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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새

Hornbill, 관계자 외 출입금지

잠잠해지는 듯하던 전염병이 다시 기승을 부리며, 자의로든 타의로든 외출을 자제하고 사실상 자가격리를 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어지간한 내향 인간이 아니고서야 집 안에만 있으면 심심해지기 마련이고, 그럴 때를 위한 읽을거리를 찾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일 텐데요. 날개와 부리도 여러분께 그런 읽을거리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하필이면 지난주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재를 하고 말았군요. 그래도 이번 주엔 다시 돌아왔으니, 이번 포스트에서는 자신을 가두는 새에 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짜 부리가 어느 쪽인지 헷갈리는 말라바르얼룩이코뿔새(Malabar pied hornbill)입니다. / Thimindu Goonatillake on Flickr

오늘은 코뿔새과(Bucerotidae)에 속하는 새들, 즉 코뿔새들(hornbill)에 관해 전반적으로 얘기해 볼 텐데요. 코뿔새는 한국 이름에도 영어 이름에도 뿔(horn)이 들어가며, 이는 당연히도 뿔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뿔새들은 크고 휜 부리 위에 뿔이 달려 있는데요. 종에 따라 부리만큼 커다란 것도 있고,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도 있습니다. 코뿔새과를 뜻하는 Bucerotidae는 고대 그리스어로 소를 뜻하는 βοῦς와 뿔을 뜻하는 κέρας가 합쳐져 소의 뿔을 의미하는 βούκερος가 유래이죠.


뿔로 싸우는 긴꼬리코뿔새(helmeted hornbill)입니다. 딱 보기에도 뿔이 단단해 보입니다. / © Entol Afnan

안 그래도 커다란 부리에 뿔까지 달려 있으니, 코뿔새의 목은 꽤나 큰 무게를 짊어져야만 할 텐데요. 코뿔새는 제1목뼈와 제2목뼈가 합쳐져 있고, 목근육이 튼튼하기 때문에 충분히 이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뿔은 종에 따라 형태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도 다른데요. 안이 비어 있는 뿔의 경우 울림통의 역할을 하여 코뿔새의 울음소리를 더 키워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이 가득 차 있는 뿔은 다른 코뿔새와 싸울 때 무기로 사용할 수 있죠. 혹시나 자신에게 뿔이 있는 경우, 반대 용도로 사용했다가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자신의 뿔에 대해 평소에 잘 알아 두도록 합시다.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도 당신을 들여다보나 봅니다. / Sagar on Flickr

뿔에 관해서는 충분히 알아보았으니, 이어서 코뿔새의 자가격리에 관해 알아보도록 할 텐데요. 코뿔새 둥지는 입구가 아주 좁아서, 부리가 드나드는 것이 겨우 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아보아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코뿔새가 이 좁은 둥지에 어떻게 들어갔느냐는 것입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문제에 버금가는 세기의 난제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두 번째는 왜 코뿔새가 이와 같은 형태의 둥지를 짓게 되었냐는 것인데요. 어렵지 않은 문제가 없습니다만 차근차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로 막아 두면 집주인도 집을 못 찾을 때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 Rohit Naniwadekar on Wikimedia commons

코뿔새 둥지의 입구는 태초부터 좁았던 것이 아니고, 처음에는 온몸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넓었습니다. 코뿔새 암컷은 알을 낳을 준비가 되면 둥지로 들어가 진흙이나 배설물, 으깬 식물 등으로 둥지 입구를 좁은 틈만 남겨 놓고 전부 막는데요. 코뿔새는 한 상대와 짝을 이루는 새로, 둥지에서 나가지 못하는 암컷에겐 수컷이 먹이를 물어다 줍니다. 새끼들이 어느 정도 커서 둥지가 좁아지면 암컷은 둥지를 막은 진흙벽을 부수고 나와 수컷과 함께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 나르는데요. 이때 부서진 벽은 암컷이 다시 수복하기도 하고, 암컷 대신 새끼들이 도로 막아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부붉은부리코뿔새(western red-billed hornbill)가 둥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뿔이 없는데도 코뿔새입니다. 이와 같이 세상은 불합리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릅니다. / stuart Burns on Flickr

그렇다면 왜 코뿔새는 이런 입구를 만들면서까지 둥지에서 나오지 않는 것일까요.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30초 이상 날개와 발을 씻는 코뿔새가 발견되었다는 제보는 받지 못했으니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데요. 이와 같은 습성은 다른 코뿔새의 침입을 막고 둥지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건 자가격리라기보다는 문단속을 잘 하는 것이라 말하는 편이 더 낫겠는데요. 사람이나 새나 내 집 마련이란 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뿔이 리젠트 스타일 같기도 하고 말린 고추를 달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어로 코뿔새라 하면 보통은 이 새(rhinoceros hornbill)를 뜻합니다. / Thomas Quine on Flickr

오늘은 문단속을 잘 하는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코뿔새는 이번 포스트에서 얘기한 것들 외에도, 눈과 속눈썹에 관한 얘기 등 아직도 할 얘기가 많은 새인데요. 이번 포스트에선 코뿔새 전반에 관해 얘기하였으니, 나중에 특정 종의 코뿔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하며 다른 부분에 관해서도 좀 더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은 여기까지 글을 쓰면서 13번쯤 코뿔새를 코뿔소라 잘못 썼는데요. 솔직히 이 정도로 헷갈리는 이름이면 제가 한두 개쯤 잘못 써도 눈치채지 못하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순한 생각이 조금 듭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똑똑한 독자라 그런 오류도 전부 잡아내실 테니, 혹시나 아직까지 남아있는 코뿔소가 없는지 다시 확인해 보기 위해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3월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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