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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꼬리바위딱새

Plumbeous water redstart, 하로동선

지난 일요일 중복을 넘기며, 이제 이 시기를 여름이라 부르지 않으면 어느 시기를 여름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싶은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면 우리는 삶의 많은 순간을 에어컨이나 선풍기에 의지하며 살아가게 되는데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계 반란에 대비하기 위해서, 또는 운치 있다는 이유로 부채를 하나쯤 구비해 두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몇 년째, 여름이면 꼭 이름에 부채가 들어가는 새를 소개하겠다고 마음먹곤 했는데요. 이래저래 타이밍이 안 맞아서 미뤄지곤 하였던 부채 새에 관해, 오늘의 포스트에서 드디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채꼬리바위딱새의 수컷입니다. / Kishore Bhargava on Flickr

오늘 소개할 것은 부채꼬리바위딱새입니다. 이름에 딱새가 들어가는 데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몸길이가 14cm 정도로 작고 동그란 새이죠. 부채꼬리바위딱새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및 중국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새인데요. 겨울이면 한국에서도 드물게 찾아볼 수 있으며, 기후 변화의 영향인지 최근에는 그 빈도가 조금씩 증가하는 듯합니다. 부채는 여름 아이템이지만 부채꼬리바위딱새는 겨울새이기 때문에, 여름에 소개할지 겨울에 소개할지 고민하던 것이 이 새의 소개 타이밍이 좀 늦어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부채꼬리바위딱새 암컷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 Carlos Sanchez (CC BY-NC)

부채꼬리바위딱새는 암수의 색이 아주 다른 새입니다. 먼저 수컷은 몸 전체가 일관성 있는 청회색이며 꽁지깃만 적갈색을 띱니다. 꽁지를 빼고 보면 블루베리를 아주 많이 닮았으며, 보통 부채꼬리바위딱새라고 하면 수컷의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죠. 반면 암컷은 몸이 전체적으로 회색을 띠며, 날개깃과 꽁지깃은 어두운 갈색입니다. 그리고 몸에서 꽁지깃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수컷에게는 없는 아주 새하얀 깃털을 찾아볼 수 있죠. 부채꼬리바위딱새의 영명에 들어가는 plumbeous는 납빛을 띤다는 뜻이며, 학명인 Phoenicurus fuliginosus에서 fuliginosus는 잿빛을 띤다는 의미인데요. 이와 같은 명칭들은 당연히 부채꼬리바위딱새가 회색빛 도는 깃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붙게 된 것이죠.


오른쪽으로 넘기시면 꽁지를 펼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 © sunmr (CC BY-NC)촥 / © sunmr (CC BY-NC)

이 새의 이름에 부채꼬리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부채 같은 꽁지를 가졌기 때문일 텐데요. 부채꼬리바위딱새의 사진을 보면, 꽁지깃을 마치 쥘부채처럼 쫙 펴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세상에 꼬리를 펴는 습성을 가진 새가 부채꼬리바위딱새만 있는 것은 아닌데요.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이 새의 수컷은 몸과 꽁지의 색이 유독 달라서, 다른 새에 비해 꽁지가 부채 같은 점이 더 돋보인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어찌나 경계가 뚜렷한지, 혹시 꽁지만 다른 새의 깃털을 갖다 끼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말이죠. 물론 그럴 리는 없겠습니다만 만에 하나 진실이라면 너무 깊이 엮이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방금 얘기에 관해선 더 이상 알아보지 않고 이쯤에서 묻어 두도록 하겠습니다.


물과 바위가 있는 풍경 속에서 부채꼬리바위딱새를 찾으시오. (난이도 : 중상) / © Hong (CC BY-NC)

부채꼬리바위딱새의 한국어 이름에는 바위가, 영어 이름에는 물이 들어갑니다. 이름에 자연물이 들어갔다는 것은 그것과 닮았거나, 그것을 먹고 살거나, 또는 그것이 있는 곳에 산다는 것일 텐데요. 우선 첫 번째 가설을 검증해 보기 위해 부채꼬리바위딱새의 겉모습을 살펴보면, 그렇게 딱딱하지도 촉촉하지도 않으니 바위도 물도 닮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새는 바위나 물을 먹는 것일까요. 이 새의 작은 부리는 바위를 깨거나 부수기엔 부적절해 보입니다. 또한 제가 아는 한 물을 마시지 않는 새는 없으니, 오로지 물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닌 이상 굳이 이름에 물을 넣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채꼬리바위딱새의 주식은 다양한 곤충류이며, 바위는 먹지 않고 물은 먹죠.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세 번째 가설인, 부채꼬리바위딱새가 바위와 물을 벗 삼아 살리란 것인데요. 남은 선택지가 하나뿐이니 이게 맞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실제로 부채꼬리바위딱새들은 바위가 있는 물가, 즉 강가나 계곡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새입니다.


원래 이런 얘기를 쉽게 하진 않습니다만, 이 사진은 완벽한 것 같습니다. / Hiyashi Haka on Flickr

오늘은 부채 같은 꽁지를 가지고 있는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부채꼬리바위딱새의 꽁지깃은 부채와 닮긴 했지만 부채 같은 역할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혹시 이 새를 만났는데 당신에게 부채질을 해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특별히 당신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닐테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이 한국에 서식 중이라면 이 새를 만나는 것은 추울 때일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 그럴 때는 오히려 부채질을 해주는 쪽이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다음주에는 또 무엇을 닮은 새에 관해 소개할까 고민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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