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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_돌아가렴.jpg

저 아직 나는 법 못 배웠는데요

손이 시리고 뼈가 시린 겨울이면 양손이 따뜻한 주머니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에 어떻게 살얼음이 깔려 있을지 모르는 요즘 같은 때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것은 심각한 낙상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데요. 아예 눈이 펑펑 내린 후라면 모르겠지만, 진눈깨비라도 내린 후라면 주머니에겐 잠시 작별을 고하고 장갑을 끼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날개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가, 몹시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한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 순서로 진행됩니다.글씨가 있는 버전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위 일련의 짤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인간을 바라보는 새의 눈빛이 몹시 당황스러워 보이는데요. '아직 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또는 '키운다고 하지 않았냐' 등의, 이 상황을 초래한 인간을 원망하는 듯한 문구와 함께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곤 했죠.


오늘 짤의 원본은 이것입니다. 짤이 여섯 장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던 것과 달리,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에 한 장이 더 있어 총 일곱 장이 한 세트인 사진이죠. 사진 장수가 많아 이 블로그에선 처음으로 슬라이드식 레이아웃을 사용해 보았으니, 좌우의 화살표를 눌러 넘기면 다른 사진들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원출처는 여기로 추측되는데, 원글이 삭제되어 지금은 그 흔적만을 살펴볼 수 있죠. 이 사진은 16년 10월 무렵 촬영된 것으로 보이며, 자신의 친구가 맹금 다리에 인식표를 채워주는 일을 한다는 문구와 함께 게시되었는데요. 오늘의 사진이 인식표를 찬 후 방생될 때 촬영된 것이라면, 이 친구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 테니 당황은 했어도 무사히 날아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른 줄무늬새매의 등입니다. / Dan Streiffert on Flickr어린 줄무늬새매의 등입니다. / © Don Loarie (CC BY)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에 반쯤 실패한 오늘의 새는 줄무늬새매입니다. 독립한지 얼마 안된 줄무늬새매 아성조는 등 깃털이 갈색을 띠며, 눈은 밝은 주황색이나 노란색을 띠는데요. 완전히 성장한 후엔 등은 청회색이 되며, 눈은 어두운 붉은색을 띠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오늘의 주인공은 아직 어린 줄무늬새매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줄무늬새매의 몸길이는 수컷이 23~30cm, 암컷이 29~37cm 정도로 맹금답게 암컷이 수컷보다 큰 새인데요. 사진 속 손의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면 손 크기를 측정한 후 오늘의 새와 비교하여 성별을 가늠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여러 여건상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가로 줄무늬가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 Dennis Murphy on Flickr이 정도면 세로 줄무늬라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어린 줄무늬새매입니다. / Joseph Higbee on Flickr

줄무늬새매라는 이름과 달리, 오늘의 짤에선 딱히 줄무늬라고 할 만한 무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는 많은 새들이 그렇듯이, 줄무늬새매 역시 청소년기엔 없던 무늬가 성조가 되면서 나타나기 때문인데요. 줄무늬새매라는 이름은 성조의 가슴과 배에 있는 가로 줄무늬를 보고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새매속의 새들은 가슴에 가로 줄무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줄무늬만으로 매를 구분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인데요. 매의 언어를 쓸 수 있다면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만, 불가한 경우엔 크기와 서식지를 통해 추측해보는 것이 제일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긴 다리와 새 사냥을 동시에 보여드릴 수 있는 사진을 찾아 기쁩니다. / © Steven Mlodinow (CC BY-NC)

줄무늬새매의 주식은 자신보다 작은 새들인데요. 암컷이 수컷보다 30% 더 클 정도로 크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줄무늬새매 암수의 식단은 꽤 차이가 납니다. 수컷은 주로 참새 크기 정도의 작은 새들을 사냥하는 반면, 암컷은 몸길이가 20~30cm에까지 이르는 더 큰 새들을 사냥하는데요. 덕분에 줄무늬새매 암수 간에 먹이를 두고 다투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새끼 줄무늬새매들은 어릴 때는 수컷이 잡아온 작은 먹이를 주로 섭취하다가, 조금 더 성장한 후에는 암컷이 잡아오는 먹이를 주로 먹게 된다고 하네요.


실제 사냥 중엔 이것보다 더 빽빽한 나무 사이에 몸을 숨기겠지만, 그러면 사진을 첨부하는 의미가 없으니 현실과 타협해 보았습니다. / Don Henise on Flickr

줄무늬새매의 영명인 sharp-shinned hawk는 날렵한 정강이를 가진 매라는 뜻인데요. 이는 줄무늬새매가 길고 가는 다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줄무늬새매는 주로 나뭇잎과 같은 엄폐물 뒤에 몸을 숨기고 기다리다가, 먹이가 가까이 접근하면 빠르게 튀어나가서 긴 다리로 사냥감을 낚아채는데요. 줄무늬새매의 수컷은 짝이나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 줄 때, 대부분의 경우 머리는 떼서 자신이 먹는다고 합니다. 이는 상대가 섭취하기 쉽게 다듬어 주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튜브에 들어있는 펜슬형 아이스크림을 따주는 대신 꼭지(또는 꼬다리)는 자기가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은 아닐까 합니다.


잔뜩 부푼 매와 해오라기와 아몬드를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 ALAN SCHMIERER on Flickr

오늘은 갑작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겨울은 날씨가 추운 탓인지, 넘어지면 다른 계절보다 더 아프고 서러운 느낌이 드는데요. 새도 사람도 그 외에도, 안전에 유의하여 슬프지 않은 겨울을 보내도록 합시다. 오늘의 포스트를 읽은 후 같이 읽으면 좋을 빙판 낙상 주의에 관한 포스트날개가 보이지 않는 새들에 관한 포스트 링크 남기며, 이번 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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