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폴더

가면물떼새

Masked lapwing, 페르소나

요즘 많은 분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마스크가 아닐까 합니다. 감염자나 고위험군의 경우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아주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마스크를 쓰는 것 이상으로 손을 씻는 게 중요하다고 하죠. 그렇다면 손을 씻는 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좋았을 것도 같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새에겐 손이 없습니다. 이는 날개와 부리가 손과 부리가 될 수도 있었을 중차대한 문제이기도 하죠. 그런 뜻에서 오늘은 마스크를 쓴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딘지 고즈넉한 가면물떼새입니다. / Laurie Boyle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가면물떼새입니다. 몸길이가 30~37cm 정도로 물떼새과에서 가장 큰 새이기도 하죠. 물떼새라고 하면 쏟아질 것 같은 크고 까만 눈을 가진 작고 동그란 새를 생각하기 쉬울 텐데요. 그래서 이 커다란 새에게 물떼새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을 다소 낯설게 느끼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가면물떼새는 남반구에만 서식하는 새로, 한국에선 볼 수 없기 때문에 낯선 것도 당연한데요. 하지만 호주나 뉴질랜드, 뉴기니 섬 등에 산다면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새라고 합니다.


반영구 사용이 가능한 마스크입니다. / Dennis Church on Flickr

가면물떼새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샛노란 가면을 쓰고 있는 얼굴일 텐데요. 그래서 한글 이름과 영어 이름에도 가면(mask)이 들어가죠. 글을 시작할 땐 이 부분을 마스크라 표현했지만, 사실 이건 가면물떼새의 볏인데요. 당연히 이 부분은 탈착이 불가능하며, 호흡기 보호 및 유해물질 차단 효과도 없습니다. 가면물떼새의 암수는 겉모습이 거의 비슷한데, 수컷의 마스크가 조금 더 크다고 하네요.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을 보러 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Geoff Whalan on Flickr

선명한 볏이나 긴 꽁지깃 같은 어른 새들의 특징은, 어린 새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면물떼새들은 아직 작고 어리고 뽁실뽁실한 물떼새 부스러기 시절부터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성조에 비하면 택도 없이 작아서 얼굴을 덮지도 못하고 색도 옅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면물떼새라는 것은 충분히 표현할 수 있지요. 남대천 한복판에서 우연히 만나더라도, 너희 부모님이 가면물떼새시구나 하고 호주로 데려다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이 닫힙니다. / Toby Hudson on Wikimedia commons
위의 눈 사진의 주인공입니다. / Toby Hudson on Wikimedia commons

새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신 적이 있다면, 가면물떼새의 얼굴은 오늘 처음 보시더라도 눈은 이미 보신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위쪽의 사진은 제3의 눈꺼풀이라고도 말하는 순막(瞬膜)을 아주 잘 보여 주는데요. 이게 바로 가면물떼새의 눈입니다. 위키피디아의 순막 항목은 언어에 상관없이 대부분 표제 사진으로 위 사진을 쓰기 때문에, 새 이외에도 파충류나 상어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이 눈을 보신 적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요. 순막은 투명 또는 반투명한 막으로, 시야를 확보하면서도 눈을 보호하거나 수분을 유지해 주는 부위입니다. 씻을 때나 눈이 뻑뻑할 때, 저도 이런 게 하나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혼자 있어도 뾰족하고 / Geoff Whalan on Flickr둘이 있으면 뾰족뾰족합니다. / Heather Paul on Flickr

가면을 쓴 샛노란 얼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개성적인 것 같지만, 그것으론 부족했는지 가면물떼새들은 날개에도 아주 노랗고 위협적인 것을 달고 있습니다. 이 날개의 돌기들은 주로 자신의 영역과 새끼들을 지킬 때 사용하는데요. 큰까마귀와 같은 새들은 물론, 다른 동물들도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다면 공격해서 쫓아냅니다. 이와 같은 맹렬한 공격에 피를 본 동물들이 많았던 모양인지, 가면물떼새의 돌기엔 독이 들어 있다고 믿었던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요. 새끼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엔 가면물떼새 부모의 공격성도 많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멋지게 퇴장합니다. / John Powell on Flickr

오늘은 마스크를 쓴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슬슬 봄이 찾아오니 봄에도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 가면물떼새를 따라 봄꽃처럼 샛노란 마스크를 써서 조금이라도 더 봄 기분을 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글을 맺으려고 했는데, 지금 보니 몇 시간 전 대통령께서 노란 마스크를 쓰셨다는 기사가 올라와서 조금 놀랐습니다. 본 블로그는 어용 블로그는 아닙니다만 불러주신다면 마다하진 않겠습니다. 아무튼 다음 포스트에서도 건강하게 뵙기로 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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