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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야계

Red junglefowl, 丁酉

붉은 닭의 해,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떡국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날이 설날입니다만, 그래도 새해를 맞는 것은 설레는 일이긴 합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붉은 닭의 해와 어울리는 새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말해두겠지만 양념치킨은 아닙니다.


한 쌍의 적색야계 그림입니다.
한 쌍의 적색야계 그림입니다.

오늘 소개할 새는 적색야계, 또는 적색들닭입니다. 적색야계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 치고는 그다지 붉지 않아 의아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다른 야계들인 녹색야계나 회색야계보다 더 붉은 것은 분명하니 전신이 붉지 않은 것 정도는 관대한 마음으로 넘어가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금류의 사진입니다. / Fir0002/Flagstaffotos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금류의 사진입니다. / Fir0002/Flagstaffotos

닭(Gallus gallus domesticus)은 제일 먼저 가축화된 조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야생 조상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가 바로 이 적색야계(Gallus gallus)라고 하지요. 고대의 일이 대부분 그렇듯이, 적색야계가 처음 가축화된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닭 뼈 화석이나 유전자 연구 등을 통해, 대략 5000년 전 동남아지역에서 처음 가축화되어 전 세계로 퍼지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는 있지요. 본 블로그에서는 닭이 최초로 가축화되던 시기를 목격하신 고대 존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야생의 적색야계 사진입니다. / Lip Kee on Flickr
야생의 적색야계 사진입니다. / Lip Kee on Flickr

몇천 년 전의 야생 조상이라면 왠지 현대에는 존재하지 않고 전설로만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만, 적색야계는 여전히 야생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닭의 조상인 만큼 적색야계의 생태는 닭과 상당히 유사한데요. 적색야계는 잡식성의 조류로 벌레와 씨앗, 과일 등을 먹으며, 모래 목욕도 즐깁니다. 나는 것은 해 질 무렵 천적 걱정 없이 앉아서 쉴 수 있는 나무 위에 올라가거나, 눈앞의 위험을 피할 때 정도로 한정되어 있지요.


나무 위의 적색야계 암컷입니다. / Kunalwiki86 on Wikimedia commons
나무 위의 적색야계 암컷입니다. / Kunalwiki86 on Wikimedia commons

적색야계의 번식 역시 닭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적색야계의 수컷은 구애를 위해 먹이를 입에 물었다가 바닥에 던지는 행동을 반복하며 암컷의 주의를 끄는데요. 암컷이 바닥의 먹이를 집어 먹거나, 수컷의 부리에 있는 먹이를 부리 투 부리(beak to beak)로 받아먹으면 수컷은 구애에 성공한 것입니다. 알은 암컷이 혼자 품는데, 암컷 적색야계의 깃털이 수컷 적색야계나 암컷 닭보다 눈에 띄지 않는 갈색인 것은 야생에서 알을 안전하게 품기 위한 보호색이 필요하기 때문이겠지요.


암컷들에게 꽤나 인기 있을 것 같은 수컷 적색야계입니다. / Jason Thompson on Flickr
암컷들에게 꽤나 인기 있을 것 같은 수컷 적색야계입니다. / Jason Thompson on Flickr

적색야계는 암컷과 수컷 안에서 각각 서열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적색야계의 암컷들은 서열이 높고 볏이 큰 수컷을 선호하지요. 서열 1위의 수컷이 가장 큰 볏을 가지고 있을 때는 당연히도 모든 암컷들이 서열 1위의 수컷과 교미합니다. 하지만 만약 낮은 서열의 수컷이 가장 큰 볏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서열 1위, 2위인 암컷들은 서열 1위의 수컷과 교미합니다. 하지만 그 아래 서열인 암컷들은, 비록 서열이 더 낮더라도 볏이 커다란 수컷과 더 많이 교미하는 것이 관찰된다고 하는군요. 잘생기고 큰 것은 수컷의 서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인가 봅니다.


검은 발과 보이지 않는 볏이 잘 보이는 사진입니다. / JJ Jarrison on Wikimedia commons
검은 발과 보이지 않는 볏이 잘 보이는 사진입니다. / JJ Jarrison on Wikimedia commons

비록 전설로만 존재하는 정도는 아닙니다만, 닭과의 혼혈로 인해 순수 적색야계는 굉장히 소수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순수한 적색야계와 혼혈 적색야계를 구분하기 위한 주요한 특성은 세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이클립스 깃(eclipse plumage)입니다. 이클립스 깃은 적색야계의 수컷의 목 뒤에서 자라나는 검은 깃털로, 6월에서 9월 사이에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발의 색입니다. 닭이 붉은빛이 도는 노란 발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적색야계는 검은빛이 도는 발을 가지고 있지요. 세 번째는 암컷의 볏의 유무입니다. 적색야계의 암컷은 볏이 작다 못해 거의 없지만, 암컷 닭은 꽤 커다란 볏을 가지고 있지요. 말레이시아 인근에는 이클립스 깃을 가진 수컷이 1920년 이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는 논문이 1999년 발표되었으니, 야생의 순혈 적색야계의 존재는 근시일 내에 정말 전설로만 남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계명성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 Philip Pikart on Wikimedia commons
계명성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 Philip Pikart on Wikimedia commons

오늘은 우리에게 참 고마운 존재인 닭의 조상, 적색야계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양력설에도 이미 했던 얘기입니다만, 음력설을 맞아 다시 한번 여러분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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