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이자, 새들은 푸른 하늘을 날고 오월은 푸르다는 노랫말에서 영감을 얻어 5월 한 달을 파란 새의 날로 지정했던 본 블로그에서 다섯 번째 파란 새를 소개하는 날입니다. 물론 5월이 끝나더라도 세상에 파란 새는 무수히 많으니 앞으로도 언젠가는 또 다른 파란 새를 소개하게 되겠지요.


파란 푸른박새입니다. / Francis Franklin on Wikimedia commons
파란 푸른박새입니다. / Francis Franklin on Wikimedia commons

오늘 소개할 파란 새는 푸른박새입니다. 유럽과 서아시아에 서식하는 이 새는 얼핏 굉장히 이국적으로 보입니다만, 그 습성은 한국에 서식하는 다른 박새과의 새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몸길이가 12cm 정도로 작고 동그란 이 새는 인공 둥지를 좋아하고 벌레를 주식으로 삼으며, 겨울에는 다른 종의 작은 새들과 함께 무리를 이루어 겨울을 나곤 하죠.


샛노란 배를 과시하고 있는 한 푸른박새입니다. / Philippe Rouzet on Flickr
샛노란 배를 과시하고 있는 한 푸른박새입니다. / Philippe Rouzet on Flickr

푸른박새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선명하고 화려한 빛깔의 깃털이 아닐까 합니다. '푸른'이 들어가는 이름처럼 머리와 날개, 꼬리는 선명한 파란색을 띠고 있으며, 눈을 가로지르는 어두운 푸른 선이 푸른박새의 매력을 한껏 배가해주죠. 푸른 윗부분과 대조적으로 푸른박새의 배는 선명한 노란색을 띠고 있는데요. 사실 이 노란 배는 푸른박새의 식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황록색의 애벌레들은 카로틴 색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먹는 푸른박새의 배를 노랗게 만들죠. 노란 배가 얼마나 원활한 먹이 섭취를 하였는지에 대한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인지, 암컷은 수컷이 밝고 선명한 색의 배를 가지고 있을수록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합니다.


머리깃을 한껏 세운 어느 푸른박새입니다. / yapaphotos on Flickr
머리깃을 한껏 세운 어느 푸른박새입니다. / yapaphotos on Flickr

푸른박새의 암컷과 수컷은 그 생김새가 상당히 유사하여 구분하기가 어려운데요. 사실 이것은 사람의 기준으로, 새들이 보기에 푸른박새의 암컷과 수컷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만약 자외선을 볼 수 있다면, 수컷의 머리깃이 암컷에 비해 더 밝은색으로 보인다고 하는데요. 암컷은 머리깃의 색이 밝고 선명한 수컷일수록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합니다. 사람 기준으로는 푸른박새지만, 푸른박새들 기준으론 자외박새나 넘보라박새라고 부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940년대의 어느 푸른박새가 우유를 훔치는 모습입니다. / Figure adapted from Fisher et al. (1949).
1940년대의 어느 푸른박새가 우유를 훔치는 모습입니다. / Figure adapted from Fisher et al. (1949).

영국에서 푸른박새는 '우유 도둑'이라는 굉장히 독특한 이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이명이 붙은 것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이 새들이 우유를 훔쳤기 때문입니다. 이 우유 도둑질의 역사는 1900년대 초반, 영국의 한 교외 지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누군가 인간이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921년 영국 사우스햄턴의 스웨이들링에서 가정집 앞에 배달된 우유의 뚜껑을 벗기고 우유를 마시는 박새 현행범이 처음으로 기록되었죠. 당시의 대표적인 우유 도둑으로는 푸른박새와 유럽울새가 있었다고 합니다.


푸른박새 칭구칭긔들입니다. / Tristan Ferne on Flickr
푸른박새 칭구칭긔들입니다. / Tristan Ferne on Flickr

그리고 1921년으로부터 30년도 지나지 않은 1949년, 이와 같은 우유 도둑질은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푸른박새의 도둑질은 영국 전역으로 확산된 것과 달리 유럽울새들의 도둑질은 크게 확산되지 않았는데요.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한 것은 두 새의 생활습성의 차이 때문입니다. 유럽울새는 영역의식이 강한 새로,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새에게 굉장히 공격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반면 푸른박새는 무리생활을 하는 새이기 때문에, 한 개체가 습득한 정보가 다른 새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유럽울새보다 크지요.


왼쪽부터 범행을 공모하고 있는 박새&푸른박새와 그 범행 현장입니다. / Martin Mecnarowski on Wikimedia commons, Figure adapted from Fisher et al. (1949).왼쪽부터 범행을 공모하고 있는 박새&푸른박새와 그 범행 현장입니다. / Martin Mecnarowski on Wikimedia commons, Figure adapted from Fisher et al. (1949).
왼쪽부터 범행을 공모하고 있는 박새&푸른박새와 그 범행 현장입니다. / Martin Mecnarowski on Wikimedia commons, Figure adapted from Fisher et al. (1949).

심지어 푸른박새는 같은 푸른박새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의 새들과도 무리를 짓는 새이기 때문에, 푸른박새의 우유섭취 생활정보는 더 널리 널리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1949년의 기록을 보면 최소한 11종 이상의 새가 뚜껑을 열고 우유를 마시는 법을 알고 있었으며, 그 중심엔 영국의 텃새인 푸른박새, 박새, 진박새가 있었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박새와 푸른박새의 호시절입니다. / Figure adapted from Fisher et al. (1949).
박새와 푸른박새의 호시절입니다. / Figure adapted from Fisher et al. (1949).

위에서 우유를 마신다고 표현하긴 했습니다만,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새들이 훔친 것은 우유 위에 떠올라 있던 크림층이었습니다. 새들은 락토오즈를 소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우유를 마시면 탈이 났겠지만, 락토오즈가 적고 지방이 가득한 크림은 새들에게 최고의 식사였죠. 그런데 재밌는 것이, 영국 도회지의 일부 푸른박새들은 우유를 소화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하는데요. 워낙 우유를 훔치다 보니 크림을 마시는 것만으론 부족했나 봅니다. 하지만 탈지유와 저지방유가 늘어나고, 뚜껑은 알루미늄 포일에서 플라스틱이 되며, 사람들이 우유를 집 앞까지 배달시키는 대신 마트에서 사 마시기 시작하면서 우유 도둑질도 지금은 전부 옛 얘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귀여운 넘보라살 우유 도둑 푸른박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이 블로그에선 작년 3월, 어느 어린 푸른박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 포스트와 같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그 포스트 링크 남기며,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Fisher, James, and Robert A. Hinde. "The opening of milk bottles by birds." British Birds 42.11 (1949): 347-357.

Hunt, Sarah, et al. "Blue tits are ultraviolet tit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B: Biological Sciences 265.1395 (1998): 45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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