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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새

Waxwings, 보들 꽁지

오늘은 24절기 중 하나인 대한(大寒)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어마어마하게 추워야 할 것 같은데, 대한이 소한 집에 갔다 얼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외로 그렇게 춥진 않은 날이죠. 이 때문에 대한은 겨울이 끝나가기 시작하는 날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저는 입춘 전까지는 겨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의 포스트에도 한국의 겨울 철새에 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격노한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게 화는 나지 않은 여새입니다. / © Kim, Hyun-tae (CC BY)

오늘 소개할 새는 홍여새(Japanese waxwing)와 황여새(Bohemian waxwing)입니다. 이 새들은 둘 다 여새과 여새속에 속하며, 이름뿐만 아니라 겉모습도 아주 유사한데요. 여새들은 전체적으로 회갈색을 띠며, 길고 멋진 머리깃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눈가엔 경계가 분명한 검은 무늬가 있어 인상이 아주 뚜렷하고 잘생겼죠. 얼굴은 몸에 비해 불그스레한데, 눈꼬리가 올라간 듯한 검은 무늬 때문에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힌 것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날개깃은 기본적으로 검은색이며 흰 무늬가 박혀 있죠.


정말로 보드라워 보이긴 합니다. / © Евгения Мусиенко (CC BY-SA)

여새의 속명인 Bombycilla는 고대 그리스어로 비단을 뜻하는 βόμβυξ(bombyx)와, 학명에선 꼬리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유사 라틴어 단어 cilla가 합쳐져 비단 같은 꼬리를 뜻하는데요. 이와 같은 속명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여새들은 깃털이 아주아주 보드라운 것이 특징적인 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허락 없이 깃털을 만지는 것은 아주 무례한 일이니, 혹시 여새의 말을 할 수 있다면 꼭 허락을 먼저 구한 뒤 만지도록 해야 할 텐데요. 안타깝게도 여새어를 하지 못하시는 경우엔, 눈으로만 보며 마음속으로 감촉을 상상하도록 합시다. 또한 'cilla'라는 단어는 다음 포스트의 주제가 될 예정이니 잘 기억해 두시길 바랍니다.


빵빵하게 무리 짓고 있는 황여새들입니다. / Rich Hoeg on Flickr

홍여새와 황여새들은 서로 비슷하게 생긴 데다가 함께 무리를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워낙 닮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사자들도 서로가 무슨 종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진 공통점을 알아보았으니, 이제 이 새들을 구분할 수 있는 차이점을 알아보도록 할 텐데요. 우선 홍여새는 몸길이가 18cm 정도이며, 황여새는 몸길이가 19~23cm 정도로 홍여새에 비해 조금 더 큰 편입니다. 하지만 이건 두 새가 같이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구분법이니, 다음 문단에선 그 외의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기 꽁지 색을 확인해 보고 있는 홍여새입니다. / © Kim, Hyun-tae (CC BY)

홍여새와 황여새 이름엔 각각 붉은색(紅)과 노란색(黃)이 들어 있는데, 우린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동물 이름에 색이 들어가는 데에는 다 그럼직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두 새를 구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꽁지깃 끝을 보는 것인데요. 홍여새와 황여새는 꽁지깃 끝이 각각 붉은색과 노란색을 띱니다. 또한 날개깃에도 각각 붉은색과 노란색의 무늬가 있기 때문에, 매우 이름값을 한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홍여새는 황여새에 비해 배가 노랗습니다. 또한 황여새의 날개에는 붉은 부위가 있죠. 시험에 나온다면 함정 문제로 나올 법한 부분이니, 다른 부위에 현혹되지 말고 가장 명확한 꽁지 끝을 먼저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합시다.


황여새의 붉은 부분입니다. / Amphis on Wikimedia commons

여새는 영어로 waxwing이라 불리는데, 이는 직역해 보면 밀랍 날개라는 뜻이 됩니다. 위에서 여새는 보드라운 깃털을 가지고 있다고 했으니, 설마 여새의 날개가 말 그대로 밀랍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는 아닐 텐데요. 밀랍과 날개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여새의 날개와 이카로스는 서로 관계가 없으며, 덕분에 태양 빛을 받으며 날아도 날개를 잃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진 않죠. 황여새의 둘째날개깃 끝은 뾰족하고 붉은색을 띠는데요. 이 부분이 과거에 편지를 봉하는 데에 쓰이던 붉은 밀랍과 비슷하다고 하여, 여새에게 밀랍이 들어가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 부위는 홍여새에서도 관찰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꽤 드물기 때문에, 황여새의 특징이라 생각해도 괜찮겠습니다.


아무리 겨울새라고는 해도 너무 빵빵한 모습만 보여 드린 것 같아 조금 길쭉한 모습으로 인사 드립니다. / Hal Trachtenberg on Flickr

오늘은 매끈하게 잘생긴 새 여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여새과에 속하는 새는 총 세 종이 있는데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한국을 찾는 겨울 철새에 집중하다 보니, 세 종 중 두 종의 겉모습에 관해서만 얘기해 보았습니다. 매력적인 겉모습 이외에도, 여새에 관해 할 얘기는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요. 예를 들어 황여새의 영명에는 보헤미안이 들어갈 정도로, 여새들은 여기저기를 유랑하는 것이 특징적인 새이기도 합니다. 언젠가의 후속 포스트에서 여새들의 삶의 방식이나 식습관, 그리고 세 번째 여새에 관해서도 얘기해 보기로 하며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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