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 달은 전 국민이 함께하는 민주주의의 대축제, 대선 열기로 뜨거운 달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어떤 새 한 쌍은 청와대 관저 창틀에 둥지를 틀었고, 그 둥지의 새끼들은 마침 대통령 당선일에 부화하며 큰 화제가 되었죠. 그런 뜻에서 오늘은 지난 5월 한 달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새였을, 바로 그 청와대의 새들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왼쪽부터 각각 수컷과 암컷 딱새입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왼쪽부터 각각 수컷과 암컷 딱새입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오늘 소개할 새는 날개의 흰 반점이 인상적인 딱새입니다. 몸길이가 14cm 정도인 작고 동그란 새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이죠. 딱새라는 이름은 이 새가 딱-딱- 소리를 내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한데요. 꼬리를 까딱까딱 움직이기 때문에 딱새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는 모양입니다.


위의 영상에서는 꼬리를 위아래로 흔드는 딱새의 독특한 버릇을 직접 확인해보실 수 있는데요. 이와 같이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대나무를 흔드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하여 딱새는 무당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당새가 별명인 딱새와 달리 정식 명칭이 무당새(yellow bunting)인 친구도 있으니, 직업이 무당이 아닌 딱새라면 혼동을 피하기 위해 웬만해선 무당새보다는 딱새라고 불러주도록 합시다.


자신의 붉은 꼬리를 과시하고 있는 딱새입니다. / ken on Flickr
자신의 붉은 꼬리를 과시하고 있는 딱새입니다. / ken on Flickr

딱새의 영명은 daurian redstart인데요. 이 이름을 다우리안붉은시작이라고 번역하고 싶은 분도 분명 계십니다. 하지만 여기서 start는 시작이 아닌 꼬리를 뜻하는데요. 고대 영어에서 꼬리를 뜻하는 steort가 변하여 start가 된 것이죠. 즉 딱새의 영명은 매력적인 붉은 꼬리를 보고 붙인 이름입니다. 학명인 Phoenicurus auroreus에서 Phoenicurus 역시 붉다는 뜻의 phoenix(φοῖνιξ)와 꼬리를 의미하는 oura(οὐρά)가 합쳐진 것으로 붉은 꼬리를 뜻하죠.


막간을 이용하여 꼬리깃이 아닌 꽁지깃이 표준어라는 사실을 전해 드립니다. / skasamatsu on Flickr
막간을 이용하여 꼬리깃이 아닌 꽁지깃이 표준어라는 사실을 전해 드립니다. / skasamatsu on Flickr

딱새의 중국 명칭 역시 영명과 마찬가지로 꼬리를 보고 지어졌습니다. 중국에서 딱새는 뻬이홍웨이취(北红尾鸲, běihóngwěiqú) 또는 후앙웨이취(黄尾鸲, huángwĕiqú)라고 불리며, 각각 붉은 꼬리와 노란 꼬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엄밀히 말하자면 딱새의 꼬리는 붉은색보다는 주황색에 가까우니, 이 둘을 적절히 섞으면 될 것 같습니다.


은빛 머리와 날개를 과시하기 좋은 멋진 각도입니다. / coniferconifer on Flickr
은빛 머리와 날개를 과시하기 좋은 멋진 각도입니다. / coniferconifer on Flickr

일본에서 딱새는 죠비타키(尉鶲, ジョウビタキ)라고 불리는데요. 먼저 죠(尉)는 일본에서 은발의 고어라고 합니다. 굳이 유래를 찾아볼 필요도 없이 딱새 수컷의 은빛 머리깃을 보고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리고 비타키(鶲)는 히타키(火焚き, ヒタキ)의 변형으로, 히타키는 불을 땜을 의미합니다. 딱새가 내는 딱-딱- 소리가 불을 붙이기 위해 부싯돌을 부딪치는 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생각된다는군요. 일부 지역에서 딱새는 몬츠키토리(紋付き鳥)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것은 가문(家紋)이 들어간 일본 예복을 입은 새라는 뜻으로, 날개의 흰 반점이 예복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격렬한 싸움의 와중 선명한 주황색의 배가 돋보입니다. / Frankie Chu on Flickr
격렬한 싸움의 와중 선명한 주황색의 배가 돋보입니다. / Frankie Chu on Flickr

딱새는 비번식기엔 무리를 짓지 않고 단독으로 행동하는 새입니다. 특히 수컷은 영역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의 텃세권에 들어온 동종의 새들을 공격하는 습성이 있는데요. 다른 수컷뿐만 아니라 암컷 딱새나, 심지어 거울에 비친 자신을 공격하는 사례까지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딱새는 인간에겐 그렇게 큰 적대감이나 경계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인간은 자신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요. 하지만 딱새가 인간을 공격한 사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니 길을 가던 중 딱새를 만난다면 얼른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최선이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대한 정중하게 대하여 인간이 무해하다는 딱새여론이 전복되는 일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딱새에 관해 얘기하자면 빠질 수 없는 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화질구지인데요. 딱새와 굉장히 유사한 생김새를 하고 있는 이 새는 그 수가 워낙 적고, 딱새와 구분이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간혹 화질구지를 목격하여도 딱새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가 쉽기 때문이죠. 딱새와 화질구지의 구분법에 관해서는 제가 이전에 작성했던 포스트에 설명하였으니 위 링크에서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청와대의 아기새들과 아마도 그 부친입니다. / https://twitter.com/moonriver365/status/867681156287709184청와대의 아기새들과 아마도 그 부친입니다. / https://twitter.com/moonriver365/status/867681156287709184
청와대의 아기새들과 아마도 그 부친입니다. / https://twitter.com/moonriver365/status/867681156287709184

오늘은 청와대에 둥지를 튼 것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번 정권의 퍼스트 버드 딱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주로 딱새의 이름에 관해 알아보았는데요. 워낙 특색이 많은 새이다보니 딱새에게는 나라마다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직관적인 이름이 붙어있더군요. 다음 주도 또 다른 웃기고 이상한 새에 관한 포스트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리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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