 같지만, 고니와 마찬가지로 희색입니다. / cskk on Flickr
흑고니 새끼는 검을 것 같지만, 고니와 마찬가지로 희색입니다. / cskk on Flickr

많은 북반구인들은 흑조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왔습니다. 마치 그 꽃말이 불가능인 파란 장미처럼 말이죠. 하지만 1697년, 네덜란드의 탐험가인 윌리엄 드 블라밍(Willem de Vlamingh)이 유럽인으로선 처음으로 호주에 서식하는 흑조를 발견하며, 전 유럽은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이와 같은 발견 이후,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일단 발생한다면 큰 충격을 줄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블랙스완, 즉 흑고니라고 부르게 됩니다. 요즘은 파란 장미의 꽃말도 불가능이 아니라 기적이란 얘기를 어디서 들어본 것 같군요.


흰 새로 시작한 글이 검은 새로 끝날 위기에 처한 것에 위기감을 느껴, 자연스럽게 흰 새로 돌아가기 위해 우선 반만 검은 새를 준비해보았습니다. / Dennis Cooke on Flickr
흰 새로 시작한 글이 검은 새로 끝날 위기에 처한 것에 위기감을 느껴, 자연스럽게 흰 새로 돌아가기 위해 우선 반만 검은 새를 준비해보았습니다. / Dennis Cooke on Flickr

흑조만큼은 아니지만 검은 고니는 또 있습니다. 바로 남미에 서식하는 검은목고니이죠. 일반적으로 북반구에 서식하는 고니는 희고, 남반구에 서식하는 고니는 검은데 남미는 남반구와 북반구에 걸쳐 있어서 이 친구는 이렇게 목만 검은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흰 새에 관한 얘기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희고 강하며 우아하고 거대한 새인 백조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백조와 흑조에 관한 얘기는 아무리 해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또 다른 포스트로 몇 번은 다시 얘기하지 않을까 싶네요. 고니에 관한 얘기를 한참 하였으니, 고니지만 고니가 아닌 어느 새에 관한 포스트 링크 첨부하며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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