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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줄박이

Varied tit, 알로기 달로기

2020년 새해가 밝은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다 지나가는데, 모두들 새해 복은 충분히 받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다양한 방식 중 대표적인 것으로 산에 오르거나 바닷가에 찾아가 일출을 보는 것이 있을 텐데요. 일출을 보셨다면, 떠오르는 해처럼 동그란 새도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실 겁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어느 동그란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멋진 자세의 곤줄박이입니다. / KazKuro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곤줄박이입니다. 몸길이는 14cm 정도로 참새만큼 작고 둥글며, 한국 전역에 서식하여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이죠. 곤줄박이는 암수의 외모가 거의 유사한 새인데요. 우선 머리 위와 멱은 아주 짙은 검은색을 띱니다. 얼굴은 이와 대비되는 밝은 상아색을 띠며, 정수리부터 목 뒤까지 검은 머리를 가로질러 상아색 선이 그어져 있죠. 배는 붉은 갈색을 띠는데, 차분한 청회색의 날개와 꽁지가 선명한 배와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곤줄박이는 이와 같이 크게 나눠보면 네 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밀조밀하게 조합이 잘 되어있기 때문인지 그 이상으로 알록달록해 보이는데요. 이 때문인지 곤줄박이의 영명인 varied tit과 중명인 짜써산취에(杂色山雀, zásèshānquè)를 번역해 보면, 둘 다 '다양한 색의 박새과의 새'라는 의미가 됩니다.


우린 항상 이 새의 이름이 곤잘레스 유진일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합니다. / harum.koh on Flickr

그렇다면 곤줄박이라는 한국 이름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한 가지 설은 검음(黒)을 뜻하는 '곰'이 변하여 '곤'이 되었으며, 검은색이 박혀 있음을 의미하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입니다. 곤줄박이가 곤줄매기라고도 불림에 착안하여, 검은 멱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죠. 또 다른 설은 곤줄박이의 붉은 깃털이 전통 혼례의 신부가 바르는 곤지 같다고 하여, 곤지박이가 변해 곤줄박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비록 정확한 유래는 불분명하지만, 대부분의 설이 이 새의 겉모습과 관련되어 있는데요. 그 정도로 이 새의 오밀조밀한 무늬가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건 여담인데, 지인에게 어떤 설이 제일 맞는 말 같냐 물어보니 곤잘레스(Gonzales)란 성이 그 유래일 것 같다는 새로운 설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신빙성은 없는 의견이라 생각하지만, 어이가 없다 못해 예상치 못하게 웃겼기에 굳이 여기 기록해 둡니다.


누구세용 / © Elliot Janca (CC BY-NC)아빠에용 / © Elliot Janca (CC BY-NC)들어오세용 / © Elliot Janca (CC BY-NC)들어갈게용 / © Elliot Janca (CC BY-NC)

곤줄박이는 우리와 가까운 새들 중에서도 특히나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새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인가 근처에 둥지를 짓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인간의 통행이 잦다 못해 끊이지 않는 우편함이나 신발장 등에 둥지를 지은 사례가 자주 발견될 정도지요. 곤줄박이의 번식기는 4~7월이기 때문에 지금은 주위에 둥지를 튼 곤줄박이가 없겠지만, 곧 곤줄박이가 당신의 삶의 터전에 둥지를 틀어 다소의 불편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곤줄박이는 약 2주간 알을 품고, 부화한 새끼들이 독립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0일 정도입니다. 길어야 한 달이면 떠나갈 가족들이니, 어지간히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관대하게 지켜봐 주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있는 곤줄박이입니다. / PaulSh54 on Flickr

곤줄박이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증거로는, 산행 중 먹이를 손에 들고 있으면 겁도 없이 다가와서 먹이를 물어가는 행동이 있을 텐데요. 이때 사람들이 곤줄박이에게 제공하는 것은 대부분 땅콩과 같은 견과류입니다. 그렇다면 곤줄박이가 과연 견과류를 좋아할지, 혹시 인간은 좋아하지만 견과류는 취향이 아닌데 인간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물어가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시는 분도 세상에 한 분 정도는 계실 텐데요. 그런 분들께는 다행히도 곤줄박이는 잡식성의 새로, 곤충류부터 씨앗이나 작은 열매까지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계절에 따라 곤줄박이의 식단 구성은 상당히 달라지는데요. 새끼를 키우는 여름에는 곤충 등의 동물성 먹이를, 그리고 겨울에는 씨앗과 같은 식물성 먹이를 주로 섭취한다고 합니다.


겨울을 나고 있는 곤줄박이입니다. / Alastair Rae on Flickr

오늘은 동그랗고 친근한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겨울철이면 먹이를 구하기 힘든 새들을 위해 모이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 해보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누락이나 분실이 없도록 면 대 면으로 직접 전달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인간인 이상 야조와의 지속적인 교류는 장기적으로 야생 조류 사회를 흔들 수도 있는 위험한 사안입니다. 야조에게 먹이는 제공하면서, 조류와의 접촉은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모이대를 설치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작은 새들은 겨울이면 여러 종이 함께 무리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으니, 운이 좋다면 다양한 새들이 당신의 모이대에서 파티를 벌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고 동그란 새들이 따뜻하고 배부른 겨울 보내길 바라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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