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습니다. 지구의 날을 맞아 문득 지금까지의 포스트를 되돌아보니, 지구의 날 외에는 항상 지구의 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했더군요.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선 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지구 외의 새에 관한 포스트라도 작성해볼까 했습니다만, 저의 얕은 식견으로는 마땅한 지구 외 조류가 떠오르지 않아 오늘도 언제나처럼 지구의 새 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왼쪽부터 각각 암컷과 수컷 적갈색벌새입니다. / Jerry Oldenettel on Flickr, Sberardi on Wikimedia commons왼쪽부터 각각 암컷과 수컷 적갈색벌새입니다. / Jerry Oldenettel on Flickr, Sberardi on Wikimedia commons
왼쪽부터 각각 암컷과 수컷 적갈색벌새입니다. / Jerry Oldenettel on Flickr, Sberardi on Wikimedia commons

이번 포스트에서 소개할 새는 적갈색벌새입니다. 수컷이 적갈색 깃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으며, 루퍼스벌새 또는 갈색벌새라고 불리기도 하죠. 전신에 적갈색 깃털을 가지고 있는 수컷과 달리 암컷은 전반적으로 녹색을 띠고 있는데요. 종종 수컷 중에서도 등의 깃털 일부가 녹색인 개체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적갈색벌새라는 네이밍에 대해 암컷 적갈색벌새의 생각은 어떤지 언젠가 벌새어를 배운다면 한 번쯤 물어보고 싶군요.


대단한 적갈색벌새와, 적갈색벌새의 대단함을 얘기하기 위해 별안간 끌려나온 극제비갈매기입니다. / Joseph Higbee, Thomas Quine on Flickr대단한 적갈색벌새와, 적갈색벌새의 대단함을 얘기하기 위해 별안간 끌려나온 극제비갈매기입니다. / Joseph Higbee, Thomas Quine on Flickr
대단한 적갈색벌새와, 적갈색벌새의 대단함을 얘기하기 위해 별안간 끌려나온 극제비갈매기입니다. / Joseph Higbee, Thomas Quine on Flickr

적갈색벌새는 몸길이가 7~9cm 정도인 작은 새인데요. 이 작은 크기에서 예상하기 어렵겠지만 적갈색벌새는 철새입니다. 비록 다른 새들에 비해 이동하는 절대 거리는 짧지만, 몸길이로 따져보면 가장 먼 거리를 이주하는 새 중 하나가 되죠. 몸길이가 8cm인 적갈색벌새가 이주하는 거리는 약 6,000km로, 몸길이의 7,500만 배 이상인데요. 장거리 이주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새인 극제비갈매기(arctic tern)의 몸길이가 35cm, 이주 거리는 약 18,000km로 몸길이의 약 5,000만 배인 것을 생각해보면 적갈색벌새의 대단함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습니다.


귀여운 외모로 호전성을 숨기고 있지만 눈빛이 날카롭습니다. / © Donna Pomeroy
귀여운 외모로 호전성을 숨기고 있지만 눈빛이 날카롭습니다. / © Donna Pomeroy

적갈색벌새는 호전적인 것으로 유명한 새이기도 합니다. 적갈색벌새는 번식기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데요.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벌새라면 그게 이주 중에 잠시 쉬었다 가는 벌새이든, 자신보다 배 이상 더 큰 벌새이든 상관없이 전부 싸워 내쫓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둥지에서 다람쥐를 쫓아내는 적갈색벌새도 목격된 적이 있다고 하네요.


꿀 빠는 수컷 적갈색벌새입니다. / Andrew Reding on Flickr
꿀 빠는 수컷 적갈색벌새입니다. / Andrew Reding on Flickr

일반적으로 수컷만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다른 새들과 달리 적갈색벌새는 암수가 모두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데요. 재밌는 것이, 적갈색벌새의 암컷과 수컷은 서로 지키는 영역의 유형이 다릅니다. 적갈색벌새는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큰 새인데요. 수컷은 암컷보다 날개가 짧아 더 빠르게 날갯짓을 할 수 있고, 이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상대를 쫓거나 공격하는 데에 유리합니다. 하지만 비행할 때의 대사 효율은 떨어지죠. 먹이를 찾아다니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수컷은 상대적으로 좁고 꽃이 밀집되어 있는 영역을 차지합니다.


벌새의 작은 발은 뛰거나 걷기엔 적절하지 않지만 굉장히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 Jerry McFarland on Flickr
벌새의 작은 발은 뛰거나 걷기엔 적절하지 않지만 굉장히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 Jerry McFarland on Flickr

적갈색벌새의 암컷은 수컷과 반대로, 상대적으로 넓고 꽃의 밀도도 낮은 영역을 지키는데요. 수컷에 비해 날개가 길어 비행할 때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먹이를 찾아다닐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암컷보다 더 호전적인 수컷이 꽃이 밀집된 지역을 차지하고 암컷을 쫓아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암컷이 아무리 수컷보다 효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꽃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면 굳이 사양하지 않겠죠. 하지만 암컷 입장에서도 수컷들을 굶겨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런 생태가 형성된 것이려나 싶습니다.


https://www.google.com/doodles/earth-day-2014
https://www.google.com/doodles/earth-day-2014

이 귀염둥이 적갈색벌새는 2014년 지구의 날 구글 로고에서 조류 대표를 맡기도 했습니다. 기후 변화는 벌새의 식생활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꽃들의 개화 시기를 변화시키며, 벌새의 이주 시기와 위치에도 영향을 주는데요. 환경보호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기후 변화인 만큼, 적갈색벌새는 지구의 날에 참 잘 어울리는 새가 아닐까 하네요.


앞서 적갈색벌새가 지구의 날과 잘 어울리는 새라고 얘기했습니다만, 오염물질을 마시고 지옥에서 올라온 뮤턴트버드가 태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지구의 날과 어울리지 않는 새는 없을 것입니다. 지구를 잘 아끼고 가꾸어 새도 사람도 다른 동식물도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삶의 질을 올려줄 귀여운 영상 하나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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