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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 새

키스 배달 왔습니다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방식은 아주 다양합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현실에서의 삶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고, 크리스마스 한정 이벤트 및 퀘스트에 전념하여 가상의 삶을 풍족하게 가꿀 수도 있겠지요. 혹시 연인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이라면, 키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서양에는 크리스마스에 겨우살이 장식 아래에서 입맞춤을 하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키스가 하고 싶으신 분은 겨우살이를, 겨우살이가 보고 싶으신 분은 키스하는 사람을 찾아 보면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 뜻에서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겨우살이와 관련된 새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배경까지 갈색이군요. / © Parham Beyhaghi (CC BY-NC)붉은 가슴이 강렬합니다. / © QuestaGame (CC BY-NC-ND)

오늘 소개할 새는 겨우살이지빠귀(mistle thrush)입니다. 몸길이는 27cm 정도로 꽤 크며, 유럽 대부분의 지역과 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새이죠. 가슴엔 초코칩 같은 점이 콕콕 박힌 매력적인 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전체적으로 갈색을 띠다 보니 크리스마스의 화려함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도 계시겠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두 번째 새는 겨우살이새(mistletoebird)입니다. 몸길이는 10cm 정도로 작지만, 새빨간 가슴과 은근히 붉은 엉덩이는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죠. 겨우살이새는 호주에 서식하는 새이기 때문에,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남반구와 북반구의 새를 하나씩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겨우살이새의 암컷과 둥지입니다. / © Graeme Cocks (CC BY-NC-SA)둥지를 들여다보면 / © Graeme Cocks (CC BY-NC-SA)이런 녀석들이 들어 있습니다. / Keith Lightbody on Wikimedia commons'◇' / Keith Lightbody on Wikimedia commons

사실 겨우살이새 중 빨간 가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성체 수컷 뿐입니다. 겨우살이새 수컷의 등은 윤기 나는 검은색이며, 가슴은 선명한 빨간색을 띠는데요. 명치에서 시작하여 세로로 그어져 있는 검은 선이 붉은 가슴 못지않게 인상적입니다. 겨우살이새 암컷은 등이 짙은 회색이고 배는 흰색이라 수컷과 아주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엉덩이 쪽은 수컷과 마찬가지로 은은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어린 새는 암컷과 비슷하며, 검은 부리의 성체와 달리 부리가 붉은 것이 특징적인데요. 이렇게 몸의 일부가 붉다는 공통점을 통해 동질감을 느끼며, 겨우살이새들은 크리스마스 마스코트로서의 결속력을 다질지도 모릅니다.


겨우살이와 겨우살이지빠귀입니다. / ichard Toller on Flickr

오늘의 새들의 이름에 겨우살이(mistle(toe))가 들어가는 것은, 이 새들이 겨우살이 열매를 주식으로 삼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겨우살이지빠귀의 학명인 Turdus viscivorus에서 viscivorus는, 라틴어로 겨우살이를 뜻하는 viscum과 먹음을 뜻하는 vorare가 합쳐진 것이죠. 오늘의 주인공들은 서식지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이름에 들어간 겨우살이는 엄밀히 따지자면 서로 다른 종인데요. 먼저 겨우살이지빠귀가 즐겨 먹는 것은 겨우살이과 겨우살이속의 열매입니다. 그리고 겨우살이새가 먹는 것은 꼬리겨우살이과 Amyema속의 열매이죠. 하지만 두 새의 주식이 겨우살이류의 식물이란 점은 동일하니, 일상생활에선 너무 엄밀히 따지지 않고 뭉뚱그려 겨우살이라고 불러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위 사진과 꽤 달라 보이지만 이것도 겨우살이는 겨우살이입니다. / Friends of Aldinga Scrub on Flickr

겨우살이지빠귀와 겨우살이새는 겨우살이를 퍼뜨리는 데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에 붙어 기생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씨앗이 다른 나무로 퍼져야만 이 세상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해서 넓혀 나갈 수 있습니다. 겨우살이의 열매는 끈적끈적하기 때문에, 오늘의 주인공들이 열매를 먹다 보면 씨앗이 부리에 붙게 되는데요. 씨앗을 떼기 위해 부리를 나무에 부비게 되면 새는 씨앗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고, 씨앗은 새로운 숙주에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만약 과육과 함께 씨앗까지 삼켜진다 하더라도, 씨앗은 소화되지 않고 배설물과 함께 다른 나무로 퍼질 수 있는데요. 특히 겨우살이새는 같은 무게의 다른 새들에 비해 모래주머니나 장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씨앗이 소화되지 않고 멀쩡히 배설될 확률이 높습니다.


뾰족한 잎과 붉은 열매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겨주고 있습니다. / Paul Green on Flickr

겨우살이지빠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겨우살이지만, 감탕나무속 나무의 열매 역시 즐겨 먹는데요. 감탕나무속의 대표적인 나무로는 서양호랑가시나무(European holly)가 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낯설 수 있지만, 뾰족한 잎과 붉은 열매를 보면 이 나무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많이 쓰이는 바로 그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두 식물인 겨우살이와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를 즐겨 먹는다는 것을 볼 때, 역시 겨우살이지빠귀는 크리스마스의 전령이 아닐 수가 없겠습니다.


트리 장식 같은 겨우살이지빠귀가 키스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 nmahieu on Flickr

오늘은 크리스마스를 전하는 두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혹시 겨우살이 밑에서 고대하던 키스를 하게 되었다면, 또는 문득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라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따뜻해졌다면 아주 잠시라도 이 새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같이 읽으면 좋을 작년의 크리스마스 특집 포스트 첨부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하고 즐겁고 평화로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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