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폴더

오색멧새

Painted bunting, 오색찬란

포스트를 작성할 때 가장 오래 걸리는 일은 주제 선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에도 몇 번 얘기했습니다만 날씨 얘기나 기념일은 꼭 챙기는 편이며, 최근 작성했던 포스트들과 너무 겹치지 않는 것도 중요히 여기고 있는데요. 동그란 새에 관해 연속적으로 얘기한 후엔 길쭉한 새에 관해 쓰고, 희귀하고 낯선 새들 다음엔 다소 친숙한 새들에 관해 쓰는 등으로 균형을 맞춰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포스트를 살펴보면 모노톤의 새들에 관한 얘기가 많았는데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아주 색이 많은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쩜 깃털 빛이 이럴까 싶습니다. / Dan Pancamo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이름에서부터 색이 잔뜩 들어가 있음을 예감할 수 있는 오색멧새입니다. 몸길이 12~13cm 정도의 작은 새로, 이 작은 몸에 다양한 색이 오밀조밀 들어가 있죠. 이름의 오색은 진짜로 색이 다섯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을 띤다는 의미일 텐데요. 그래도 굳이 다섯 가지로 색을 나눠 보자면 우선 진한 파란 머리와 선명한 황록색 등, 붉은 배와 눈테에서 세 가지 색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날개와 꽁지는 조금 애매하긴 한데, 어두운 녹색과 검은색이 섞여 있다고 보면 다섯 가지 색을 다 찾았군요.


더 선명해지기 위해 홍관조의 붉은색을 노리는 오색멧새입니다. / Corn Farmer on Flickr

오색멧새의 영명인 painted bunting은 직역하면 색칠된 멧새인데, 듣고 보니 정말 유화 붓자국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는 다양한 색의 깃털이 그림 같다는 의미로 붙은 이름일 것이며, 진짜로 물감으로 칠해졌다는 얘기는 아닐 텐데요. 하지만 직접 확인해 보지 않아 확실하진 않으니, 혹시 오색멧새와 우연히 부딪쳤는데 물감이 묻어나는 경험을 하신 분이 계시다면 연락 바랍니다. 오색멧새의 프랑스어 명칭인 passerin nonpareil는 직역하면 비할 데 없는 멧새가 되는데요. 역시 이 새의 화려한 깃털 때문에 붙은 이름이 아닐 리가 없겠죠.


덜 익은 귤 같은 것이 귀엽습니다. / © Jody Shugart (CC BY)

대부분의 새들이 그렇듯이, 이렇게 화려한 색을 띠는 것은 암컷의 눈에 들기 위해 자신을 어필해야 하는 어른 수컷뿐인데요. 오색멧새의 어른 암컷과 어린 새는 전체적으로 황록색을 띠며, 오색멧새라기보단 단색멧새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수컷보다 수수하다 뿐이지, 오색멧새 암컷은 아주 선명한 녹색을 띠는데요. 또한 자세히 살펴보면 눈테는 꽤 밝은 색이라든가, 머리나 날개에 비해 배는 좀 더 밝고 노르스레한 등 완전히 단색멧새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오색멧새에게서 파란색이 옮아 버린 것이 아니라 파란 어른 깃털이 나고 있는 어린 유리멧새(indigo bunting)입니다. / © Scott Buckel (CC BY-NC)

그렇다면 이 알록달록이들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요. 화려한 색 때문에 왠지 열대지방에 서식하지 않을까 싶지만, 오색멧새는 북아메리카의 남쪽에 서식하는 새입니다. 여름엔 미국 남부와 남동부 및 멕시코 북부에서 번식하고, 겨울이 되면 그보다 조금 더 남쪽인 멕시코 중남부나 카리브해의 섬들로 이주하죠. 오색멧새들은 북아메리카의 가장 아름다운 새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이 정도로 화려하면 그런 별명이 붙을 만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들으면 다른 새들은 빈정 상할지도 모르니, 다른 새들은 듣지 않는 데서 얘기하도록 합시다.


다소 느와르적으로 땅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오색멧새입니다. / mary4mac on Flickr

오색멧새들은 도대체 무엇을 먹고 이렇게 화려한 깃털을 갖게 된 것일까요. 동화적으로 생각하면 무지개나 꿈 같은 것을 먹었을 것이며, 영어 이름을 통해 추측해 보자면 물감 같은 것을 먹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색멧새는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환상의 새가 아니라 실존하는 새이고, 물감은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새도 사람도 먹으면 안 됩니다. 오색멧새의 주식은 씨앗인데요. 번식기엔 새끼에게 곤충을 먹이기도 하지만, 그때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기엔 주로 씨앗으로 식사를 해결합니다. 작은 나무나 덤불에서 먹이를 찾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땅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다고 하네요.


화려해지다 못해 주변의 색을 전부 뺏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 © Russ Hoverman (CC BY-ND)

오늘은 색이 많은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선 다시 색이 적은 새로 돌아올지, 아니면 더 화려한 새로 돌아올진 저도 아직 모르겠는데요. 오색멧새보다 화려하려면 이름으로 볼 때 팔색조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거나 다음주에도 또 다른 신기한 새 얘기로 돌아오기로 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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