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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유리박새

Azure tit, 몽실몽실

요즈음 내내 흐리고 비가 오더니, 기껏 해가 나나 싶더니만 부탁한 적도 없던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흐리고 습하고 비가 오고, 눅눅하고 축축하고 비가 옵니다. 단순히 기분이 꿀꿀한 정도의 문제라면 춤이라도 추면서 이겨내 볼 수 있을 텐데요. 기록적인 폭우로 각종 피해가 속출하는 등, 간절하게 아무쪼록 맑은 하늘이 그리운 시기입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뽀얗고 파란 뭉게구름 같은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흰 배 흰머리유리박새입니다. / © Денис Воронов (CC BY-NC)

오늘 소개할 새는 흰머리유리박새입니다. 몸길이 12~13cm 정도의 작은 새이며, 이름처럼 뽀얀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놀랍게도 유리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박새과의 새들은 머리와 멱이 새까만 것이 아주 특징적인데요. 흰머리유리박새는 머리뿐만 아니라 전신이 전반적으로 밝은 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박새들과 사뭇 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 새의 흰 배는, 작은 새들 특유의 둥글고 복슬복슬한 느낌 때문에 마치 보송보송한 뭉게구름을 한 조각 떼어온 것 같기도 하죠.


다양한 하늘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 Алина Боксорн (CC BY-NC)

흰머리유리박새의 영명인 azure tit은 직역해 보면 '하늘색 박새'가 되겠는데요. 한국 이름이 흰 머리에 집중한 것과 달리, 차분한 파란 깃털에 더 초점을 맞춘 이름입니다. 흰머리유리박새의 등은 옅은 청회색이며, 날개와 꽁지깃은 짙은 파란색을 띠는데요. 날개에는 넓은 흰색 띠가 있고, 꽁지깃은 가장자리가 흰색으로 감싸여있기 때문에 위쪽에서 보아도 흰 깃털의 비율은 꽤 높은 편입니다. 전반적으로도 뭉게구름 같은 새입니다만, 날개와 꽁지만 떼어놓고 보면 흰 구름이 떠있는 파란 하늘같이 보이기도 하네요.


옷에 묻은 먹물을 지울 땐 밥풀을 쓰기도 한다는 생활의 지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 © Konstantin Samodurov (CC BY-NC)

흰머리유리박새는 전체적으로 뽀얀 새입니다만, 잘 살펴보면 부분 부분 아주 어두운 색도 숨기고 있습니다. 우선 눈을 가로지르는 검은 선은 머리와 뺨의 경계를 분명하게 나누어주고 있죠. 또한 정면에서 보면, 가슴과 배 가운데에 어두운 파란 무늬가 박혀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누군가가 흰머리유리박새가 너무 흰 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마침 가지고 있던 붓으로 한 번 콕 찌르고 간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리와 발은 검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어두운 청회색을 띠죠.


모든 색을 뺏겨 버리고 만 흰머리유리박새입니다. / © Dmitry Dubikovskiy (CC BY-NC)

이 블로그에서 흰머리유리박새를 소개하는 것은 처음입니다만, 이 새를 보고 묘한 기시감이 드신 분들이 계실 수 있습니다. 그건 아마 전생에 흰머리유리박새와 깊은 관계가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겠습니다만, 같은 Cyanistes속의 새인 푸른박새와 너무 닮았기 때문일 가능성도 없진 않은데요. 푸른박새를 먼저 보면 흰머리유리박새가 영 밍숭맹숭해 보이고, 흰머리유리박새를 먼저 보면 푸른박새는 조금 더 색칠해 놓은 흰머리유리박새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푸른박새는 유럽 및 서아시아에 서식하는 새이고, 흰머리유리박새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및 남아시아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새인데요. 이 두 새의 서식지가 겹치는 러시아 서부에서는, 플레스케박새(Pleske's tit)라 불리는 둘의 교잡종이 종종 발견되곤 합니다. 플레스케박새는 대부분 머리는 파란색이고 가슴은 노르스름한 것이, 두 새를 잘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죠.


오래된 옛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흰머리유리박새입니다. / © Kudaibergen Amirekul (CC BY-SA)

이쯤이면 흰머리유리박새의 모든 모습을 살펴본 것 같습니다만, 아직도 우리에겐 흰 머리에 노란 가슴을 가진 박새가 남아 있는데요. 이는 흰머리유리박새가 영향력을 조금 더 많이 발휘한 플레스케박새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보다는 흰머리유리박새의 가슴이 노란 아종일 가능성이 더 높겠습니다. 글을 시작하면서부터 흰머리유리박새를 하늘에 빗대어 얘기했으니, 그렇다면 이 아종은 노란 하늘이라 얘기할 수도 있겠는데요. 노란 하늘 얘기를 하니 문득 푸른 하늘은 죽고 노란 하늘이 일어나던 옛날 생각이 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천팔백 년 전의 일이었으니 정말 옛날이군요.


나뭇가지에 구름이 한 조각 매달려 있습니다. / © Pavel Komkov (CC BY)

오늘은 구름 같은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 새가 얼마나 구름 같은지를 알아보기 위해,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주로 외형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시간 가져 보았습니다. 흰머리유리박새 못지않게 구름 같은 몽실몽실한 하얀 새와, 파란 하늘을 한 조각 잘라 온 것 같은 새에 관한 링크 남기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일기예보를 보니 월요일부터는 또 폭염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여러분 모두 될 수 있는 한 쾌적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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